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점은 지역의 중심이었다. 지루하지 않게 친구를 기다릴 수 있는 약속장소였으며 정보 교류의 장이었다. 나라와 도시를 넘어온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서점의 역할이었다.
요즘 동네 서점은 온라인에 밀려 문을 닫는 곳이 늘었다. 1994년에 5700개였던 서점이 2013년에 이르러서는 1700개로 줄었다는 통계를 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동네 서점 살리기 캠페인이 벌어져도 어색하지 않은 요즘, 거꾸로 지역 문화를 이끄는 서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하고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는 독특한 우리 동네 책방 세 곳을 소개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한양문고 주엽점·마두점
지역주민 향해 활짝 열린 문화 공간
한양문고는 마두점이 2004년 올림픽스포츠센터 지하에 먼저 문을 열었고, 2010년에 주엽점이 태영프라자 지하에 들어섰다. 한양문고 주엽점은 600평으로 일산지역에서는 가장 넓은 규모의 서점이다.
한양문고 주엽점은 문학부터 인문, 역사, 원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갖추고 있다. 책을 볼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갖춘 아동 코너, 퍼즐 보드게임 코너도 인기다.
마두점은 최근 강의실 공사를 마치고 지역주민이나 인근 직장인을 위해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한양문고는 저자강연회, 전래놀이, 음악회와 인형극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예술인문학페스티벌 도서전, 녹색어머니회 도서전 등 지역 단체와 협력한 행사, 초등학생 대상의 복합 문화행사 ‘책방나들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양문고 주엽점·마두점을 즐기는 3가지 포인트
Point 1 카페가 있는 갤러리 ‘한’
한양문고 주엽점에서는 카페가 있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갤러리 공간을 이용한다. 오는 25일(토)에는 철도 여행서적 작가들을 초청해 ‘여행 토크 콘서트’를 연다.
Point 2 아동·성인 대상 문화공연
지난해에는 ‘그림책과 함께하는 전래놀이’, 하우스 음악회, 월드뮤직과 낭독회 등을 올해에는 블리스콘서트, 마리오네트 인형작가 옥종근 공연, 몽골 인형극 등을 열었다.
Point 3 강의실을 사랑방처럼
주부들의 영어모임, 지역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강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마두점도 강의실 공사를 마치고 인근 직장인들이나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위치 주엽점 일산서구 중앙로 1388 태영프라자 동관 B1 / 마두점 일산동구 마두동 801 올림픽스포츠센터 B2
문의 주엽점 031-919-9511 / 마두점 031-905-0700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
“한양문고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서점이 되고 싶습니다. 갤러리와 강의실 등 서점 공간을 열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쉼터 공간이자 사랑방으로 부담 없이 찾아 주세요.”
>>>일산동 후곡문고
책 읽어주고 클래식 연주하는 동네 책방
후곡문고는 김남인씨 부부가 13년 째 꾸려가고 있는 일산 토박이 서점이다. 후곡 학원가에 있어 학습지와 참고서가 주를 이루지만 지역주민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코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후곡문고는 저자와의 만남, 클래식 공연, 어린이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등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입시 전문가를 초청해 효과적인 독서와 논술 전형에 관한 특강을 듣기도 했다.
김남인 대표는 “세월호 사건을 보며 저렇게 무책임한 어른이 왜 생겼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고 싶었다. 의무감과 책임감, 배려를 어릴 때부터 키워주는 것, 좋은 책을 많이 들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깨달음이 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호응도는 높았다. 김남인 대표는 “그만큼 교육에 관한 부모들의 고민이 많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후곡문고를 즐기는 3가지 포인트
Point 1 연 3~4회 클래식 연주회
지난해에는 5회에 걸쳐 클래식 소품 연주회를 열었다. 성악 연주, 시낭송회 등 문화 공연은 40여 석의 좌석이 꽉 찰 만큼 호응을 얻었다. 올해에도 피아노 3중주, 클래식 기타 등의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Point 2 책 읽어주는 ‘와바글 책친구’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마다 오후 3~4시에 전문 강사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크레용이 화났어!’ 등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눈다. 셋째 주 수요일에는 전문 강사의 해설에 따라 명작 DVD를 관람한다.
Point 3 저자와의 대화
유명한 시인이나 동화 작가, 소설가 등을 초대해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후곡문고 김남인 대표
“문화의 향기를 느끼는 공간인 서점에서 고객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2세들의 전인적 인격 형성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건강한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위치 일산서구 일산로 577
문의 031-925-4300
>>>백석동 미스터 버티고
생맥주 마시며 세계 문학을 읽다
백석동 미스터 버티고는 출판사를 운영하던 신현훈씨가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운영하는 문학 전문 책방이다. 발코니는 물론이고 통 유리창 앞과 서점 코너에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마련해 두었다. 카페 메뉴도 판매하고 있어 아담한 북 카페처럼 보이지만 6천여 권의 책을 갖춘 당당한 서점이다.
미스터 버티고는 세계 문학을 지역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영미권 문학뿐 아니라 아시아, 북유럽, 동유럽, 아프리카에 아랍권 까지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추리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출신의 요니스뵈, 넬레 노이하우스 같은 유명 작가들의 책은 눈에 띄는 코너에 따로 꽂혀 있다. 특히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절판된 것을 포함해 출판된 모든 책을 구비하고 있다.
미스터 버티고를 즐기는 3가지 포인트
Point 1 생맥주가 있는 서점
생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서점이다. 맥주 외에도 커피 허브차 등 다양한 카페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Point 2 나라별로 분류한 세계 문학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중남미 동유럽과 이탈리아 아랍권 아프리카 문학까지 세계 곳곳의 문학을 접할 수 있어 문학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다.
Point 3 독특한 기획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독특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어느 단골의 아이디어에 따라 ‘훈남 작가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 훈훈한 모습부터 윤동주, 백석 시인의 사진도 보인다.
버티고 신현훈 대표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죠. 이곳에서라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다 차 한 잔 하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되고 싶어요.”
위치 일산동구 강송로 73번길 8-2
문의 031-902-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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