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뜨개공방에서 만난 사람들

추억의 ‘아후강’부터 북유럽 풍 매트까지 척척 만들어요

지역내일 2015-06-12

너무 가까우면 숨 막힌다. 그렇다고 멀리 두면 지나치게 헐렁하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최악이다. 뜨개이야기다. 아니 사람 사이 말이다.
짧은뜨기처럼 적당히 쫀쫀하고 긴뜨기처럼 필요할 때 멀어질 줄 아는 이들을 만났다. 공방을 아지트삼아 뜨개로 노는 교하 아루뜨개공방 사람들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이명완씨, 박미정씨, 김찬영씨, 아루뜨개공방대표 김진아씨, 김정애씨








>>>아루쌤 김진아씨 이야기
“뜨개는 정성이야”







옛날 엄마들이 많이 뜨던 아후강 뜨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뜨개강사 김진아씨. 그에게는 남다른 어머니가 있었다.
진아씨의 어머니는 겨울이면 점퍼며 속바지까지 떠서 입혀 주셨다. 의상실 멋쟁이 딸이라며 남들은 부러웠을지 몰라도 진아씨는 귀찮기만 했다. 실이 얼마나 싫었으면 중고등학교 시절 대바늘뜨기 숙제는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웬일일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보니 만들어 주고 싶더란다. 겨울이면 아이들 목도리와 신랑 니트를 만들었다.
나 ‘아(我)’에 정성스러울 ‘루(?)’.
김진아씨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arue7)에는 이런 이름이 걸려 있다. 그가 만드는 뜨개 패키지 포장에도 아루라는 한자에 ‘정성스럽게 나아갑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보낸다.
“실에도 등급이 있는데 살하고 닿는 소품은 최소 B급은 써야 돼요. 아이들한테는 유기농 실이 좋은데 비싸니까 그냥 사 입히라는 분이 있어요. 니트는 뜰 때는 목돈이 들어도 세탁만 잘 하면 십오 년도 입을 수 있어요.”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 진아씨는 이제 어머니가 알려 준 실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있다. 정성스럽게.











>>>벽제동 김찬영씨 이야기
“뜨개는 마법이야”


김찬영씨는 유투브를 보며 혼자 뜨개를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촬영한 동영상이라 해도 정확히 배우기는 한계가 있었다. 지인의 SNS를 타고 김진아씨를 알게 된 그는 멀리 벽제에서 교하까지 일주일에 한 번 뜨개를 배우러 온다. 아루공방에서 기초부터 다시 배운 찬영씨는 뜨개가 주는 마법을 즐기는 중이다. 요즘은 민트 색이 상큼한 앞치마를 면사로 뜨고 있다. 길게 잡아도 일주일이면 완성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만들 수 있어요. 방석 블랭킷 앞치마 러그 애기 옷에 양말 인형까지 무한해요. 뜨개는 가장 오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에요.”









>>>가양동 이명완씨 이야기
“뜨개는 만남이야”


이명완씨는 김진아씨의 블로그 십년 이웃이다. 자수며 퀼트처럼 손으로 하는 취미와 뜨개를 병행하다 요즘은 뜨개에만 몰두하고 있다. 바느질은 섬세한 작업이라 눈이 쉽게 피곤해지는데 비해 뜨개는 부담이 적어 좋다. 할머니가 돼서도 할 수 있는 취미라는 매력이 뜨개의 장점이라고 자랑하는 이명완씨. 뜨개는 바느질보다 시간도 덜 걸리고 색 조합하는 것도 재미있단다.
멀리 가양동에서 교하까지 걸음 하는 이유는 수다 떨며 뜨개 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가끔은 수업 땡땡이치고 양평에 냉면 먹으러 가기도 해요. 가면서 얘기하고 먹고 마시는 재미가 있죠.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가 다양하니까 서로한테 배우는 것도 좋아요.”











>>>양주 박미정씨 이야기
“뜨개는 과정이야”


박미정씨는 프랑스자수 강사다. 뜨개도 16살에 처음 배웠으니 자수 못지않게 오랜 취미다. 집 안 가득 작품들이 쌓여 있을 법도 한데 정작 그가 쌓아두고 있는 것은 완성된 작품이 아닌 패턴 조각들이다.
“(뜨개 작품) 완성에 의미를 두지 않아요. 어려운 패턴을 배우면 나 이거 뜰 줄 안다는 만족감이 좋아요. 과정을 즐기는 거죠.”
뜨개로 뭘 만들어서 입고 메고 다닐 거라는 마음보다 어울리는 색의 조합을 찾아서 패턴으로 완성시키는 그 자체가 좋다.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지는 단순 노동 같은 시간을 즐길 뿐이다. 그가 요즘 골몰하는 것은 북유럽 스타일의 마름모 블랭킷 패턴이다.
“남편이랑 애들한테만 치우쳐 있다가 일주일에 두 번 이 시간만큼은 내 것이 되니까 삶에 활력도 되고 윤택해져요. 내가 뭔가 집중할 게 있으면 남편만 기다리는 그런 사람은 안 되는 거죠. 활력이 생기니까 가족들도 좋고.”






>>>운정 김정애씨
“뜨개는 용기야”


집에서 혼자 독학하다가 공방에 나와서 보니 지금껏 한 게 다 틀렸다는 김정애씨. 동영상으로 보는 한계를 넘어 공방에 직접 나오니 기초부터 다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집에서 책만 읽던 그에게 아루공방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처음에는 말도 잘 못했는데 이제는 성격이 달라졌어요.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몰랐는데 언니들하고 만나고 얘기하다 보니까 삶의 지혜도 많이 배워요.”
지난해 7월에 처음 공방을 찾아온 정애씨는 김진아씨가 뜨개질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손을 떨며 멈출 만큼 수줍음이 많았다. 블로그 이웃으로 7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다를 떨며 편안하게 뜨개질을 한다.
책을 좋아해 서평 블로그도 운영하는 정애씨. 아루공방에서 용기를 배운 그녀는 북 카페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뜨개질 하듯 한 땀 한 땀 이뤄갈 생각이다.


위치 파주시 숲속노을로 322-13 1층
문의 010-396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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