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_ ‘구름위의 도서관’ 도서관지기 김경훈
책은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플랫폼, 또 다른 구름위의 시리즈를 기대하시라!
참 묘한 도서관일세…, 구름위에 도서관을 지었다는 게 상상에서나 가능한 게 아닐까. ‘구름위의 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틀에 갇힌 생각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 마을주민이 도서목록을 올리고, 책을 대출하고, 배송까지 직접 한다. 대출과 반납신청은 오로지 구름위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하나뿐일 구름위의 도서관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온갖 궁금증의 주인공 김경훈 씨가 수줍게 리포터를 맞는다.
■‘도서관 위치: 권선구 금곡동, 호매실동 구름 위.’ 마을 전체가 구름위의 도서관
“오픈한 지 1년 2개월 정도 됐네요. 소장도서가 900권쯤, 소설이나 인문서적들이 많은 편이고, 하루에 2~3권 정도의 대출신청이 들어옵니다. 회원은 50명 남짓,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주말을 반납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대출기간은 3주, 대출부터 반납은 자전거를 탄 동네주민이 맡는다. 3000원의 왕복배송비 중 500원은 책주인에게 지역화폐 별로 적립되고, 나머지는 배송원이 갖는다. 정액요금제로도 운영, 20권에 3만원, 30권에 5만원으로 대출시마다 대출가능권수가 차감된다. 책을 대출하거나 책을 등록하면 역시 권당 100별을 적립해준다. 배송비를 결제하는 도서대출이라…,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싶은데, 김경훈 씨는 구름위의 도서관 경쟁상대는 공공도서관이 아니라고 답한다.
“무의미해진 책장 속 책들의 가치를 재활용하고, 누군가에게 책을 빌려주면서 생기는 지역화폐로 지역공동체를 도와주고 살리자는 취지가 담겨있어요. 적립된 별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배송을 맡은 지역의 경력단절여성은 작은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그 비용 역시 지역에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지역경제가 순환된다고 할 수 있죠.”
■대안학교로 맺은 공동체와의 인연, 사소한 아이디어가 사회적기업으로 구체화되다
구름위의 도서관(www.mybookcloud.co.kr)은 사소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딸아이 반 친구 아빠들과 책모임을 하면서 각자 소장하고 있는 도서리스트를 공유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장서 수도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하면서 운영이라든가 홍보방법에 대해 구상하길 2년 여, 2012년 말에 사업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지역기반 도서공유 아이템으로 선정됐어요. 사업자등록부터 홈페이지 구축, 디자인 등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면서 이름도 ‘우리마을 책방’에서 ‘구름위의 도서관’으로 바꿨어요.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도 있고, 무엇보다 마을구름 위 가상의 도서관이란 의미가 담겨 있죠.” 김경훈 씨는 이런 발상과 사업이 가능했던 건 유독 공동체가 많은 금곡동, 호매실동의 지역적인 혜택 덕분이라고 했다. 공교육에 대해 회의가 들던 차에 딸아이를 호매실동에 있는 초등대안학교에 입학시키면서 거주지도 정자동에서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다. 아이를 같이 키우고, 가치를 공유하는 모습들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고. 이들의 문화가 전염된 결과물이 아마도 구름위의 도서관이었던 모양이다.
■구름위의 도서관은 시작에 불과, 지역화폐 별을 활용한 다른 사업도 구상
지역화폐 가맹점을 찾는 일은 숫기 없는 김경훈 씨에겐 꽤 묵직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취지를 듣고 가게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었다고. 현재 분식집, 커피전문점, 유기농가게, 신나는나눔가게가 가맹점으로 등록돼 4000별 이상이면 이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를 살리자는 의미에서 가맹점 역시 프랜차이즈 업종은 제외, 지역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소상공인, 지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곳들을 대상으로 했다. 가맹점에서의 사용 외에 마을 내 지역공동체에 후원도 가능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이 외부의 경제적인 충격으로 뜻하지 않게 일터를 잃게 된다면 과연 살고 있는 집도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노하우, 손재주 등 무형의 자산들을 제공하고 지역화폐로 돌려받을 수 있다면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먹고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은 지역화폐를 위한 플랫폼사업일 뿐, 궁극적으로는 구름위의 반찬가게, 옷가게 등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지역에 갖는 애틋한 애정과 사랑이 그의 얘기에서 뚝뚝 묻어져 나왔다. 그래서 구름위의 도서관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요즘엔 같이 일할 팀원이 아쉽기만 하다.
■가치를 공유하는 누구라도 ‘구름위의 도서관’ 지점 오픈 환영
“물론 구름위의 도서관이 잘 운영돼서 2호점, 3호점 등 지점이 만들어지는 게 사업하는 사람의 목표 아니겠어요.(웃음) 로열티, 컨설팅 비용 이런 거 전혀 없어요. 수원이든 경기도 어느 지역이든 이런 취지에 동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기존의 홈페이지를 지역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놨다는 김경훈 씨는 그래도 약간의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마을단위 사업으로 제안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천에 옮기지 않는 지역사랑은 의미도 없고, 색깔도 쉬이 바래지기 쉽다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곱고 예쁜 지역경제를 꿈꾸는지, 작은 거인 김경훈 씨는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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