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진채밴드 리더 정진채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 만들고파

시와 음악의 만남 … 6월부터 시노래 펀딩 시작해

지역내일 2015-06-17 (수정 2015-06-17 오전 11:03:56)

대전지역에서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는 진채밴드의 리더 정진채(46)씨가 6월부터 시노래(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음반 발매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그에게 음악이 갖는 의미와 ‘시노래 펀딩’에 대해 들어봤다.




시노래 음반,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진채밴드는 4~5년 전부터 대전작가회의 회원을 중심으로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여 두 달에 한번 정도 꾸준히 공연을 해왔다.
정씨는 “오랜 밴드생활을 하면서 강한 음악을 주로 해오다 시와 음악이 만나 빚어내는 감성적이고 회화적인 느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노래로 소장가치가 있는 아날로그적인 음반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펀딩을 시작한 동기를 밝혔다.
그동안 혼자 틈틈이 시작한 녹음 작업으로 20여곡을 준비했다. 그중 김광선 시인의 ‘저녁바다’는 부산 MBC 주최 바다노래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노래 음반에는 김광선 시인 외에도 이진수, 이강산, 박경희, 함순례, 차승호, 김 열, 나태주, 고유라, 황재학, 채 련 등 대전작가회의 시인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바우솔 김진호 작가는 글씨를 더하기로 했다.




나는 음악을 남긴다
진채밴드는 2001년 1집 ‘절벽’을 발매했다. 10년간 준비 끝에 2011년 2집 ‘자유’ 출시를 앞두고 2010년 디지털 싱글앨범으로 발표한 2집 ‘터닝 포인트’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이다.
음악 활동을 해오던 그는 결혼 후 남매를 둔 가장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광고업을 해보기도 하고 10년 가까이 소위 ‘밤업소’일도 했다. 낮춰보던 트로트나 댄스곡들을 연주하면서 음악적으로 깎이고, 또 쉬운 것에 길들여지기도 하면서 일로써 음악을 하며 보냈다.
그는 “‘밤일 안하고 음악하면서 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컸다. 스스로 포기하고 깎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힘든 과정 속에서 얻은 게 많았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생기고 음악적으로 성숙해졌다. 곡 작업을 계속하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웠다”라고 ‘터닝 포인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터닝 포인트(…늦지 않았어…/…지금부터 시작해/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나를 포기할 수 있다고/그런 어리석은 핑계로 나를 위로할 수는 없어/늦지 않았어…)에서 그는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삶의 터닝 포인트임을 선언했다.
그는 요즘 음향장비 대여나 행사에 나가 연주하는 등 음악관계 일을 한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영감이 오면 곡을 만들고, 공연하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완성해 나가는 일련의 작업들이 노래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에게 음악이란 생명과도 같다. 자면서도 곡을 쓰는 그를 보고 아내가 “(음악을) 그만 두면 안 되겠구나. 죽을 지도 모르니”라고 말했다니 그에겐 음악이 생명임에 틀림없다.
그는 “장르로 굳이 말하면 록과 블루스와 포크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다. 젊은 시절 음악으로 폼 잡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때의 음악은 암울하고 우울했다. 지금은 밝아지고 싶다. 내 얘기, 주변 얘기, 가족과 세상에 대한 노래가 대부분이다. 사랑노래는 별로 없다. 듣는 이도 공감할 수 있는 위로가 되는 노래를 더 만들고 싶다“고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시노래와는 별개로 개인적 고백이 주로 담긴 3집 앨범도 꾸준히 준비 중이다. 그는 “언제 빛을 보나 싶은 노래들이 나에겐 재산이다. 10년 전 발표 했던 곡에도 ‘좋아요’가  달리는 걸 보면서 누군가는 그 노래들을 듣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나는 음악을 남긴다”고 말을 맺었다.
7월 중순까지 계획된 펀딩의 액수는 500만원이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시들이 음악적 완성도 높은 한 장의 음반으로 우리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정진채는.
◀1970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남.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5녀1남 중 막내로 태어나 귀한 아들대접을 받으며 성장. 중학생 때부터 기타치고 곡 쓰고 노래하는 취미를 가짐.
◀1990년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입학. 충남대 그룹사운드 ‘백마들’ 보컬리스트로 활동. 학과공부에 뜻이 없어 1학기를 마치고 군 입대.
◀1993년~1996년 군 제대 후 민중가요밴드 ‘노래로 그리는 나라’에 합류, 음악의 사회성에 눈뜨는 시기.
◀1996~1998년 Blues band ‘유리’에서 활동. 공연도 많이 하고 곡도 많이 썼던 가장 재미있게 밴드활동을 했던 시기. 같은 과 후배이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
◀1999~2001 CCM ‘아이빅밴드’ 활동.
◀2001 진채밴드결성, 진채밴드 1집 ‘절벽’ 발매.
◀2001~2013 생계를 위해 밤업소 일을 선택하다.
◀2001~ 지금까지 진채밴드 활동.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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