값비싼 재료로 차린 화려한 상차림도 정작 한국인 입맛엔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밥과 찬이 중심인 우리네 밥상 문화 때문이다. 뜨끈한 국과 주 요리 외에 다분하게 젓가락을 놀릴 찬이 없는 밥상은 식사라 말하지 않고 ‘한 끼 때웠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정서 때문이다. 그래서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음식의 어우러짐이 중요한 것이 한국 밥상. 고가의 식재료인 로브스터를 한정식처럼 즐기고 싶다면 ‘늘 기쁜 랍스터’에 가보자.
한 상 가득, 제대로 즐기는 로브스터
예전보다 로브스터는 분명 접하기 쉬운 식재료가 됐다. 대형마트나 퓨전 음식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원재료나 음식으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 로브스터를 먹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가격을 생각하면 로브스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통 수수료와 인건비를 줄여 식재료비에 투자했어요. 그래서 로브스터뿐만 아니라 곁들임 요리 재료도 무조건 좋은 것만 구입해요.”
무역업에 종사하던 ‘늘 기쁜 랍스터’ 이광훈 대표는 캐나다에서 대전까지 직수입로를 구축해 일주일 단위로 살아있는 로브스터를 공급받고 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두 차례, 펄떡이는 로브스터가 ‘늘 기쁜 랍스터’ 수족관에 들어온다. 주방은 이 대표가 보조 없이 능숙하게 주문을 소화하고 홀은 누나 이정선씨가 맡아 가족 특유의 호흡으로 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로브스터 회가 먼저 나온다. ‘회는 칼 맛’이란 말이 있다. 자칫 비리거나 무른 식감이 날 수 있는 로브스터 회를 이곳에선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매끈하게 썰어 놓은 로브스터 회는 차고 달고 쫄깃하다. 고추냉이 간장이나 초장을 찍는 것이 오히려 회 맛을 떨어뜨릴 정도. 인원수에 맞춰 나온 대하장은 앞사람에게 인심 쓰다 후회하니 꼭 맛보길 권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홍게로 간장게장을 만들어 특허까지 받은 이 대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하장이다.
날 것의 간결한 맛을 봤다면 로브스터 찜과 구이의 풍부한 맛을 볼 차례. 강력한 화력으로 로브스터 특유의 풍미를 살린 찜과 치즈를 올려 고소함을 더한 오븐에 구운 로브스터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좋아한다.
회를 뜨고 남은 로브스터 머리와 껍질은 완벽한 비율의 육수와 만나 또 다른 별미인 로브스터 칼국수를 선사한다. 일주일 동안 끓이고 식혀 완성한 육수는 칼국수용 국물로 사용하기 아까울 정도로 시원하고 감칠맛이 깊다.
곁들임 음식은 주기적으로 구성이 다르다. 바삭한 시즈닝이 돋보이는 토시살 찹스테이크와 매콤한 고니 볶음, 불맛 제대로인 고추잡채 등은 메인 메뉴와 함께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이 대표에게 고추잡채 비법을 배워 간 중식당 주방장의 웃지 못 할 일화가 있을 정도로 곁들임 음식들은 음식이 아니라 ‘요리’로 평가 받는다.
손님이 늘 기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 철학 담은 상호
이 대표가 직접 지었다는 상호는 그의 요리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대표는 “‘늘 기쁜 랍스터’란 상호처럼, 이곳에 오는 이들이 늘 기쁘길 바란다”고 설명한다.
창업한 이래 맛집으로 대전MBC <아침이 좋다>, SBS <생방송 투데이> 등 꾸준히 전파를 타며 전국 단위의 미식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그는 오래된 단골손님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젊은 시절, 사업실패로 인생의 절망을 맛보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던 이 대표는 로브스터를 접하며 다시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회상한다.
“더는 망할 수 없을 때까지 망했어요. 몸도 정신도 망가졌던 그때, 어머니는 제가 조기잡이 어선을 타다 들어와 잠들면 가만히 숨소리를 확인하곤 주무셨어요.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이 어떤 건지, 희망이 없는 삶이 얼마나 두려운지,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몸서리치게 무서워요.”
바윗장처럼 단단한 로브스터를 손질하며 하루도 성할 날이 없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고마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진심이 있어 늘 기쁘다는 이 대표. 유명세 때문에 이 대표의 코스 요리를 따라 하는 곳도 많아졌다. 그러나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타협하지 않는 요리 철학까지 모방할 수 있는지는 의문.
‘늘 기쁜 랍스터’, 이곳에서 맛은 기본, 기쁨은 덤이다.
위치 서구 만년동 350번지 2층
문의 042-523-0818
윤덕중 리포터 da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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