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학기부터 강원도 내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도교육청이 타 시·도에 비해 자유학기제를 1년 앞당긴 이유는 학습포기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질풍노도와 같은 변화를 체험하는 중학교 혁신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하니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이 더 나태해지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닐까, 수업은 도대체 어떻게 진행될까, 걱정이 앞선다. 분명한 건 현장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 중인 도내 연구학교들의 사례들을 살펴봤다.
횡성중, “함께 꿈을 세우고 끼를 키운다!”
횡성중학교(교장 김동길)는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7월 16일(목) 특별한 발표회를 가졌다.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그간 진행되었던 자유학기제를 마무리하며 아이들 각자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성과들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먼저 ‘영화야 놀자’라는 프로젝트 수업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자신들의 첫 영화를 선보였다.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한 달 동안 조별로 역할을 나눠 영화기획, 콘티구성, 촬영, 편집 및 시사회 등의 과정을 거치고, 영화제 준비까지 모두 손수 자신들의 힘으로 만든 한 편의 영화를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어진 ‘희망Dream 탐구토론대회’에서는 ‘횡성한우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한 주제로 토론 경연을 펼쳤다. 이 토론대회에 앞서 횡성중에서는 지역의 대표 브랜드인 횡성한우를 주제로 한 융합 수업을 진행했었다. 역사 속에서 소의 역할과 그 변화상을 알아보고, 이중섭의 소 그림에 대한 감상도 하고, 소를 소재로 시를 짓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기술·가정시간을 통해 소의 각 부위별 영양소 및 활용 요리를 배우고, 횡성한우 음식과 관련 관광지를 영어로 소개하는 등 한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과목들의 융합수업이 진행됐다. 또한 단순히 교실 안 수업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생축사업장과 한우 농가를 방문하는 등 생생한 진로체험활동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횡성중 유문화 교사는 “한우를 주제로 국어+미술, 역사, 영어, 기술·가정의 융합수업 속에 지역사회를 녹여내 지역공동체를 구축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었다”며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함태중, “생생 Detail한 학교 만들기”
태백 함태중학교(교장 이득주)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들이 만들어졌다. 이 학교의 자유학기제 운영 방침은 무엇보다 교사가 즐겁고 학생이 신나는 ‘살아있는 수업’ 만들기에 집중됐다. 프로젝트 학습, STEAM 융합수업, 토론・토의 학습, 협동 집단학습 등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해 학생의 참여와 흥이 살아있는 수업으로 변화를 유도했다.
특히 융합수업의 일환으로 ‘STEAM DAY & WEEK’를 통해 생생한 수업 만들기를 시도했다. 옴의 법칙, 전기 회로도 같은, 학생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대상이었던 LED라는 소재를 단순히 기술과목으로서가 아닌 ‘HAPPY 함태를 위한 LED 플랜카드’ 만들기라는 친근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도덕시간엔 행복한 학교를 위한 토론을 펼친 후 플랜카드에 삽입될 문구를 정했다. 미술시간에 플랜카드 디자인을 하고, 기술시간에 LED 납땜을 거쳐 드디어 함태중학교만의 개성 있는 플랜카드가 완성됐다.
전제홍 교감은 “자신이 배우고 있는 교과 지식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됨으로써 적극성을 갖게 되고, 스스로 새로운 재능과 끼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사례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전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한 가지의 해법을 넘어 세상과 사물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함태중에서는 기술과목의 지우개 도장과 미술과목의 캘리그라피를 접목해 국어과목의 나만의 책을 만드는가 하면, 직접 자서전을 쓰고, 의류쇼핑몰 CEO에도 도전해보는 등 교과서에서만 머물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사북중, “다양job色 행복공감 학교 만들기”
정선 사북중학교(교장 심주수)는 학생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위해 든든한 지원군인 지역사회 20개 기관, 26개 직업군과 업무협약을 체결, 다양한 교육과 체험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듬북, 미디어, 방송댄스, 로봇제작, 흙사랑, 창 to the 의, 퀄트 등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는 학생들의 끼 키우기를 적극 장려하는 중이다.
교과 심화과정이나 교과서 밖 활동들은 학생들이 학습내용을 확장하고 활동 중심의 수업을 주도해나가는데 톡톡히 한몫을 해낸다. 특히 교과융합을 통한 선택 프로그램으로 테크아트(Tech-Art), 토토즐(토의 토론은 즐거워), 소설창작, 영화 속 영어회화, 공예, 애니메이션 등의 수업을 운영 중이다.
또한 뮤지컬, 스페인 스쿨 페인팅인, 나팔소리, 풋살, 피구, 축구 등 음악, 미술, 체육교과와 동아리활동 및 방과후 학교, 진로 적성 강좌와 연계해 효과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사북중 염혜현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들은 공부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제도권 안에서 자신의 꿈과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며, “교사에게 있어서도 시험과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로서 그동안 꿈꿔왔던 수업에 대한 열정을 펼쳐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고 전했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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