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이 새엄마로 둔갑한 사례

지역내일 2015-05-25

나이 드신 분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때 그 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미리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이었다. 반대로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떻게 하면 재산을 확실하게 물려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전에 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재산을 다 상속받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남자고등학교였기 때문에 모두 아들이고, 외아들인 경우에는 자신이 전부 상속받을 것이지만 딸이 있는 경우에도 자신이 모두 상속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의 생각”일 뿐이다. 누나들이나 여동생이 있다면 “글쎄올시다”가 답이다. 실제 부모가 사망하면 자식들 사이에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 중 전처의 자식들과 재혼한 처 사이에 다툼도 꽤 많다. 전처의 자식들은 평소 아버지를 가까이 모시지 않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새로 재혼한 처와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되면 아버지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아버지가 재산을 재혼한 새엄마에게 넘기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전처 앞으로 이전해 준 부동산, 현금 등이 많이 발견된다.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치매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경우에는 새엄마가 정신이 없는 아버지를 속여 인감을 떼고 부동산을 넘기거나 예금을 인출하여 주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도 있었다. 병원에서 아버지의 똥, 오줌을 받아내던 간병인으로 온 아주머니가 아버지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혼인신고를 한 경우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 혼인신고 사실을 알았는데 간병인 여자의 의도는 뻔했다. 배우자로서 연금을 타는 것이었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도장을 주고 서류를 주었다는 간병인의 주장을 믿기 어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명의로 된 다른 재산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연금을 타도록 놔둘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재산을 미리 상속받는 방법이나 자식들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은 쉽지만은 않다. 일단 분쟁이 생기면 미리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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