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오래된 영화 ‘씨네마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진로교육의 중요성과 가치 나누는 공감대 형성
“나는 누구일까?”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어른이 돼서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20년 교직 생활을 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은 내겐 설레는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진로진학 교사 연수를 신청했다. 연수를 받으며 진로교육이 생각보다 방대하고 철학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학생들의 삶에 구체적인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로진학 교사로서의 첫해는 상담에 주력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수업과 업무에 쫓겨 살던 지난 시간을 위로해 주듯 아이들과의 만남은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 교사로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진로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진로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도 시급했다. 안곡중 문영애 교장선생님의 지원으로 학교에 진로비전부를 만들어 진로진학 업무만 담당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진로교육이 잘 되기 위해선 동료 교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교사들은 아이들을 걱정하고 필요에 따라 상담을 하며 아이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진로교육과 연계된 일들이다. 학교가 가야할 큰 틀의 진로로드맵을 만들고 진로관련 연간 행사들을 사전에 계획해 교사들과 이를 공유했다. 이렇게 시스템 만드는 작업에 주력한 결과 지금은 진로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끈끈해 진 것 같다.
의미와 보람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 진행
안곡중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성과 진로 분야의 표준화 검사를 실시한다. 해마다 12월에 실시하는데 학년말에 결과지를 담임교사와 가정에 전달한다. 이후 새학년이 되면 추가 간이 검사를 실시하고 두가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 상담을 진행한다. 개인별로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검사를 통해 학생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고 진로 방향 설정의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계획하고 기록할 수 있는 진로포트폴리오 자료집을 만들어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학사일정과 창의체험활동, 수행평가, 시상내용, 상담 기록 등을 자료집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자료집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이를 관리해 줄 교사 교육도 병행했다. 담임교사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써준다면 학생들이 습관을 잡고 꾸준히 기록해 자료집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업체험 행사는 학기별로 1회씩 실시했는데, 1학기 때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직업을 조사해 관련 직업인들의 교육 기부로 진행했다. 2학기 때는 교사들과 함께 하는 직업 현장체험을 다녀왔다. 교사들이 일일이 55개의 직업 현장을 발굴해 학생들을 인솔해 다녀왔는데, 교사들의 반응이 좋았다. 교사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행사들을 업무로 국한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아 낸 동료 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진로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연계돼야 한다. ‘진로! 행복찾기’라는 주제로 학부모아카데미를 학기별로 진행했다. 1학기에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주제로, 2학기 때는 특성화고와 특목고 진학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학부모님들에게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나아가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행복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한다
우리 사회는 행복과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달라지고 있다. 공부만, 대학만을 강요하는 부모님들의 시선이 조금 더 빨리 달라져야 한다. 대학 진학은 인생의 도구일 뿐 목표가 될 수 없다. 공부가 안 맞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특성화고에 진학해 눈빛이 달라지고, 진지한 태도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학과 공부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뤄두기 보다 아이가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공부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공부한다. 물론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성장통이 실패가 아님을 알려주고 이겨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진로교육은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교육이자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진로진학 교사는 이것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제일 좋은 나에게 진로진학 교사의 일은 나의 정체성이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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