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화동, 홍대정문 옆길, 문래동 예술촌, 강동역 주변 성안마을.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의 유명 벽화거리가 있는 마을이라는 점. 특히 이화동 벽화마을은 언론과 블로그 등에 소개되며 중국 관광객까지 찾는 명소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역을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이 허름한 골목 담장에 그려진 벽화라니, 문화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우리 지역에도 문화적 향기가 담긴 벽화마을과 거리들이 존재한다. 안양 박달동의 호현마을, 안양9동 병목안길의 벽화마을과 안양3동 벽화마을, 군포 납덕골 벽화마을 등이 대표적. 낡고 허름했던 동네는 벽화 하나로 밝고 깨끗한 이미지로 변신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의왕에서도 아름다운 벽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1호선 의왕역과 고천초 부근이 대표적 벽화거리로 의왕을 상징하는 벽화들과 동심을 담은 귀여운 벽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벚꽃 잎 휘날리던 어느 봄날, 운동화 끈 질끈 묶고 의왕의 벽화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의왕역에서 철도박물관까지 이어지는 박물관로, 그곳에 벽화가 있다.
1호선 의왕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타기 위해 드나들고 하루에도 수백 번 넘게 지나다니는 전철과 기차소리로 분주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하지만 의왕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2~3미터만 발걸음을 옮기면 기차의 시끄러운 소리도 잊게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바로 벽화거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의왕역에서 철도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양방향 1차선 도로는 철도박물관로다. 박물관까지 약 2~3km 남짓, 걸어서 10여분 정도 걸리는 이 길은 철길을 막은 낮은 담장을 따라 이어진 작은 길이다. 담장은 시멘트 벽돌로 만들어져 낡고 허름했다. 이곳에 벽화가 없었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기차 길 옆 낡은 벽돌 길 정도’였겠지만 이 길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철도박물관로를 따라 난 담장에는 의왕시를 상징하는 다양한 주제의 벽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역에서 늘 보던 것들을 소재로 해 벽화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기차와 철도에 관한 벽화. 의왕의 대표 산업이 철도인데다 벽화거리 인근 지역에 기차와 관련된 시설이 많은 만큼 그 특징을 벽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왕송호수 같은 의왕의 자연환경을 담은 벽화들과 유기견 보호를 독려하는 이색 벽화들도 눈길을 끌었다. 어디 그뿐이랴. 어린이축제와 백운예술제 같은 의왕시의 대표적 축제를 알리고 그 특징을 담은 벽화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벽화들은 누가 그렸을까? 이곳은 의왕시와 축제추진위원회가 조성한 벽화거리로 세계 유명 그라피티 작가들과 계원예술대학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었다고 한다. 벽화들은 주로 스프레이로 그린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그라피티’로 그려졌다고.
그래서일까? 거친 느낌마저 감도는 벽화에서는 자유분방함과 함께 젊음의 열정과 힘이 느껴졌다. 벽화를 보고 있자니 젊음의 에너지가 한가득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아졌다. 느린 걸음으로 벽화를 감상하며 걷다보니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에 그려져 유명해진 ‘천사의 날개’를 본뜬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천사의 날개 두 쪽이 그려진 그림으로 벽화 앞에 서면 어른도 아이도 날개를 단 천사가 되니 너도나도 그 앞에서 사진 찍기 바쁘다.
벽화를 모두 다 감상하고 조금 더 걸으니 어느새 철도박물관 앞이었다. 벽화만 보기 아쉽다면 박물관에 들러 다양한 전시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벽화거리 여행의 또 다른 맛이리라.
아이들의 동심 지켜주고 싶은 고천초 담장 벽화길
의왕 고천동에 위치한 고천초등학교에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은 밝고 귀여운 벽화를 그린 담장 길이 있다. 학교를 둘러싼 칙칙한 회색 벽돌 담장을 다양한 색감의 벽화로 장식해 벽화 길로 만들었는데 담장 옆 골목길이 한결 밝아져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곳이다.
고천초 담장 벽화는 계원예술대학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그려졌다고 한다. 동생들의 등하교 길을 꿈과 동심으로 채우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이 벽화를 그렸을 대학생들 생각을 하니 마음 한쪽이 뭉클하기도 했다.
이곳 벽화들은 친구들과 노는 모습, 고양이, 사자, 오리, 물고기, 계절, 나비 등 아이들의 동심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로 그려져 있다. 벽화를 보며 아이들은 이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꿈꿔볼 수도 있는 등 학교 담장의 벽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선물하는 것 같다.
벽화 앞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마저 그림의 일부로 보이는 이곳 벽화는 알록달록한 색감에 익살스러운 모습을 더해 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또 벽화 중간 중간마다 ‘학교폭력 신고센터 117’ 번호가 새겨져 혹시라도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눈에 띄었다.
요즘처럼 날씨 좋은 봄날, 우리지역에서 이름난 벽화들을 만나러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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