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밥상 - 남성 어르신을 위한 요리프로그램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요리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요리 실습과 자조모임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도록 도와줘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 수가 25%를 넘어섰다. 다양한 이유만큼 홀로 감당해야 할 외로움도 크기에 최근에는 SNS를 매개로 함께 밥을 먹는 소셜다이닝(Social Dining)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남성 어르신을 위한 요리프로그램인 靑春밥상은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 혼자 하는 식사일지라도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직접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또한 매주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 따뜻한 우정도 쌓인다.
궁금한 게 많은 남성들의 요리시간
고봉고등학교(서울 소년원) 조리실. 실습용 상의와 모자, 그리고 앞치마를 두른 남성들이 조리법이 적힌 종이를 든 채 집중한 모습이다. 실습할 요리인 소고기 미역국과 불고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이다. 요즘 대세인 ''요리하는 남자''가 되고픈 젊은 남성의 모임이 아니다. 요리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을 것 같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평균 나이 80세의.
김수연 한식요리강사는 실습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집으로 돌아가서 직접 요리를 하려면 어떤 미역을 구입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양으로 요리하면 되는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중간 중간 설명한다. 할아버지뻘의 학생들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조선간장이 국간장이랑 같은 거죠?", "쌀뜨물은 몇 번째 물을 이용해야 하나?", "불세기는 어느 정도로 해요?"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최신식의 열성 수강생들도 눈에 띈다. 김 강사가 생일미역국은 장수의 의미로 자르지 않고 요리한다고 알려주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인다.
나이 80에 요리 하는 이유
야채를 채 써는 칼질 솜씨와 그릇에 담아내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은 현상태 씨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양념 배합이 잘 되질 않아서 배워보려고 왔다"고 말하면서, "얼마 전 굴 무침을 배웠는데,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도 해봤더니 똑같은 맛이 나와 매우 기뻤다"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짝꿍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우리 팀 요리가 제일 맛있다"고 자랑하던 이홍섭씨는 "70이 넘어가면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설거지도 하고 쌀도 씻어준다"며, "아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요리를 배운다"는 말로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에 아내와 사별했다는 이준수 씨는 "배우긴 하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때에는 반찬이며 요리를 잘 하지는 않는 편이다"라고 솔직한 고백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같이 모여서 요리하고 식사하는 시간이 즐거워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며, "요즘 레시피를 모으고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100개가 넘는 레시피가 USB안에 들어있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요리에 서툰 어르신과 이들을 돕는 고봉고등학교(서울 소년원) 학생들 사이에도 조금씩 우정이 싹트는 중이다. 유민환(가명)군은 "처음 요리를 하시는 분들은 채를 썰거나 물 맞추는 일을 어려워 하셔서, 그런 부분을 주로 도와 드린다"며, "자신의 손길이 어르신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볼 때마다 잘 생겼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쑥스럽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요리 실습과 건강 상담으로 구성
현재 청춘밥상은 의왕, 안양, 군포, 과천, 시흥 지역의 6개 기관에서 진행 중이다. 월 2회 요리 실습을 진행하고, 요리 실습이 없는 주에는 자조모임을 통해 각자 적어온 식사일지에 대한 1:1 코멘트를 해주거나 건강상태를 체크하면서 영양 상담을 진행해 준다. 의왕시 아름채노인복지관의 박효진 사회복지사는 "요리 실습이나 자조모임을 통해 같이 활동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식사시간에 자리도 맡아주면서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최근에 추운날씨가 이어져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모임이 즐거우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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