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안산생명센터

“자식 잃은 엄마 마음 헤아리고, 함께 궁금해 해야 ”

지역내일 2015-04-09

노란 민들레가 땅으로 낮게 내려앉은 봄이다. 슬픔을 함께 나누던 사람들이 가득했던 합동분향소는 이제 쓸쓸할 정도로 고요하다.
다행히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진행하는 특별 미사가 고요함을 경건함과 기도로 채운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70~100여명의 신도가 모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 한 소절 정성껏 올리고 조용히 돌아간다.
또 세월호사고로 인한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천주교 수원교구에서는 희생자가 많았던 와동성당 근처에 안산생명센터를 마련했다.
변경옥 센터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가족과 함께 궁금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 잃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명


억울함-아직은 슬퍼할 수 없다
작년 12월에 개소한 천주교 수원교구 유지재단 안산생명센터는 세월호 대참사 이후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그 부모, 또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모이는 가족들이 점점 늘어 요일별로 스탬프 아트, 양초공예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변경옥 센터장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나 위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함께 모이고 이야기를 나눌 통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침몰해가는 배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던 부모의 마음에 쌓인 분노, 그 억울함 때문에 유가족들은 아직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신감-아직은 진실을 알지 못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유지재단 안산생명센터에서는 지난 2월에 영화 ‘다이빙 벨’을 2층 교육관에서 상영했었다. 함께 영화를 본 130여명의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변 센터장은 “시간이 지나도 덮어지지 않는 의문 때문에 학생들도 불신감이 쌓여 가고 있다. 진상규명이 바르게 되어야 치유와 회복이 비로소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변 센터장은 “지금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은 생존한 학생들이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아픔과 혼란을 치유하는 것도 우선은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안산생명센터에서는 전국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월호사고 1년 후의 마음’을 담은 동영상을 모집했다.
와동성당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동영상을 통해 “바다로 사라지는 배를 보며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민이 믿을 수 없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들이 왜 제대로 구조를 받지 못했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기심-왜 아직도 그렇고 있느냐
변 센터장은 안산생명센터를 찾는 희생 학생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시민들이 외면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말도 이해한다. 나도 똑같이 그렇게 이기적이었다. 몇 년 전 공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해병대 캠프로 여러 학생이 사고를 당했을 때, 함께 슬퍼하지 못했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관심이 더 큰 사고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유가족들에게 가장 아픈 말은 ‘아직도 바랄게 있느냐? 이제 그만 끝내라’이다. 유가족들은
이 말을 이해하면서도 돌아서지 못한다. 세월호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 센터장은 “세월호 사건은 남들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남의 일이니까’라며 공감하지 않는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슥제”라고 설명이다.


안산생명센터는 지난 4월 4일, 하늘로 먼저 간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학생들 20여명과 함께 하늘공원과 평택의 성호공원, 그리고 화성효원공원에 다녀왔다.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군(----)은 “”라는 말을 남겼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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