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우리 주변에 남다른 솜씨를 가지고 계신 주부님들이 많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해온 우리의 솜씨 맘들. 자신의 솜씨를 이웃들과 나누며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솜씨 맘들을 내일신문에서 만났습니다.
탄현동 이승수 주부는 캘리그래피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림 그리듯 글씨로 나타내는 것’이라 말한다.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자유롭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더 풍요로워지고 따뜻해진 그녀의 생활 이야기, 7월의 솜씨 맘에서 소개한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자유롭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에 빠지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캘리그래피 수업을 진행하는 이승수 주부에게 캘리그래피는 ‘다양한 기법으로 자유롭고 아름답게 쓰는 글씨’를 넘어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도구’이다. 그녀는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면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문인화를 배우고 글씨를 쓰기 위해 한글 서예 수업도 듣게 되었단다. 하지만 이씨에게 옛 문구를 보고 그대로 적는 작업은 들이는 오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취감도 그리 크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고.
그러던 중 우연히 캘리그래피를 접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캘리그래피는 자유롭고 쓰임새도 다양한데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승수 주부의 말이다. 또 책 읽기를 즐기고 특히 시를 좋아하는 이씨에게 시를 글씨로 적으며 그 내용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캘리그래피는 많은 부분으로 응용과 접목을 할 수 있어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하고 새롭다’고 말한다.
‘수다스토리’에서 나눔 수업 시작
그녀는 카페 ‘수다스토리’에서 캘리그래피를 하는 선생님을 만나 글씨를 배우고 ‘지혜공유 나눔 공동체’의 제의로 ‘수다스토리’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업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매주 진행되는 수업은 3개월이 한 분기로 처음 3개월은 선 연습, 붓과 친해지는 연습을 시작으로 기본 자음·모음 쓰기와 변형 연습을 한다. 그 후에는 짧은 문장 쓰기, 다양한 도구로 글씨 쓰기 등을 한다. 3개월이 지나면 캘리그래퍼 강병인 선생의 ‘들꽃 하나 피었네’라는 책을 읽고 책 속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글씨체를 찾아 옮기고 자신의 느낌을 글씨체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단다. “수업에 오신 분들은 글씨를 잘 쓰고 싶어서, 친구들과 같이 여가를 보내고 싶어서, 캘리그래피가 궁금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시죠. 모두 처음에는 다소 힘들어하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성취해내는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시와 글귀들을 읽게 되는 것도 생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으로 1분기 때부터 열심히 즐겁게 글씨를 쓰는 목사님을 꼽는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며 ‘이렇게 시간을 내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잘하셔서 제가 크게 할 일은 없었고 약간의 조언만 해드렸죠.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시도해 보면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모습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글씨를 써서 개인적으로 전시도 하고 주변에 선물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또 전통놀이지도사로 활동하는 수강생의 경우는 처음에는 수업을 힘들어하고 재미없어 했단다. “그분이 ‘왜 그럴까?’ 생각하며 남편과 얘기해보니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목적이 일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필요 때문에 배우는 마음이 컸다는 것을 안 거죠. 그때부터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을 바꿔 먹으니 너무 재미있어지고 자신감도 생기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녀가 캘리그라피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편안한 마음, 자기 자신이 캘리그래피를 통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과 나누고 교류하는 기쁨 계속 느끼고파
이승수 주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자수, 조각보 등 수공예 수업을 같이 하는 ‘옹기종기 수다 떨다’의 여러 사람과 공동으로 파주출판단지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과 또 새로 만든 7개의 작품을 내놓았다. 작품들은 여러 재료와 캘리그래피를 접목해 만든 것들이다. 나무 위에 글씨를 쓰고 또 나무를 파서 도자기를 박아 그 위에 글씨를 썼다. 처음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생각할 때 자신은 작품을 만들어 전시해본 사람도 아니라서 좀 막막했단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에 대해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을 생각하면서 만들다 보니 그 의미를 찾게 됐죠. 작품 하나하나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어서 그런지 참 기쁘고 뿌듯했어요.”
시인이었던 한 지인의 아버지를 위해 그의 유고 시를 캘리그래피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또 친구를 위해 그 친구가 쓰던 오래된 도마 위에 글씨를 썼다. 일곱 작품 모두 전시가 끝나면 그 사람들에게로 보내지게 된단다.
그녀에게는 캘리그래피 그 자체보다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들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또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여러 분야를 캘리그래피에 응용하는 것과 다양한 분야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단다. 앞으로 그녀가 계획하고 꿈꾸는 삶은 ‘여러 공동체와 공간에서 내가 나눌 수 있는 캘리그래피 수업을 계속하는 것이고 그 모임 속에서 나 또한 같이 성장했으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모임 안에서 배우고 나누며 사람들과 즐겁게 교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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