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중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 ‘기타연주 반’
“열정 기타로 추억과 낭만 가득한 7080 선율 연주해요”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금옥중학교(교장 배인식)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기타연주 반’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감미로운 연주, 통기타 매력에 푹 빠져
수요일 오후 2시 반,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에 엄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타를 꺼내고 악보를 준비한 다음 자리에 앉아 연주하는 엄마들의 모습에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난다.
오늘 연습할 곡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이다. 아직 배우지 않은 코드가 더 많아 다소 어렵지만 흥얼흥얼 노래도 따라 부르며 제법 반주다운 반주가 이어진다. “오늘부터 열심히 연주하면 올 가을에 아마도 근사하게 연주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라는 강사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코드를 다시 잡고 연주에 열중하는 이들은 금옥중 기타연주 반 어머니들이다.
금옥중 기타연주 반은 올해 4월에 시작됐다. 금옥중학교가 작년 양천구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받아 퀼트 수업을 한 것에 이어 올해는 강서교육청에서 지원을 받아 기타연주 반을 개설하게 됐다.
줄 서서 대기할 만큼 폭발적 반응
금옥중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윤현숙 교사는 “평생교육으로 어떤 것을 개설할지 설문조사를 미리 진행했는데 제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기타였다”며 기타연주 반을 개설한 이유를 밝힌다. 학부모의 수요에 맞춰 개강을 하고 회원들을 모집했다. 대기자가 줄을 설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 연주를 따라갈 수 있는 악기의 특성상 현재 12명의 정예 회원만 남았다.
이들이 연주하는 곡은 주로 7080 세대가 좋아하는 ▲그리움만 쌓이네 ▲너의 의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비와 당신 등이다.
손에 배인 단단한 굳은살이 열정의 증거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타 교실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은 처음으로 기타를 잡아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푼 꿈을 안고 기타를 시작한지 벌써 4달, 기타의 매력에 빠져 기타 피크를 잡긴 했으나 초급반 딱지 떼기가 쉽지 않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코드 잡기. 처음 시작할 때는 당장이라도 한 곡조 뽑아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몇 개 안 되는 코드를 변경해 가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지만 코드 변경이 왜 맘처럼 되지 않는지 속이 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기타를 잡은 손에 배인 단단한 굳은살이 기타를 사랑하는 회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코드를 잡느라 애쓰다보면 왼쪽 손이 갈라지기 일쑤. 조은정 회원은 손가락에 생긴 굳은살 때문에 기타를 관둘까 고민하다 이제야 기타 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느새 손끝에 굳은살이 생기면서 실력이 쌓이고 능숙하진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곡들도 차츰 늘게 된다”고 전한다.
강사의 친절한 가르침으로 왈츠, 고고, 슬로우 록 등 기타 주법과 코드를 익히며 40~50대의 주부들이 인생의 즐거움을 새록새록 알아간다. 최안자 회원은 “아들이 방과후수업으로 기타를 연주하는데 모르는 코드가 나오면 아들한테 배우기도 한다”며 “기타를 매개로 아이와 소통도 하고 기타가 생활의 즐거움이 됐다”고 전한다.
회원 대부분이 주부인 특성상 살림하랴 일하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 기타 수업 시간 외에도 연주를 하고 싶지만 시간 내기도 쉽지 않다. 임강정아 회원은 대학 1학년 때 첫 아르바이트로 받은 월급을 털어 기타를 샀지만 끊임없는 관심을 뒤로 한 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기타를 배우지 못했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기타교실에 참여했지만 아무래도 주부이다 보니 연습할 짬을 내기가 더 어렵다. “연습할 시간이 없어 마음처럼 쉽게 늘지 않는 실력이지만 진도에 연연해하지 않고 멋진 곡 하나만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참여하고 입니다.”
장영석 회원은 기타를 잘 치는 중1 아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 세련된 코드 진행으로 연주하는 아들이 보기에 엄마 실력이 형편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럴지라도 수요일마다 기타 잡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전한다. 박선옥 회원은 남편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기타를 연주하며 기타 사랑에 빠졌다. “비 오는 날 공원을 내려다보며 연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실력이 지금보다 더 쌓이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꿈을 펼쳐 보인다.
추억을 자극하는 통기타로 잠든 감성을 깨운 금옥중 기타연주 반 엄마들, 하반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무대를 꿈꾸며 즐거움과 기쁨을 나눠 주고 싶다고 전한다.
미니 인터뷰
김정웅 강사
“금옥중 기타연주 반은 기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배움의 시기를 놓친 어머니들이 열정적으로 기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좋아하고 친숙한 7080노래로 연주하니 기타를 좋아하고 연주할 수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재연 회원
“아버님이 기타 마니아여서 자주 연주를 해주셨어요. 돌아가시면서 유품으로 남겨주셨는데 이제야 활용하게 되네요. 아직은 대리 코드, 단순 코드로 바꿔서 연주하지만 방과후학교에서 기타를 배우는 딸과 같이 하모니를 맞추면서 소통하고 있어요.”
문혜정 회원
“남편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라고 좋은 기타를 선물해줬어요. 어머니 무릎 수술 후 병간호로 바쁜 일정 중에도 기타를 배워 딸과 함께 어머니에게 훈훈한 연주도 들려주게 됐습니다. 남편이 기타 신동 났다고 칭찬도 해주어 기타 배우는 시간이 더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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