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듣기엔 외국어 같은 말 ‘라온제나’. ‘즐거운 우리’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라온제나는 영파여고의 토론·논술 동아리다.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던 동아리를 정식 토론·논술 동아리로 변경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여름. 현재 2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2년 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동아리 구성원들이 얼마 전 소논문집을 냈다. 학생들은 “이제까지의 다양한 경험을 ‘소논문’으로 만들며, 보다 큰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라온제나 동아리 학생들을 만나 소논문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양지은, 신지인, 채희선, 정다혜양
토론, 말하기 실력과 시사 상식 UP
이들의 활동은 철저히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는 라온제나의 토론이 펼쳐지는 시간. 처음엔 주제를 정해 자료를 정리·연구한 후 토론을 진행했지만, 2학년이 되면서 형식을 조금 간소화했다.
정다혜(2학년)양은 “사회자가 정해진 주제를 발표하고, 소그룹으로 나눠 바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시사 중심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한다.
안전사고와 관련된 버스입석제, 수학여행 폐지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의 장이 펼쳤고 형식 또한 원탁토론, 세다토론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했다.
토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토론과 논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활동에 대한 열정 또한 컸기 때문이다.
채희선(2학년)양은 “토론 기회를 통해 내가 가진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연습이 많이 된 것 같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대회나 말하기 대회 등에 많이 참여했지만 정기적인 토론시간을 거치며 말하는 실력이 더 향상됐음을 느낀다”고 했다.
토론을 통해 말하는 능력 향상 뿐 아니라 상식과 시사에 관해서도 더 많은 걸 알게 됐다는 학생들. 동아리이지만 일종의 스터디그룹처럼 진지한 모임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교내 강의를 듣게 된 이들. ‘우리도 소논문을 써보자’는 데에 모든 학생들의 마음이 모아졌다.
관심 있는 주제로 팀별 연구 진행
우선,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팀이 꾸려졌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각자 관심 있는 다양한 주제들 중 소논문 작성하기에 가장 적절한 주제를 선정했다. 교육, 사회과학, 경제 등의 팀별 주제와 개인별 에세이로 주제가 정해졌다.
특정사이트를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에 대해 짚어본 신지인(2학년)양과 희선양. 양지은양(2학년)은 인문계 학생들의 교육 참여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또 다혜양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S전자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 연구했다.
지인양은 “평소 관심 있는 분야였지만 그들의 심리까지 생각하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기회가 됐다”며 “선입견을 배제하고 중립을 지키며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구 방법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신문기사, 트위터, 페이스북, 개인블로그를 비롯 각종 법령과 논문까지 살펴보는가하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지은양은 “전교생 설문조사를 통해 무의미하게 학교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원인에 초점을 맞춰 해결방안까지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자신감 갖게 된 소중한 시간
논문 계획에서부터 완성까지 1년 여. 소논문 작성이 그들에게 가져다 준 건 연구 자체에 관한 것뿐만은 아니었다.
“많은 선생님들의 객관적인 평가에 낙심해 운적도 있지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았습니다. ‘소논문이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혜양이 논문 작성 과정에서 배운 점을 들려준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까지도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됐다.
지인양은 “주제에 따른 하위 주제, 또 결론을 도출하기까지가 만만찮은 과정이란 걸 알게 됐다”며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저작권’에 대해서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지은양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하며 특히 느낀 점이 많다”며 “논문을 준비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또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배우게 됐다”고 했다.
희선양도 “팀 연구를 하며 ‘소통’에 대한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며 “그래서인지 논문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도 더 컸다”고 했다.
학생들의 소논문 작성 전 과정을 지켜본 기순남 동아리 담당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 결과물을 만들어가며 소논문 작성이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 있었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소중한 경험으로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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