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강인환 배명고 교사

“교사는 학생들과 끝없이 줄다리기하는 사람”

지역내일 2015-06-18

수능 중심의 입시 체제가 출렁거리면서 학생도, 고교도 분주해졌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스펙 관리에 공을 들이고 일선 고교도 입시 변화의 흐름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교과 과정 편성부터 진학지도까지 입시를 넓고 깊게 아는 ‘노련한 교사’ 강인환에게 여기저기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시에서 ‘대박’ 났다는 학생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합격할 만한 아이들만 대학이 쏙쏙 뽑아갔더군요. 최근 중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우리 학교 학생도 내신, 수능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꾸준한 독서활동, 토론대회 참여, 인성과 끈기, 리더십이 도드라지니까 결국 성적의 열세를 극복하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이처럼 대학마다 우수 인재 선발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입학담당관들은 정교한 선발 기준을 가지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평가합니다.” 강 교사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인환


입시가 바뀌면서 고교 역할 커져
 점수로 줄 세우는 단순한 평가 방식에다 다양성이란 잣대로 학생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정성평가까지 대학마다 앞다퉈 도입하면서 고교가 담당해야 할 몫이 커졌다. “대학이 선호하는 인재는 자기주도성, 창의성, 잠재력, 도전정신 같은 좋은 자질을 고루 갖춘 학생입니다. 어린 학생들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 줄 수 있도록 멋진 판을 어떻게 깔아 주느냐는 결국 일선 고교의 몫입니다.”
 주요 대학들은 각종 교내 경시대회, 논문 발표대회,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고교 3년간 문이과의 과목별 시수 편성 같은 수업의 질적인 영역까지 꼼꼼히 평가하는 추세라고 그는 귀띔한다.
 배명고 교무부장인 그는 이 같은 입시 흐름에 맞춰 수학, 영어, 물리 고급 과정을 정규 교과에 편성했고 문이과를 통합한 1년 과정의 방과후 융합수업을 도입했다.
 “성적이 아니라 학생의 의지, 열정을 보고 선발해 무학년제로 운영합니다. 매 주제별로 국영수, 사회, 과학, 체육교사가 통합수업으로 진행되며 외부 교수 특강, 소논문 작성까지 짜임새 있게 진행해 호응이 좋습니다.”


진학지도의 멀티플레이어
 그는 학교 안팎으로 멀티플레이어다. 교육청 소속 서울시진학지도지원단 부장교사를 맡아 입시 데이터를 분석해 교사, 학부모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중등교육과정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일선 고교를 컨설팅하기도 한다. 입시 관련 대학 자문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대학별 면접·구술의 특징, 고교 유형별 학교생활기록부의 차이 같은 학생, 학부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뜨거운 주제를 가지고 동료 교사들과 공동 연구까지 진행한다.
 교직 경력 25년차의 강 교사가 우직하게 입시 연구에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어교사인 그는 수능출제검토위원, 전국학력평가 출제 교사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지필 평가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웠습니다. 어떨 때는 우리 팀이 출제한 문제들이 검토 과정에서 모두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요. 동료 교사들과 열띤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좋은 문제 출제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국어교사로서 역량을 차근차근 키워나갔던 그는 고3 담임을 맡으면서 ‘진학 연구’의 필요성에 눈뜨게 됐다.
 “초임 교사 시절, 성적이 뛰어난 우리 반 학생에게 서울대 지원을 권했는데 본인도, 부모님도 불안하다며 하향지원을 하더군요. 미련이 남았던 그 학생은 결국 반수를 해서 서울대에 합격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담임인 내가 입시 정보와 진학지도 경험이 많았더라면 제자가 1년을 허비하지 않도록 잘 설득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걸 계기로 입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급관리 전산프로그램 독자 개발
 고교 교사라면 교과연구와 진학지도 부문에서 전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컴퓨터와 씨름하며 학급관리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학생 개개인의 내신, 모의고사 성적, MBTI 등 각종 검사 결과를 비롯해 수업시간 발표 태도와 내용, 과제 완성도까지 학교 생활의 모든 것을 전산으로 관리한다. 
 “수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변화 모습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해 생기부와 추천서를 알차게 채워줘야 합니다. 충실히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론을 고민하다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습니다.”
 수업시간 마다 그는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가 학생들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좋은 교사는 칭찬하거나 혼을 낼 때 학생들의 행동 변화까지 이끌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칭찬도 막연히 의례적으로 하면 감흥이 없어요. 뭘 잘하는 지 구체적으로 짚어줘야 학생도 신이 나서 더 잘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기록을 정확히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교사는 늘 학생과 줄다리기하는 사람입니다. 끝까지 줄을 놓지 않으면 학생들은 교사를 따르기 마련입니다.”


교사는 365일 공부하는 사람
 이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깐깐하게 구는 이유는 교사란 직업의 무게감 때문이다. “학창 시절, 한문을 좋아해 한문학과에 원서를 쓰려는 내게 고3 담임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면 한문과 국문학을 폭넓게 배울 수 있다고 조언해 주시더군요. 덕분에 국어교사로서 이 자리에 있는 거지요. 이처럼 교사는 학생들의 인생 방향성을 조언해 주는 자리입니다. 때문에 늘 공부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IT 기술의 발달로 산업 구조 자체가 확 바뀌는 요즘에는 더 많이 노력하고 분발해야죠.” 교사의 책임감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강 교사에게는 분명한 소신이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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