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자란다 ‘덕이고등학교’

맞춤형 진로지도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지역내일 2015-05-27

신설학교는 어떻게 학교다운 모습을 만들어가야 할지 교사나 학교, 학부모 모두 고민이 많다. 일산 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내에 있는 덕이고등학교(이기철 교장 2012년 3월 개교)도 그랬다. 새로 조성된 마을에 들어선 학교라 다른 동네에서 온 학생들은 학교도, 마을도 낯설어했다. 교사들은 그런 학생들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흘러 올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1회 졸업생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갔지만, 역으로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의미 있는 진학 성과를 보였다.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가며 성장하고 있는 덕이고를 찾아가 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덕이고 3학년 담임교사들




긴 안목으로 학생과 학교의 미래 만들기
고양시는 고교 평준화 지역으로 지역 내 후기 일반고 지원 학생들은 지망 순위에 근거해 추첨 후 학교를 배정받게 된다. 1지망 희망학교에 배정받는 비율이 80% 정도 되지만 후순위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
개교 첫해 이름도 생소한 학교에 배정받아 마음고생을 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3년 후를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꾸준히 학생들과 학교의 미래를 만들어갔다.
덕이고에서는 매년 1학년을 대상으로 자신의 진로를 살펴볼 수 있는 학습유형 검사와 계열선정 검사를 진행한다. 대입 원서를 쓰기 전까지 자신의 소질이나 진로 방향을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이 다수인 현실에서 이런 과정은 학생들의 진로 비전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진로지도를 펼쳤고, 월 2~3회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진로진학 설명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다양한 입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학 입시의 큰 흐름이 될 것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와 과학탐구 실험대회, 인문사회 토론대회 등 자연과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교내 대회를 마련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참인재상’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참인재상은 자연과학, 인문사회, 체육예술 분야로 나눠 각 분야의 인재로서 소양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해 격려한다. 관련 분야에 대한 독서 활동과 동아리 활동,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논문 평가 등을 종합해 선발하는데 진학 희망학과의 전공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상이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성평가에 대한 준비도 병행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봉사활동, 수업태도, 출결, 준법 등 인성을 객관화할 수 있는 항목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참학생상’도 만들었다. 이는 학생의 인성을 학교에서 보장하는 수상 내역으로 인성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진로에 도움 되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 지원
덕이고는 2014년 유네스코 운영학교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공모한 ‘Rainbow 세계시민 프로젝트’가 당선돼 동아리 형태로 운영 중이다. 참가 학생들은 공정무역과 관련된 캠페인과 환경을 사랑하고 지구를 지키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역사와 관련된 역미사 동아리와 생명과학 및 환경 관련 과학실험 동아리 등을 운영하며 매년 12월에 한 해의 동아리 활동을 정리해보는 동아리 발표대회를 개최한다.
‘컴맹 동아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동아리로 App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로봇 프로그래밍과 게임 프로그래밍 등을 선보이는 활동을 했다. 동아리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은 이번 입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수시에서 동시에 5개 대학에 합격하며 스카우트 되듯 진학한 학생도 있었다.
류제혁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특기 적성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진로와 연계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며 진학 준비를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의 열정은 학교와 학생을 성장시키는 원동력
학교생활의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친구다. 친구와 같이 공부하며 성적이 오른다면 즐겁고 유익한 일. 덕이고 ‘또래멘토링’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프로그램이다. 멘토와 멘티를 구성해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으로 매일 방과 후 8교시에 진행됐다. 교과 교실을 개방하고 지도교사가 상주해 철저히 이뤄졌으며, 멘토에게는 봉사 시간을 부여하고 우수 활동 학생에게는 모범활동상을 수여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이나 모두에게 유의미한 곳이어야 한다. 일반고라고 해서 대학 입시 중심의 진학지도만 강조해선 안 된다. 덕이고에서는 지난해부터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직업 위탁교육을 시행했다. 현재 경기인력개발원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전문 학교에서 11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배려한 교과 보충 수업을 진행하며 눈높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덕이고 1회 졸업생들은 카이스트, 포스텍, 공군사관학교 등의 특성화 대학과 규슈대, 위스콘신 주립대 등에 11명이 진학했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161명이 진학했고 기타 4년제 대학에 82명, 전문대에 145명이 진학했다. 덕이고의 서울 및 수도권 대학 진학률은 30%, 전체 대학 진학률은 70%다.
신설학교는 유독 업무가 많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교사들에게도 신설학교는 부담이다. 하지만 덕이고 교사들의 열정은 학교와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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