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즐거우며 누구나 좋아하는 ‘노는 것’으로 사업 밑천을 삼은 청년이 있다. 다함께 놀자며 판을 깔고 동네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강동구 마을기업 ‘놀자씨씨’의 이용성(30세) 대표가 주인공이다.
명일역 부근 주택가에 자리 잡은 놀자씨씨 사무실은 담박에 눈길을 끈다. 검게 칠한 벽을 따라 아담하게 꾸며놓은 화단, 그리고 격자 창틀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채운 삐딱한 유리 칠판, 책상 겸 회의탁자로 쓰이는 기다란 테이블, 여럿이 어울려 차나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바, 편하게 쉴 수 있는 소파까지 구석구석을 알차게 꾸며놓았다. 이곳은 1인 기업가인 이 대표의 사무실 겸 동네 사랑방, 강의실, 공연장으로 시시때때로 변하는 가변 공간이다.
독립해 보라는 스승 권유에 ‘놀자씨씨’ 창업
명일초, 강일중, 한영고를 다니며 강동키드로 자란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마을기업 대표란 타이틀을 단 뒤 강동구 내 이색 공연과 축제, 벼룩시장을 차례로 선보이며 사업기반을 다져나가는 중이다.
“지자체마다 앞 다퉈 마을 축제를 여는데 출연하는 공연팀이나 프로그램 구성도 다들 엇비슷하더군요. 내가 사는 강동구의 축제만큼은 분명한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입니다.”
대학에서 호텔컨벤션학을 공부한 뒤 7년간 이벤트회사를 다니며 공연, 축제, 파티 같은 문화기획의 전 과정을 밑바닥부터 익혀온 그였다. “한복페스티벌, 영암 F1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감독한 유용범 교수님 밑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내게는 스승이자, 상사이고 아버지 같은 분인데 이쯤에서 독립해 홀로서기를 해보라 권하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냈지요.”
머리로 재기 보다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부딪혀보고 강의실 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걸 즐기는 그에게 마을기업이란 낯선 용어에서 가능성을 봤다. “무작정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강동구 내 청년 모임에 나가 인맥을 쌓았어요. 서울시 지원 사업 공모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동시에 자비를 털어 놀자씨씨의 정체성을 보여줄 마을 파티까지 열었습니다.”
강동구 공연팀과 연 놀자파티에서 가능성 발견
동네 휴카페를 빌려 강동구에 기반을 둔 밴드, 마술사, 뮤지션, 탭 댄서 등 6팀을 발굴해 무대에 세웠다. 강동구 주민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한 첫 번째 파티에서 그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역의 모든 공연과 축제는 강동구 출신으로 자급자족하며 문화기획의 틀을 새롭게 짜 아티스트도 기획자도 윈윈하는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편으론 그동안 남을 놀게 하느라 정작 나는 놀지 못했는데 이제부터는 나도 남도 함께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속내도 깔려있었죠.” ‘똘기’ 충만한 그의 시도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받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연말에는 찜질방을 통째로 빌려 청소년 밴드 동아리부터 강동구 내 각종 공연팀이 총출동한 찜질방 파티를 열었다. 강동구 주민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에서만 신청받았는데 주민 400여명이 참석할 만큼 입소문이 빠르게 났다. “가족, 연인, 친구 같은 다양한 그룹이 찜질방으로 찾아와 공연을 감상하며 댄스파티를 즐겼어요.”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실험 도전중
강동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마을축제도 공연팀, 무대와 음향기술팀 등 100여개 팀을 긴밀하게 조율하며 무사히 치러냈다. 올해는 강동구 내 마을기업, 협동조합에서 만든 제품을 벼룩시장 형태로 판매하는 강동사회적경제장터 뜰장 운영까지 맡게 됐다.
“정부지원금에 기대기 보다는 1인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자립하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내 깜냥 안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놀자씨씨 사무실 공간에서는 그동안 쌓은 지역 인맥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실험’을 꾸준히 시도중이다. 초콜릿을 실컷 먹는 초콜릿 파티부터 영화상영, 콘서트 같은 문화이벤트도 간간히 열고 있다. 매주 기타강습이 열리며 동네 고교생들 이 공간을 독서실로 활용중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심심할 때마다 들러 바둑, 장기를 두며 쉬었다 갈 수도 있다.
“정년퇴임 후 취미 삼아 그림 그리는 할아버지랑 친해졌어요. 어르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 쌓이면 동네의 이색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려고 벼르고 있어요.” 이처럼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이색 놀거리’를 개발하기 위해 그의 머릿속은 늘 분주하다.
‘놀면서 돈 벌자’가 좌우명이라는 그는 지역 내 문화예술자원을 엮어 재기발랄한 강동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향해 천천히 전진중이다.
·놀자씨씨 facebook.com/playnolza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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