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휴카페 ‘빛소’

건강한 아지트가 필요한 중고생 다 모여라

지역내일 2014-12-23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종종걸음 치느라 방학에 더 바쁜 중고생들. 가끔은 친구랑 맘껏 놀고 싶을 때 송파구 오금동의 청소년 휴카페 ‘빛소’를 추천한다.


오금현대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빛소 카페 안은 늘 중고생들로 시끌벅적하다. 모든 음료가 청소년들에게는 1000원씩 할인된다. 아메리카노 1000원, 과일 스무디 2000원 등 ‘착한 가격’으로 실컷 놀다갈 수 있으니 카페는 인근 중고생들의 참새방앗간이 됐다. 

빛소
 
인문학 강의부터 파티까지 수시로 게릴라 이벤트 개최
이곳은 수다방인 동시에 하우스콘서트장으로 파티장으로 인문학 강의실로 실용음악 교육장으로 중고생 놀이방으로 시시때때로 변신한다. 
주인장은 마음씨 좋은 미소가 늘 입가에 걸려있는 서민석 대표(30세). 그는 바리스타, 문화기획자, 청소년상담가, 강사, 그리고 학생으로 1인 다역을 사는 만능맨이다.
“사귐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학생을 향해 훈계를 포기하지 않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카페를 오픈한 사연을 묻자 몽상가 같은 답을 던진다.
‘비타민 에스프레소(vitamin esspresso), 활력의 에스프레소(vital espresso) 그리고 빛과 소금’이란 뜻을 지닌 빛소. 평일에는 평범한 카페지만 이곳의 진면모는 토요일 만날 수 있다.
오전 11시 인문학교실을 시작으로 기타교실, 바리스타 스쿨 같은 이색 프로그램이 촘촘히 열린다. ‘아무나 누구나’ 환영하는 열린 강좌인데다 모두 무료다.
“청소년들이 인문학에 관심 갖나요?” 궁금함이 앞서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보통 호기심 때문에 10명 남짓 찾아오고 매주 꾸준히 오는 학생들은 드물죠. 플라톤 철학을 이야기하고 정지용과 김소월 시 평론을 강독하며 도시건축학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재밌는 건 끝까지 남은 아이들은 자기 삶을 고민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글 코칭을 받고 싶다며 자청해서 찾아오죠.”
 카페 한 구석에 마련한 아담한 공간에서 그는 학생들과 1:1 상담하거나 글쓰기를 지도한다. “상당수 아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연애와 돈입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말하죠. 꿈이 없는 아이들, 참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그동안 무수히 맞았을 언어의 독화살, 눈빛의 독화살을 토해낼 수 있는 ‘쿠션’이 내 역할입니다” 그와의 인연을 계기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로의 방향성을 찾은 학생이 여럿 있다고 귀띔한다.


철학도가 운영하는 재미난 휴(休)카페
카페지기 서민석. 그는 가방끈이 길다. 대학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대학원에서는 신학, 그리고 지금은 철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청소년과의 사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파토박이인 그는 보성고 시절 인생의 귀인들을 여럿 만났다. “보성고, 오금고, 가락고 등 인근 고교 연합동아리 형태로 봉사 활동을 했어요. 형편이 어려운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함께’의 가치를 터득했지요. 든든한 선배들에게 배운 게 많아요.”
연구원을 꿈꾸던 그는 서서히 나누는 삶으로 인생의 좌표를 바꿔 나갔다. 자원봉사 틈틈이 송파구 내 고교를 돌며 인성교육 강사로도 꾸준히 활동했다.
올 3월 빛소 카페가 문을 열기 전까지 5년동 안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무료 공부방이자 독서실이었다.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늘 공부 과포화상태인 학생들에게 ‘여기서까지 공부를 가르쳐야 할까?’란 의문이 들었죠. 편하게 쉬거나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는 서 대표와 지인들,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중고생들이 직접 다 했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위해 음료 값은 저렴하게 받지만 유기농 원두 등 고급 재료만 써요. 1회용 컵도 쓰지 않죠. 학생들에게는 이 모든 게 다 교육이거든요.”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건강한 사귐’ 공간을 꿈꾸다
바리스타에 관심 많은 중고생을 위해 커피 강좌도 정기적으로 연다. 커피 추출법 같은 ‘기술’ 뿐 아니라 커피의 역사, 공정무역 커피, 동서양의 차문화 등 인문학적 지식까지 곁들인다. 서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의 재능기부로 악기 강좌, 음악회, 인문학 강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중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늘 애를 태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씩씩하게 전진중이다. “일부러 우리 카페를 찾아 커피 마시는 주부들도, 모임 장소로 빛소를 고집하는 단체도 있어요. 커피 무료쿠폰을 청소년에게 양보하는 단골 손님도 있고요. 서울시 지원도 받고 가끔 후원자도 계시지요. 이런 품앗이가 모여서 ‘함께 사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겠죠”


 ·운영시간 : 평일 오후 1시~9시, 토 오전 10시~오후 6시, 일 휴무
 ·문의 : 02-403-1989


후원
우리은행)1002-829-334365 서민석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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