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게 갠 오월의 평일 오전 7시, 신록의 새순이 돋아나고 새소리 들리는 어은초등학교 운동장에 10여명의 중년 아저씨들이 풋살 골대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으며 뛰고 달린다. “어이!, 여기!”같은 외침과 간간이 터져 나오는 짧은 환호와 아쉬움 섞인 탄식소리가 땀 흘리며 뛰는 몸짓과 어우러져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한빛축구회 아침축구팀’의 운동 모습이다.
승패보다 뛰고 달리는 즐거움
한빛축구회(회장 박상필 48)는 1993년 한빛아파트 입주와 함께 입주민 중심으로 결성됐다. 20여년이 넘는 역사만큼 많은 회원들이 들고났다. 현재 회원 수는 50여명에 이른다.
지름 21cm 남짓한 정이십면체의 공 하나에 모두가 달려들어 차고 달리는 축구는 어쩌면 가장 원시적인 집단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그 매력에 빠진 회원들은 추우나 더우나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운동장에 나와 건강과 관계를 다진다.
박 회장은 “대회참가 성적보다 생활체육으로 회원들의 건강과 친목도모를 위한 운동이 주된 목표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건강을 지키고 관계를 쌓아가는 의미가 크다”고 한빛축구회를 소개한다.
창단 때부터 활동해온 10여명의 회원들은 60대를 넘어가며 한두 명 외엔 경기 참여는 뜸하지만 ‘고문’이라는 명예직으로 축구회 안팎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빛아파트 주민과 인근 봉명동, 궁동주민이 대부분이며 직업적으로는 지역의 특성상 연구원들이 많고 자영업을 하는 회원도 있다. 연령별로는 2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40~50대가 주축을 이룬다.
일요일 오전 주말 운동 때는 전체 회원의 절반 정도가 참여한다. 올해는 오정농수산시장직원들로 구성된 백사팀과 함께 대덕대학 축구장을 빌려 매주 운동을 함께한다. 해마다 봄·가을에는 구단위나 시단위 연합회 주최 경기에 참가한다.
대부분 회원들은 대회참가 성적이나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 공을 차고 뛰며 땀 흘리는 재미와 돈독해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운동을 통해 다져지는 체력과 건강은 큰 덤이다.
평일아침엔 풋살로, 휴일엔 축구로
화, 수, 목, 금 오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은 풋살로 몸을 푸는 아침축구팀(감독 김윤길 53) 운동으로 훈련을 대신한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10여명이 함께하는 아침운동은 회원들의 기본체력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2004년 한빛축구회 가입과 동시에 아침축구를 꾸준히 해오며 감독을 맡고 있는 김윤길(53)씨는 “원래 농구를 했었는데 한빛축구회에 가입하면서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드리블 연습을 비롯한 축구연습을 해왔다. 노력한 만큼 기술과 체력이 늘어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출전했던 경력이 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는 유문규씨는 백발이 성성한 64세로 최고령 회원이다. 뒤에서 보면 20대 청년으로 착각할 정도로 단단하고 날렵한 몸매를 가졌다. “축구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된다. 오늘도 아침축구 오기 전에 헬스를 1시간 하고 왔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인조구장 늘어났으면
몸을 부딪혀가며 쌓은 오랜 시간에 걸친 회원들 사이의 인간관계는 끈끈하다. 경조사 챙기기는 기본이고 봄·가을엔 야유회도 간다. 지난 3월에는 남해스포츠테마파크에 다녀왔다.
일요일 전체 운동 때 상대팀과 경기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바로 헤어진다. 휴일 오전동안 축구에 가장을 양보한 가족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다.
신혼이거나 아이가 어린 가정의 부인들에게는 남편의 휴일아침 운동이 달갑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고 40~50대에 접어들면 대부분 부인들은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해 건강을 유지하니 다행’이라며 남편의 운동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다.
박 회장은 “유성구는 연구소가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운동하기에 형편이 좋은 편이나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인조구장이 좀 더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축구가 좋고 사람이 좋아 계속하게 된다. 걷지 못할 때까지 축구를 계속 할 것”이라며 축구사랑을 내비쳤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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