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시 추천서 마감 날. 모든 원서를 입력한 후 눈물을 터트린 김소라(42 국어) 교사.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혹시 부족한 면은 없는지......”
입시의 베테랑 교사들도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유제숙 진학지도부장교사는 “입시에 익숙해져있는 모든 교사들에게 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교사”라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정성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김 교사를 소개했다.
진학만이 아닌 생활 전체 파악하려 애써
진학지도부 소속으로 3학년 담임을 맡으며 진학지도에 많은 부분을 집중하고 있는 김 교사.
그는 “학생들이 단순히 ‘대학’이라는 목표를 넘어 고등학교 생활에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고 또 발굴해가기를 희망한다”며 “성공적인 입시 결과가 없더라도 고등학교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이후의 삶에 이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성인으로서의 삶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고등학교에서 키워보는 것이 바로 진학지도의 핵심이라는 것.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학생들과의 소통이다.
뭐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김 교사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단지 ‘진학’이라는 주제가 아닌 학생들과의 마음 나누기에 집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성격이나 성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마음 속 목표까지도 공유하게 됐다.
반 학생 전체와의 소통 시간도 중요하지만 학생 한명 한명과 나누는 개인적인 대화나 문자 등을 그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교사. 이런 모든 과정은 그의 수첩 속에 고스란히 입력되고 저장된다. 학생들의 모든 것이 깨알같이 적힌 그의 수첩은 학생들을 향한 그의 마음이자 사랑이다.
“뭐든 필요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저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갑니다. 손을 내밀기가 부담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동아리, 성장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 제시
그런 그의 마음은 5년째 맡고 있는 동아리 문예반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다양한 문예창작활동을 기본으로 교지 만드는 것이 중심활동이 문예반.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의견 소통의 기회와 프로그램 기획의 기회를 부여하고, 봉사와 다양한 체험활동을 권하는 이유기도 하다.
다양한 활동 중 학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건 북한 인권에 관한 활동. 학생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권리’라는 걸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함께 접근할 수 있는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에서 자료를 찾아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현실에 대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됐고, 이 마음은 해외 곳곳에 흩어져있는 탈북민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또 그들의 쉼터 마련을 위한 손도장 서명 활동에까지 이어졌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한다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에 가슴이 뛴다”고 했다.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안내자’를 자처하는 그. 그는 자신이 “학생들의 호기심이 지속될 수 있게 돌파구를 마련하고, 또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존재”기를 희망한다.
그에게 동아리 학생들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들이다.
“3년 동안 함께 하며 그들의 성장 시기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1년이 아닌 고등학교 전 과정에 걸쳐 장기계획을 마련할 수 있어 동아리 활동 속에서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활동에 ‘성찰’과 ‘의미’ 부여해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 교사. 3학년은 이제까지의 활동과 학업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인 동시에 ‘성찰과 의미’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 중심의 단순 스펙 나열이 아닌 모든 활동과 체험에 의미를 부여하라는 것. 또한 그 성찰과 의미는 교사의 생각이 아닌 오롯이 학생들 자신의 생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런 활동을 했고, 활동 후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하라는 것이죠. 그런 활동만이 진학으로 잘 마무리될 수 있고, 또 나아가 자신의 삶에까지 녹아들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반짝거리길 바라는 마음
당장 눈에 띄는 성공적인 진학을 넘어 이후 학생들의 ‘살 맛 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김 교사. 학생들과의 생활에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고3 담임이 되어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한 학생의 18년간의 삶을 마주하는 시간이니까요. 19년 삶의 한 과정에서 만나는 1년이 그들에게 정말 중요하기에 학생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발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맡은 학급에 큰 창이 있다면 학생들 한명 한명에게는 자신들만의 작은 창이 있다고 했다. ‘3학년 3반’ 학생들 모두가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의 ‘33 STAR’. 햇빛을 받은 잔디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잔디 하나하나가 모두 빛나기 때문인 것처럼, 3학년 3반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빛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말이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책임감을 가질 때 반 전체가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스스로 주인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3학년을 보내길 바랍니다. 저는 그 학생들에게 매일매일 신선한 뭔가를 찾아주는 자극제이길 희망합니다. 학생들 모두가 자신의 삶 전체를 개척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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