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종이 달

허영과 욕망이 빚어낸 여인의 슬픈 초상

지역내일 2015-07-27

1990년대 초 ‘산타페’라는 사진집으로 우리나라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미야자와 리에가 올 여름엔 허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중년 여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 <종이 달>의 여주인공인 그녀에게서 24년 전의 청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허영과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갈등하는 40대 중년여성의 내면을 절묘하게 표현해내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종이달


작은 균열로 시작된 파격적인 일탈
평범한 주부였던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은행의 계약직 사원이 된다. 고객을 만나고 돌아가던 어느 날, 백화점 화장품 코너 판매사원의 설득에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던 리카는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고객의 돈을 잠시 빌린다. 이를 계기로 리카의 일상에 균열은 시작된다. 돈에 대해 조심스러웠던 마음은 욕망으로 바뀌고 작은 욕망은 점점 큰 욕망으로 발전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욕망이 커짐에 따라 그녀의 모습도 변해간다. 새로 일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작은 행복감, 남편과 함께 할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미소 짓던 모습, 조심스럽고 깍듯하게 고객을 응대하던 모습은 점차 사라진다. 화려한 옷과 음식, 호텔에서의 휴가와 유희, 예금증서 위조와 신용카드 남발 등 파격적인 일탈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표정에는 웃음이 떠나고 불안과 초조가 자리 잡는다.
 
일상 속에 숨겨진 섬뜩한 면모를 날카롭게 파헤치다
영화 <종이 달>은 일본을 대표하는 서스펜스 여성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 <종이 달>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에 숨겨진 섬뜩한 면모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원작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야자와 리에의 완벽한 연기는 사실감과 긴장감을 더한다. 평범한 계약직 사원 리카가 거액을 횡령하는 사기범이 되기까지 변화해가는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녀의 몸짓과 표정은 허영과 욕망으로 가득 찬 가식적인 삶 속으로 점점 빠져 들어가는 슬픈 여인의 초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허영으로 채워진 공허함의 비극적 말로
영화 속 주인공 리카의 내면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나보다 부족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 하나이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무절제한 욕망이 다른 하나이다. 남을 돕겠다는 허영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나가는 그녀에게는 후회도 죄의식도 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고난 후 모파상의 <목걸이>가 떠올랐다. 일상의 작은 허영으로 불행을 자초한 여인 마틸드와 리카는 틀림없이 닮은꼴이다. “만일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알아. 인생이란 얼마나 이상하고 가변성이 있는가? 얼마나 사소한 일로 자신을 파멸시키기도 하고 구원받기도 하는가!” 마틸드의 허영을 꼬집은 모파상의 말이 100년을 훨씬 지난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공허함을 채우는 허영이 만연해있기 때문일까.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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