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1타 교사 _ 화곡고 강동호 물리교사
“노벨물리학상 받는 제자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교육에만 1타 강사가 있다? 공교육 현장에도 1타 교사가 있다. 1타 교사는 교내 방과후 프로그램 중 공고가 뜨자마자 제일 먼저 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좌다. 강서·양천·영등포·구로지역 소재 고등학교 1타 교사들의 특별한 수업 현장을 소개한다. 그 다섯 번째 주인공 화곡고등학교(교장 조만환) 강동호 교사를 만났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진로 선택에 도움 주고자 전자회로 반 개설
화곡고 강동호 교사가 맡은 방과후수업은 ‘세상의 모든 원리 물리’와 ‘전자회로 이론과 실습’ 2가지다. 화곡고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신청 받아 선착순 마감했지만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종이 신청서를 받는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이 경쟁이 치열해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더라도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신청 마감시간이 저녁이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귀가하는 학생들은 신청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방과후 학교 수업을 개설하고 신청 학생 수에 따라 반을 조정한다. 강 교사는 2개의 강좌를 개설해 두고 수강인원을 20명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신청 학생이 68명에 달해 3개 반으로 나눠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는 학생이 없도록 조절했다.
강 교사가 올해 새로 개설한 ‘전자회로 이론과 실습’ 수업은 내신이나 수능과 관계없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것이다.
“남학생들은 대부분 공대를 많이 지원해요. 그런데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교과서 내에서 전자회로에 관한 실험이나 이론을 접할 수가 없어요. 전자공학과나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과정에서 브레드보드(breadboard, 전자회로 등을 담은 판)를 접하게 되는데 그 방향으로 진로를 설계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개설하게 됐습니다.”
방과후수업, 학생들을 위해 자투리 시간 활용
수업시간도 학생들을 위해 자투리 시간으로 정했다. 화곡고에서 금요일 8교시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방과후수업을 그 시간에 맞추면 다른 수업과 겹치지 않아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물론 선생님들도 자유로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지만 강 교사는 그 시간까지 투자해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이런 강 교사의 열정을 학교를 졸업한 후에나 알게 된다. 공대를 지원한 학생들이 면접을 볼 때 학생부에 기록된 이 내용으로 질문이 이어지고 본인이 경험한 것을 자신 있게 설명함으로써 면접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대학에 입학해서 이미 브레드보드를 접하고 온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아 그제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으로 학교를 찾아오는 졸업생들도 있다.
과탐 과목으로 물리 선택 비율 높아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과학탐구 과목으로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화곡고에서는 180명 중 최대 120명이 물리를 선택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강 교사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강 교사는 지난 2006년부터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물리 문제의 풀이 과정을 올렸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제를 모두 풀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모든 문제를 수업시간에 다 풀어줄 수 없기 때문에 카페를 개설해 시중에 판매되는 물리 문제집 4~5권을 단원별로 편집해 수업시간에 못다 푼 문제를 풀이과정과 함께 올려둡니다. 학생들이 풀다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답글도 달아주죠.”
수능 준비를 위해 EBS 수능 특강, EBS 수능 완성 등의 교제에 나오는 문제를 단원별로, 연도별로 기출문제를 묶어 편집해서 다시 카페에 올린다. 학생들 대부분이 작년 기출문제는 풀지만 역대 기출문제까지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강 교사가 직접 모든 문제를 단원별로 정리해둔다.
“이 카페도 졸업생들이 많이 이용해요. 대학가서 수업을 듣다보면 옛날에 배웠던 것이 기억나 다시 카페로 들어와 공부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졸업생 A/S 차원에서 계속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이 카페를 운영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말 내내 문제집을 분류하고 풀이과정을 업로드 한다. 이런 정성이 학생들의 물리 성적으로 나타나 다른 학교보다 전국모의고사에서 높은 물리 성적을 나타내 보람을 느낀다.
노벨물리학상 받는 제자 만들 때까지
강 교사는 물리가 재밌어 물리교사가 됐다. 하지만 스스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만큼의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을만한 제자들을 양성하고 싶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 중 한국에서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과학자가 나와 시상식 때 제자의 입을 통해 제 이름이 불리는 것이 꿈입니다.”
강 교사는 앞으로 수능과 연관된 방과후수업보다 아이들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업을 개설하고 싶다고 밝힌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전자회로를 만져볼 기회가 없는 친구들에게 아두이노와 전자회로, 컴퓨터 코딩을 연계한 수업을 하고 싶어요. 이 외에도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해 학생들이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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