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들어준 음식 ‘라하노 카레’

카레 한 그릇에 담긴 아빠의 사랑과 정성

지역내일 2015-05-26
앞치마를 두른 남자들이 멋져 보이는 요즘이다. 그런 영향 때문일까. 생전 주방근처는 얼씬도 안하던 남편들이 “국수를 삶을 땐 찬물을 부어야 한다”고 훈수를 두질 않나, 자녀에게 짜장라면이라도 끓여 보겠다면서 냄비를 달그락 거리는 장면을 연출할 땐 실소가 터져 나오곤 하지만, 실은 텔레비전 속 멋진 요리사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뿌듯한 마음이 솟아오르곤 한다.
맛집 소개에 앞서 딴 길로 샌 감은 있지만, ‘앞치마를 두른 남자’, ‘아빠’라는 단어로 연결 지어 소개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라하노 카레’이다. 서현역에 위치한 이곳은 ‘라하’라는 예쁜 딸을 둔 아빠가 운영 하는 카레전문점이다. 

6시간 걸려 끊인 카레의 맛에 반하다
카레의 색인 노란색의 간판이 산뜻하게 손님을 반긴다. 테이블 6개의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곳의 카레 이야기는 크고 따뜻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외식업에 관심을 보였던 길정섭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일반 직장을 다니다 3년 만에 퇴사를 하고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식당이 바로 라하노 카레, 개점시기와 아이의 출산시기가 맞춰지면서 내 딸에게 만들어 주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딸의 이름을 넣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길 대표가 생각하는 식당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 청결, 친절이다. 맛은 기본이기에 요소에 넣을 수 없는 0순위라고 한다.
그가 만드는 음식은 딸을 위한 음식이기에 뭐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 길 대표의 고향인 이천·여주 쌀을 사용하는데,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논에서 길러낸 쌀을 사용한다. 어제도 모를 심고 왔단다. 이 쌀을 2주에 한 번씩 마을 정미소에서 도정을 해서 가지고 온다. 카레에 들어가는 메인 야채인 양파도 최대한 직접 길러낸 녀석들을 사용하는데 저장기간이 6개월 이상 넘길 수 없어 굉장히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얼핏 생각하면 카레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쉬운 음식 같지만 이곳에서는 보통 한 냄비를 끓여내려면 6시간 정도 걸리는 정성이 들어간다. 정확한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쉬이 묽어지거나 혹은 되지기에 때문에 늘 신경을 써서 조리를 해야 하는 까다로운 음식이다.
6시간 정성을 들인 카레의 맛은 어떨까. 새하얀 밥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카레의 모양새가 보는 것만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먹음직스럽다. 그럼 실제 맛은? 물론 있다. 그 동안 카레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부드러움과 달콤한 맛이 입안에 남는데, 알싸한 느낌도 나 자꾸 입에 당기는 매력이 있다. 여기에 소시지, 돈까스, 새우튀김 등의 토핑을 기호에 맞춰 얹어먹을 수도 있다.
6시간 정성을 생각하면 단 한방울도 남기지 말아야 하겠지만, 꼭 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 맛에 빠져 어느새 그릇의 빈 바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릇도 어쩜 카레에 딱 맞는지, 알고 보니 도자기의 도시 출신답게 그릇도 도예가의 작업실을 찾아 직접 샘플링을 한 귀한 그릇들이라고 한다.
길 대표가 외식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는 식당용 식기 세척기와 제빙기이다. 재빠르게 많은 양의 설거지를 해야 하는 식당용 세척기는 세제가 강할뿐더러 세척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2시간 이상 걸리는 가정용 세척기를 사용한다고 해 놀았다. 제빙기도 청결의 문제가 걸려 얼음정수기를 사용한다.
친절은 어떻게 관리를 할까. 그는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으뜸이라 생각한다. 늘 직원들에겐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라고 말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또 손님들에겐 돈 계산보다 더 ‘맛있게 식사를 했는지’ 불편한 점을 체크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하는 것이 비결이란다. 

그저 ‘기분 좋은 집’이 되고자 하는 진정성 느껴져
프랜차이즈 식당의 홍수 속에서 진정성이 있는 식당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라하노 카레’는 ‘오늘은 뭐 먹지?’ 하고 우연히 들렀다가 모처럼 배와 마음이 두둑해지는 식당인 것 같다. 담백한 성격의 길 대표는 손사레를 치며 겸손을 보이겠지만 말이다.
메인 상권이 아닌 곳, 그것도 2층에서 단 1년 만에 이렇게 이름이 알려진 것을 보면 그의 진정성이 손님들에게도 통했음이 틀림없다. 85세 할머니가 매주 한번씩 꼬박꼬박 들르듯 말이다.
길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곳이 과장스럽게 기대되는 집 보다는 그저 ‘기분좋은 집’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너무나 소박한 목표 같지만 과연 충족할 수 있는 식당이 얼마나 될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라하노 카레’는 일요일이 휴무이며, 평일 낮에는 손님이 많은 편으로 저녁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이곳의 이용팁이다.
문의 070-8193-2821
주소 서현동 247-4번지 은성프라자 2층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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