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사무국 빌리지 현장학습에 참여한 키베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제13회 NooN전에 전시된 사진작품들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미술교사지만,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이가 있습니다. ‘작품에 몰두하는 그 순간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준다’고 말하는 그는 대송중학교의 박영일 선생님입니다. 지금은 작가라는 호칭이 거북스럽다지만, 숨길 수 없는 작가본능은 그를 예술가의 길을 걷게 했습니다. 대송중학교(교장 최경희)를 찾아 박영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소년 박영일, 교사의 싹수가 보이다
박영일 교사는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걸 좋아했다. 이미 초등학생 때 가리방(등사판)을 긁어 시커먼 잉크를 붓고, 시험지를 만들었다.
“반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만들어 나눠주고, 공부를 가르쳤어요. 그게 정말 재밌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수학을 가르치곤 했다. 연필이 진하게 써지는 것이 싫어서 마늘을 꽂아 쓰곤 했는데, 지금도 코끝을 알싸하게 했던 그 마늘향이 나는 것 같다고 한다. “비록 시골학교였지만, 늘 전교 1,2등을 했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녹록치 않아서 공주사범대 미술교육과에 갔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술반을 해서 그림에 소질이 있었거든요.”
전공은 삼국지에서 본 인물화와 산수화의 매력에 이끌려 동양화를 선택했다.
숨길 수 없는 작가본능, 수차례 전시회 열어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교사가 돼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해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열었다. 승진기간 5년을 제외하면 지금껏 25년 동안 그랬다.
“붓을 놓지 않았던 건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지도하더라도 그리는 일은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너희들은 간판장이가 아니다’고 하셨거든요.”
대광중학교에 있을 때는 경기도교육청의 의뢰로 강화도 호국교육원 세종숭모실에 걸 ‘측우기도’를 그리기도 했다. 수원으로 옮기고는 수원문화원 ‘경기청년작가 초대전’에 출품을 했고, 문화소식지 ‘수원사랑’표지에도 그림이 여러 번 실렸다. 고향에서 발행되는 태안신문에는 원숭이 그림이 소개됐고, 뉴코아백화점에서는 ‘3인의 근작전’을 열기도 했다. 현재는 아람미술관에서 고양시 미술교사 모임 NooN의 13번째 전시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그리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는데, 지금은 사진을 찍어요. 지난해 다녀온 케냐 교육 봉사에서도 사진을 찍었어요. 그 사진으로 파주출판단지 김영사에서 아프리카교육사진전을 열었는데, 그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작품 활동의 성취감, 학교교육에도 긍정적
작품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이랄까? 그 만족감은 학생을 가르치는데도 그대로 이어졌다. 교과수업은 물론 미술동아리 지도에도 열정적이어서 학교에서는 늘 일 잘하는 하는 교사로 통했다. 전시 관람부터 오페라 감상, 예술영화 감상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학생들과 함께 하고, 근처 요양원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학교 갤러리를 만든 것이다. 성사고등학교의 ‘01갤러지’와 대송중학교의 ‘대송갤러리’가 그의 작품이다.
“성사고등학교는 미술실 복도에 갤러리를 꾸몄어요. 첫 전시로 관내 미술선생님 5명의 작품을 모아 ‘3분의 행복전’을 열었는데, 그 해 무려 8번의 전시회를 개최했죠. 본교에서도 최경희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앙 현관에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현재 대송갤러리에는 자유학기제 자율과정 만화반의 캐릭터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온전히 작가의 길을 가고파
지금 당장은 아이들과 학교 밖에서 미술전을 여는 게 목표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활동한 내용과 그림을 담아 문집을 만들고도 싶다. 그리고 후배교사들을 위해 실용 서적도 써 볼 생각이다. “수업, 업무 등 미술교사들에게 매뉴얼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서요.”
은퇴 후에는 ‘온전히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자유인으로 말이다. “5년 후에는 구작과 신작을 모아 첫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그 다음은 여행도 가고, 책도 낼 생각이에요.”
마지막 꿈은 봉사를 통해 그의 재능을 베푸는 일이다. 은퇴 전에는 지역 공부방에서 NIE를 가르치고, 은퇴 후에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교육 봉사를 할 생각이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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