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어려우면 소비가 준다. 생필품과 달리 없어도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공예품은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고집스레 지키며 소비자들의 욕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전국규모의 공예품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전지역 공예품생산을 대표하는 대전공예협동조합의 김진선(62)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전국 최초 여성 이사장
대전공예협동조합의 전신은 1984년에 설립된 대전충남공예협동조합으로 1995년 충남과 분리했다. 조합원들은 목공예, 도자, 섬유, 금속을 아우르며 공예를 업으로 하고 있는 사업자등록이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총45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 1인 기업부터 1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있다. 대학에 출강하거나 흔히 인간문화재, 명장, 기능전수보유자 등으로 불리는 전문가들까지 포함한다.
김 이사장은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3년을 제외하고 계속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본의 아닌 장기집권(?)에 대해 “다른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조합들에서는 이사장직을 경선하기도 하지만 대전공예협동조합처럼 운영이 어려운 조합에서는 이사장직은 봉사직에 가깝다. 맡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조합원들의 추대로 선출된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전국 최초의 여성 이사장이기도 했고 여성 이사들도 별로 없을 때라 주위에서 걱정 반 기대 반의 시선이 많았다. 섬유나 자수 등 여성에게 특화된 공예분야도 있어 이제는 여성 이사들도 많이 선출된다.
밥벌이 걱정에서 벗어나 작가들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현실에선 너무나도 요원한 꿈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김 이사장은 스스로 모델을 자처한다. 실제 전시돼 있던 장신구들을 그가 착용하면 사람들의 눈에 띄어 판매주문이 늘기도 한다.
한지공예 매력에 푹 빠져
10여 년 이상 이사장직을 맡아오며 힘들어서 내려놓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힘든 과정을 겪는 작가들을 바라보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해마다 6월에 전국규모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중소기업청 주관의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지역예선’이 메르스와 겹쳐 애를 먹었던 올해 6월 행사를 가장 힘들었던 일로 기억한다. 학생들에게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공모전 성격이 있기도 한 행사라 대학생들의 참여도 중요한데 메르스로 인해 휴강한 대학이 많아 학생들 참여도 저조했다. 접수기간 동안 기성 작가들의 참가 출품작들도 예년에 비해 적어 행사준비에 속을 끓여야했다. 개최여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우려 속에 공모전을 무사히 치러내고 이틀을 꼬박 앓았다.
성과도 좋았다. 대전지역에서 대상을 수상한 도자부문 라영태 작가의 작품 ‘합’이 본선에서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모두 10여 명의 작가가 장려, 입선, 특선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던 김 이사장은 한지공예를 한다. 오래전 우연히 옛날 지함을 보면서 그 정교함에 놀라고 한지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꼈다. 동양화를 공부할 때 익숙했던 닥종이를 다시 보기 시작하고 실생활용품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한지공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 이사장이 한지공예를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에는 한지공예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1986년부터 시작해 대전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고 시연과 판매를 동시에 하기 시작했다. 김 이사장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1997년에는 왕복항공권을 제공받는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초청을 받아 영국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출품작은 생활용품으로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대전컨벤션센터 직영매장 철수 앞두고 할인행사 중
대전공예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영매장은 대전역 지하상가와 대전컨벤션센터 두 곳이다. 그 중 2013년부터 운영해오던 컨벤션센터 매장은 운영이 어려워 8월 말 철수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수공예품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돼 있는 은 장신구를 생산하는 ‘코네쥬얼리‘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비롯한 자수작품들과 금속 장신구 등 대부분의 상품을 20~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중이다. 이윤이 많아서 하는 할인이 아니라 이렇게라도 해서 작가들의 어려움을 줄여야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김 이사장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상품이 아닌 하나하나 손길이 깃든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나온다. 많은 상품들이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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