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뜨거운 7월의 한낮. 채식을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주부들이 아이들을 대동하고 모였다. 아파트 숲을 벗어난 유성구 장대동의 한 가정집이다. 서너 살 아이들부터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온 초등생까지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과 20대 초반의 미혼 남녀까지 채식에 관심을 가진 채식평화연대(이하 채평연)의 회원들이다. 이번 7월 채평연 자연육아 대전모임엔 어른 12명과 8명의 아이들이 함께했다.
한 달에 두 번 모여 음식과 육아 노하우 나눠
정은영(45)씨는 이 집의 주인장으로 채평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 씨는 7년째 채식을 실천해오며 채식을 전파하는데 열심이다. 자연육아를 비롯한 대전 지역 채평연 모임 장소로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놓았다. 정 씨의 집은 채평연 정기모임뿐 아니라 회원들이 자주 들러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한다.
채식평화연대는 완전 채식을 향해 서로 협력하는 사람들의 자기 실천 모임이다. 전국 8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지역단위 모임을 가져오다 이번 5월 전국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들은 채식이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인류와 지구를 건강하고 평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후손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운동이라고 믿는다.
자연육아 모임은 채식을 시작하며 힘든 점, 궁금한 점들과 육아문제도 함께 해결해 보고자 시작된 모임이다. 올 1월부터 한 달에 한번 모여오다 최근 들어 두 번으로 횟수를 늘렸다.
이번 모임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동화책 읽기, 육아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로 시작했다. 점심은 현미밥과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새로운 요리법도 서로 나눈다. 토마토와 양파로 담근 장아찌와 간장을 도토리묵 양념으로 활용한 묵 요리가 눈길을 끈다. 채친 오이와 당근을 생김에 싸먹는 김쌈도 인기가 높다. 가지구이와 깻잎 찜, 자연농으로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만든 샐러드도 입맛을 돋운다.
식사와 설거지, 뒷정리까지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할 일을 조용히 진행해 소란스럽지 않고 평온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따리 학교’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워
오후에는 더운 여름을 맞아 ‘엄마표 아이스크림 3총사’를 정 씨가 소개했다. 자연육아모임 회원 중엔 아토피 아이를 가진 엄마가 많다. 색소와 첨가물, 설탕, 우유, 달걀, 크림을 사용하지 않은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풍부한 맛의 아이스크림이다.
얼려둔 과일들과 삶은 콩, 두부, 차가운 물 그리고 약간의 소금이 재료의 전부다. 정 씨는 딸기향 가득한 딸기 아이스크림, 상큼한 참외 아이스크림, 부드러운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보였다. 셔벗에 가까운 아이스크림은 상큼하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다. 아이들도 그릇을 싹싹 비운다. 반전의 맛을 보인 참외 아이스크림은 히트 품목이었다.
모두들 둘러앉아 오늘 모임을 통해 느낀 점이나 감상을 나누고 공식적인 일정은 끝났다. 이제 서로가 편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자유로운 일정이다. 회원들 중에는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이 채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채식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채평연의 자연육아모임에 ‘보따리 학교’는 빠질 수 없다. 아이들이 보따리를 싸매고 회원들의 가정을 찾아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다. 정규학교가 아닌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학교로 채평연 회원 아이들과 회원들의 가정이 학교의 공간이고 학생들이다. 부모의 역할은 정보와 취지를 알려주고 격려하는 것이다. 참가 신청부터 먹을 것, 입을 것, 신을 것, 잘 것, 놀 것, 즐길 것 등 머무는 동안 필요한 일체의 것을 스스로 준비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다 스스로 챙겨가는 것이 기본이다. 모든 준비물은 비건(완전 채식)이 원칙이다. 아이들을 위해 집을 학교 공간으로 제공한 가정의 주인은 주의 깊은 관찰만 할 뿐 대부분 일들을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보따리 학교’를 통해 채평연이 지향하는 채식을 엿볼 수 있다. 채식은 단순히 먹거리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활습관의 변화와 새로운 채식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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