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을 할 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선행이 아니면 이 얘기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다. 선행을 인정받고 회사나 단체의 공을 알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선행을 하는 곳도 의외로 많다. 리포터가 임플란트 치료 때문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안산 킴스치과도 그런 곳이었다.
개원 당시부터 지켜온 티내지 않는 의료봉사활동
안산 킴스치과 권철로 원장은 2008년부터 안산 1388청소년지원센터와 인연을 맺고 치아에 문제가 있는 안산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의료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회의를 갖고 치료 대상 청소년을 선발하면 그 청소년들은 킴스치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의료나눔을 통해 임플란트나 교정치료를 한 청소년이 30명을 넘고, 단순 치아치료를 받은 청소년은 그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이런 나눔에 대한 사실은 극히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안산 킴스치과 권철로 원장의 말이다. “누가 청소년지원센터의 추천으로 온 환자인지는 저희 치과 담당 직원 한 명만 알아요. 저도 모릅니다. 그게 그렇지는 않겠지만, 병원 식구들이 혹시라도 선입견을 가질까봐 알리지 못하게 했어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요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늘 취재소스를 찾아다니는 리포터가 1년 넘게 킴스치과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봉사활동 감사패 등을 보고 권 원장에게 취재 요청을 했을 때도 “별 것 아니다”라며 몇 번을 고사했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요? 가끔 진료를 하면서 청소년지원센터 추천으로 온 학생이라는 걸 알 때가 있어요. 몇 년 전 진료를 했던 학생은 병원 올 때 꼭 선생님과 함께 와서 알았죠. 똑똑하고 성실하고…. 하지만 치아 상태는 극히 나빴습니다. 교정에 임플란트까지 하면서 5년 넘게 왔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이 학생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제게도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보며 진료를 하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작더라도 실천 가능한 활동이 중요
권 원장은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의료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12년 전 초지복지관에서 의료봉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 복지관의 요청으로 한 달에 한 번 방문진료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의료봉사를 시작하니 한 달에 한 번 방문으로는 체계적인 진료를 할 수 없었다. 결국 병원 직원 한 명과 함께 매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치과 진료라는 게 한 달에 한 번 받아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매주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죠. 하지만 이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야 봉사하는 것이니 상관없는데, 저와 함께 가는 직원은 그게 아니잖아요. 요즘은 예전만큼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하고 있어요. 늘 마음만 가지고 있죠.”
권 원장은 의료나눔을 할 때 장기적으로 가능한 것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아무리 멋진 계획이라도 오래 할 수 없다거나, 그게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일로 작용한다면 신중하게 결정한단다. 1388청소년지원센터와 하는 의료나눔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안산에 있는 병원 중에 의료나눔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봉사팀을 꾸려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가는 곳도 있고, 일요일에 외국인 노동자들만 진료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희는 아주 작은 나눔이죠. 현재 저희 병원에서는 단체의 소개나 직접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이니까요.”
권 원장이 의료나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안산에서 치과를 개원할 때부터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과진료를 미루다가 결국 치아를 뽑거나 더 많은 비용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보면서 작은 힘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관심을 가졌다.
권 원장은 “의료나눔을 하고나면 늘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늘 느낀다. 지금은 작은 나눔이지만 앞으로 더 큰 나눔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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