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청소년 동아리- 초·중·고 연합 봉사 동아리 ‘이봉사심봉사’
치매 어르신들에게 클레이 공예 가르치며 재능기부 하는 학생들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치매요양소 강좌 열기위해 자격증까지 취득
분당노인종합복지관에는 초기 치매환자를 위한 요양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곳 요양소에서 어르신들에게 클레이 공예를 강의하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초등, 중등, 고등학생이 연합해서 만든 ‘이봉사심봉사’회원들이다. 고등학생은 강의를 하고,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은 조교역할을 한다. 연탄, 메주, 하얀 박을 이은 초가집 등을 만들면서 누구보다 즐겁게 수업에 열중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수강생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어르신들이 즐거워야 보람, 오케스트라에서 클레이 공예 바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 반겨주셔서 이곳에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고요. 중학교 때부터 이곳을 찾아 오케스트라 연주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클레이 공예라는 아이템으로 바꾸면서 어르신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불곡고 2학년 이지아 학생의 말이다. 이 양은 분당노인복지관에서 클레이 공예 강의를 직접 진행하는 어엿한 강사다. 치매 어르신들이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클레이 공예를 알게 됐고, 제대로 하고 싶어 관련 기관을 다니며 클레이 공예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곳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매달 오케스트라 봉사를 오던 곳이에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인기가 별로 없었답니다. 눈에 초점도 없이 음악을 듣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속상했어요. 우리는 엄청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이 도통 없으니 신도 안 나고 오히려 힘들었죠.”
‘이봉사심봉사’ 회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클레이 공예 수업이다. 1년간 수업할 내용을 계획안으로 작성한 것은 물론 매 수업마다 만드는 방법부터 수업과정 그리고 그날 아쉬운 점까지 모두 기록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후 더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
“수업을 짤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에요. 어르신들이 즐겁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수업과정을 일일이 다 메모하는 것도 바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르신들이 저희들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고등학생은 강의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조교 역할
‘이봉사심봉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실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인터넷과 책도 수없이 뒤적거렸다. 매 수업마다 작품을 하나씩 만들기 때문이다. ?
“처음에는 빼빼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 표정이 시큰둥한 것을 보고 깨달았죠.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아이템을 찾자고요. 초가집, 메주, 연탄 등이죠. 정말이지 어르신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옛날 얘기도 해주시고 그 전에 비해 수업에 활기가 넘쳤습니다.”
이(二)봉사 심(心)봉사는 신세대와 어르신 두 세대가 마음(心)으로 하나 되는 봉사, 마음을 다해 하는 봉사라는 의미로 만든 이름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함께 하다 보니 수업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어르신들은 초등학생들을 귀여워하신다고.
“언니들을 따라 지원군으로 오게 됐는데, 이제는 제가 더 즐거워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정말 잘해주세요. 남몰래 먹을 것도 주시고, 선물도 주시고 그래요. ‘이봉사심봉사’에 더 많은 친구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6학년 이수아 양의 말이다. 구미초, 구미중, 불곡고, 분당 중앙고, 분당고 학생 8명이 모여 만든 ‘이봉사심봉사’. 풀뿌리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새 3년이 넘었다. 이 활동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고령화 사회는 부모님의 미래,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 ‘이봉사심봉사’가 노인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만 때우기 위해 복지관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처음에는 봉사의 진정성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1년 넘게 복지관을 다니면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친분을 쌓아 허락을 받아낸 봉사활동이다.
“이렇게 번듯한 강좌를 만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강의준비를 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많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힘들어서 쓰러진 적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학생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탄, 메주와 고추말리기, 초가집 등을 만들 때는 어르신들이 더 수다스럽다고 ‘이봉사심봉사’ 회원들을 입을 모은다. 추억을 말씀하실 때 초점이 없던 눈에 빛이 나고,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단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밤늦게까지 아이템 회의를 해요. 아이템을 정하면 인터넷에서 자료 찾고, 강의를 위한 PPT도 만들어요. 우리 용돈으로 재료까지 구매하면 수업준비가 끝나죠. 요즘에는 ‘다음에는 이거 만들어보면 어때?’하시면서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아이디어를 내시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가 됐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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