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개교 60주년을 맞는 서라벌고등학교(학교장 김형기)는 1998년 노원구 중계동으로 이전해 자리 잡은 이후 지난 17년간 인근 지역 중학생들의 높은 배정 선호도를 굳건히 지켜온 노원구의 사학 명문이자 지역의 자부심이다. 이제 일반고 진학지도의 선봉에 선 서라벌고를 탐방하여 수시지원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대담 김황배 3학년 부장교사)
“전통적으로 정시가 강한 학교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시 합격률은 올해도 더 늘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축적된 학교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진학지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수시지원전략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만의 자체 진학 데이터이다.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인적 자원과 진학 기록을 지니고 있는 면에서 서라벌고는 단연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수시 진학률 높여가는 서라벌의 명품 교육 프로그램
서라벌고는 2014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9명과 (중복포함) 연세대 27명, 고려대 20명, 서강대 11명, 성균관대 8명, 한양대 23명, 의치한 5명을 합격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이중 수시 합격자가 59명, 정시 합격자가 44명으로 수시 합격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학교 측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몇 년간 체계적인 수시 비교과 프로그램을 구축하는데 집중적으로 공을 들여온 결과이다.
학교가 가장 자랑하는 프로그램은 한 달이 넘는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인문학 심포지엄’.
올해는 ‘동서양의 사상적 만남과 교섭’을 주제로 펼쳐지는데 보통 3~4명이 한 팀을 이루어 참가신청을 한 후 지도교사의 추천을 받아 예선과 본선을 거쳐 최종 토론대회를 열고, 그 결과를 공동논문으로 작성한다. 자연계열에서는 단연 ‘수리과학 콘퍼런스’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역시 한 달 넘는 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이공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수리논술 능력을 토대로 분석, 비판 사고능력을 함양하고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할 수 있는 소양을 쌓도록 한다. 상경계 지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심화된 경제 이론을 습득할 수 있는 경제 토론대회가 있다. 이 세 가지 프로그램 모두 준비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희망 전공과 관련한 소양을 쌓게 하는 한편, 생활기록부에 기록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전공적합성을 증명하게 된다.
다양성과 심화학습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비교과 프로그램
과학 독후감 대회, 과학캠프, 과학퀴즈 골든벨, 천체사진 공모대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서라벌고만의 특징은 백화점식 활동의 나열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학 희망에 따라 설계된 수준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높은 참여도를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라벌 사이언티스트’라는 창업 동아리에서 제작한 ‘스쿨맘’이라는 앱이다. 이 앱은 작년 과학기술부 장관상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부터는 이 앱을 이용해서 본교는 물론 서울 소재 모든 초·중등학교의 공지사항과 가정통신문들까지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학교와 학부모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올해의 역점사업인 R&E 대회 역시 심화된 실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참여도와 기대가 뜨겁다. 면접을 통해 1, 2학년 학생 중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학기말에 R&E 창의력 대회에서 결과물을 출판할 예정이다. 올해는 특히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입자실험실에서 cosmic ray 검출장비를 대여하여 학교에 설치하였고 연세대학교 박사과정 조우람 연구원과 연세대학교에서 입자물리실험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라벌고 물리교사 황명진 선생님, 그리고 자율동아리 (SPRG: Sorabol Physics Research Group, SPEG: Sorabol Physics Education Group)학생들과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권영준 교수님 입자물리실험실과 공동으로 우주입자에 기인한 2차 샤워입자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통해 주된 측정 가능 에너지 범위를 유추하여 우주에서 날라 오는 우주입자의 종류와 에너지를 알아내고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을 검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험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학생들은 물리학, 전자공학, 통계와 컴퓨터 프로그램등의 교육을 받으며 대학수준의 심도 있는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그 기대가 자못 크다.
서라벌고등학교의 입시 경쟁력은 정규교육과정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자연계열 이수과목에 탐구II 과목을 폭넓게 편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교과운영의 편리함보다는 학생들의 심화학습을 돕고 이에 더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모든 학생들의 독서활동 이력을 축적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곧 학교생활기록부로 연결된다. ‘무박 2일 독서캠프’는 주제를 정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교사와 학생간의 이해와 신뢰를 쌓는 프로그램으로 높은 참여율로 인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참가할 수 있다.
전교생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들 또한 풍성하다. 그 중 희망자서전 쓰기 대회는 전교생이 참여해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실 있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83개의 자율동아리가 운영 중이며 로보틱스, 서라벌 사이언티스트 같은 인기 동아리는 가입경쟁이 높기로 유명하다. 수학 DMZ, ECON은 각각 수학과 경제학 심화학습으로 수시 진학률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높은 경쟁률과 오랜 동아리 전통 때문에 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학생들이 갖는 자부심은 곧 학업 성취도로 반영되기도 한다.
5년 전부터 모든 방과후 활동은 자율로 진행된다. 이후로 학생의 참여도가 높아져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3초 마감’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방과후 학교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방과후 학교1은 수업 후 이루어지는 보충수업의 형태이고 방과후 학교2는 다양한 특강 형태의 수업으로 전공 관련 심화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세 번째는 자율학습이다. 요일별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신청해 따로 마련된 자율학습실에서 자기주도학습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렇듯 다양한 방과후 학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최대한의 선택권을 갖고 원하는 학습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
서라벌만의 방대한 자체 데이터와 인적 자원
재학생의 숫자 뿐 아니라 각 대학 진학에 성공한 졸업생 자원 역시 풍부하기 때문에 진학지도에 큰 도움이 된다. 졸업한 선배들은 직접 모교 후배들에 대한 1:1 멘토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멘토링를 받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또다시 후배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각 분야에 포진해있는 5만여 명의 동문들 역시 매년 재학생 후배들에게 다양한 장학금을 주는 등 모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선순환이 명문 서라벌이라는 네임 밸류를 창출했고 이는 다시 학생들의 자부심과 학구열로 이어진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 혼자만의 수월성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 교사 전체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모든 비교과 프로그램이 교사들의 참여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사들의 노력도 학생들의 열정만큼이나 뜨겁다. 사교육을 대신해 모든 학습과 활동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데에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향학열을 뒷받침하는 교사들의 지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라벌의 교육력의 원천에 교사의 뜨거운 열정이 있음을 또한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입시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학생들의 열정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서라벌고등학교는 앞으로도 명문으로서의 전통을 더욱 뚜렷하게 쌓아갈 것이다.
장성희 리포터(rit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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