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다’에서 ‘해보자’로 다시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구나’로 뭐든 용기 내 해보면서 한 뼘씩 성장한 허재원양. 먼 훗날 고교시절을 신나고 소중한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언니가 혁신학교인 선사고 1기 졸업생인데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가 친밀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며 적극 추천했어요.” 선사고에 입학한 뒤 연극 동아리, 봉사, 학생회 활동을 두루 경험하면서 그는 야물게 성장했다.
연극부에서 울고 웃으며 터득한 지혜
“낯을 많이 가리고 남 앞에 나서는 거 싫어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던 참에 연극동아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다들 토론동아리 같은 입시 스펙에 도움 되는 데 들어가야 한다고 말렸지만 마음이 자꾸 끌려 연극부에 가입했습니다.”
연극부원이 된 뒤 표현력 기르기 훈련부터 복식호흡법, 대본 쓰기, 리딩 연습 같은 연극의 기초 기술을 새록새록 몸으로 익혔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 1년을 투자하는 연극부. 그는 음향을 맡게 됐다. “스텝 역할이라 처음에는 만만하게 생각했죠. 웬걸요. 배우들은 본인 대사만 외우면 되고 연습할 때도 그 역활에만 집중하면 되잖아요. 허나 음향은 배경음악, 효과음을 장면마다 정확히 깔아줘야 하기 때문에 모든 대사를 외워야 할 뿐아니라 리허설 내내 자리를 지켜야 했지요. 공연 앞두고 새벽까지 연습 때는 울컥할 때도 있었어요. 속으로는 무대에 서는 배우를 맡을 걸 후회도 했고요.”
공연을 무사히 마치자 후회, 욕심, 화,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지고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유난히 성격이 강한 연극부원들끼리 부대끼며 쌓은 팀워크, 갈등관리 능력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허양의 끈기는 교내 마라톤대회에서도 증명됐다. 전교생이 미사리 한강변을 5km 달리는 대회에서 키 163cm의 마른 체형의 그가 체대 준비생, 덩치 크고 힘 좋은 또래들과 겨루려고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꼭 5등 안에 들고 싶어서 매일 하루 1시간씩 시간 재가면서 훈련했어요. 대회 당일에는 숨이 차 고생했지만 이 악물고 달려 4등으로 골인했지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뻤다고 말하는 허양은 이 같은 담금질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나갔다.
학생회 활동하며 성격 확 바뀌어
고교시절의 하이라이트는 학생회 활동. 선거에 출마해 전교부회장에 당선됐고 그의 성격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됐다.
선사고는 스승의 날과 학생의 날 행사, 학교축제 같은 굵직굵직한 대규모 행사가 많다. 전교생 대상의 행사를 매끄럽게 치르기 위해 아이디어 짜내랴 현장에서 실무하랴 밤늦도록 일당백으로 뛰었다.
“축제 꽃배달 서비스, 학생의 날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한 차별게임 같은 머릿속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에 구현하는지를 발로 뛰며 몸으로 배웠어요. 여럿이 난상토론을 벌이면서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절차와 요령도 습득했고 내가 낸 의견이 토론 과정에서 지독히 까이더라도 주눅 들지 않고 대안을 찾아가는 기술도 터득했고요.”
바쁜 틈틈이 강동구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서 매주 초등학생 멘토링 봉사도 2년간 꾸준히 참여했다. “첫 해에는 초등 3학년, 이듬해에는 초등 6학년 여학생과 만났어요. 나이차가 꽤 나서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수학문제 같이 풀며 시험공부를 도우며 친해졌지요. 내가 가르친 학생이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탔을 땐 기뻤어요. 학교 자기주도학습 캠프에서 배운 걸 응용해 멘티랑 미래 직업을 찾아보거나 버킷리스트도 함께 써봤지요. 이렇게 초등학생을 꾸준히 만나면서 가르치는 일이 내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초등생 멘토링 봉사하며 교사의 꿈 발견
허양의 꿈은 교사. 오랜 진로 탐색과 고민 끝에 찾은 결론이기에 교대 입시의 좁은문을 통과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집중하는 중이다.
‘나는 00교대에 입학한다. 00교대 16학번 허재원. 나는 할 수 있다. 나약하지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강한사람이다. 포기하지 마라’ 그가 매일매일 공들여 쓰는 학습플래너에 큼직하게 써놓은 다짐의 글이다. 고단한 고3 생활에 몸이 지치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문구를 읊조리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뭐든 닥쳤을 때 진심을 다해 열심히 했던 경험이 자신감이란 선물로 되돌아왔어요. 혁신학교라 유독 발표와 토론 수업이 많아 고1 때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하기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어요. 덕분에 발표력과 논리력이 키워졌고 수행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요. 이런 경험들이 고3 생활의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본인의 노력으로 수동형에서 능동형 삶으로 갈아탄 허양의 솔직한 한마디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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