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간신

폭군과 간신의 정사(政事)아닌 정사(情事)

지역내일 2015-05-26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위의 왕으로 군림했던 간신들의 권력다툼을 그린 영화 <간신>이 간신의 시점으로 역사를 조명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의 작품으로 탁월한 연출력과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였던 민규동 감독이 웅장하고 선정적인 사극 <간신>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실록을 왕이 아닌 간신의 시점으로 해석
조선왕조실록 27대 왕들의 기록 중에서 폭군으로 왕위에서 폐출된 연산군과 광해군 대의 기록은 실록이라 하지 않고 ‘일기’라 한다. 영화 <간신>을 보다보면 ‘그래도 왕인데 설마 저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폐출된 왕이기 때문에 폭정과 패륜 중심으로 기록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산군일기’를 살펴보면 영화가 지나친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산군일기 연산 11년에 따르면 ‘임숭재와 임사홍을 전국 각지에 보내고 채홍사라 칭하여 아름다운 계집을 간택해 오게 하라’라는 기록이 있으며, 이렇게 모인 여자들은 ‘운평’이라 칭했다. 또한 이들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둬 왕에게 간택된 자들을 ‘흥청’이라고 했다. ‘마음껏 떠들고 논다’는 뜻으로 쓰이는 ‘흥청거리다’라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을 정도이다.  
연산군 대에는 두 번의 사화로 조정이 피로 물들었고, 왕의 광적인 폭정과 패륜이 이어졌다. 영화 <간신>은 절대 권력을 탐한 희대의 간신 임숭재의 부질없는 야심과 미녀 강제 징집 사건 ‘채홍’을 간신의 시점으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선정적인 너무나 선정적인
채홍사 임숭재(주지훈)는 ‘채홍’을 기회로 천하를 얻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정적인 양반집 부녀자와 자제, 천민까지 가릴 것 없이 잡아들였다. 또한 왕을 홀리기 위해 뛰어난 미색을 갖춘 백정 단희(임지연)를 직접 수련시킨다. 이에 대적해 요부 장녹수(차지연)는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이유영)를 이용해 단희를 견제한다.
영화는 왕에게 바쳐진 1만 미녀들이 왕에게 간택받기 위해 거치는 수련과정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신체검사와 체력단련은 기본이고 왕을 즐겁게 해줄 가무, 왕을 모시는 잠자리 기술까지 최고의 색(色)이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광적인 연산군을 광적인 연기로 표현한 김강우, 야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간신 임숭재 역의 주지훈, 왕을 사로잡기 위해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는 단희와 설중매 역의 신예배우 임지연과 이유영, 요부의 카리스마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장녹수 역의 뮤지컬 배우 차지연 등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 다른 간신으로 채워지는 간신의 빈자리
‘작은 소인은 숭재요, 큰 소인은 사홍이라. 천고에 으뜸가는 간흉이구나.’(중종실록) 임사홍과 임숭재 부자는 최고의 간흉으로 기록된 실존 인물이다. 임사홍은 폐비 윤씨를 구실로 갑자사화를 주도한 간신이며, 채홍사 임숭재는 1만 미녀를 이용해 왕을 쥐락펴락했다. 연산군이 물러나며 이들의 권력도 무너졌지만 그 빈자리는 정도만 다를 뿐 또 다른 간신들로 채워졌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