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숨 막히도록 힘든 시간들이 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사건의 본질을 마주하기보다는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어가는 세월호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는 어쩌면 우리들이 더 이상 현실과 아픔에 마주 설 용기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갤러리 에끌레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희망:날개달기’전이 5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구여혜, 남진숙, 심선남, 이지윤, 최순민, 홍승일 등 여섯 작가들은 세월호의 기억을 가족, 집과 나무, 바다, 기도 등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세월호라는 큰 사건을 돌아보고 그동안 변질되어 버린 그 의미들을 제자리로 돌려보고 싶었어요. 또한, 가족의 달을 맞아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망자들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라며 홍세연 관장은 전시취지를 설명했다.
이렇듯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에는 작가들에 따라 바다, 집 그리고 나무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많은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 회화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이지윤 작가의 ‘상처의 바다-희망을 인양하다’는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설치 작품이다. 이지윤 작가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이웃이 있음에도 사건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일베 회원의 비하 발언이나 악성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가진 도덕불감증의 양산이 걱정되었습니다”라며 작품을 만들게 된 모티브를 전했다.
푸른 천으로 만든 바다, 그 앞에 하얀 무명실에 걸린 세월호. 치료과정에 쓰이는 석고 붕대로 만들어진 세월호에는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의 메시지들이 적힌다. 마치 쾌유를 비는 작업과도 같은 과정으로 사람들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 분양소를 찾지 못한 아쉬움, 잠시 그 본질을 잊고 피해자를 비난의 핵심으로 생각했던 어리석음 등 그들의 아픔과 함께 바다 깊이 가라앉은 감추고 싶었던 내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마주하기’란 치유과정의 시작. 이 단계를 거치며 우리들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상처의 치유를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은 이 사건을 슬픔으로 받아들이고 다시는 재발해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부도덕함이 국민들의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요. 우리 아이들이 돈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이 목표인 어른으로 자라났으면 합니다”는 이지윤 작가의 말과 함께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메시지를 적고 접은 종이비행기에 우리의 희망을 실어 본다.
위치:성남시 구미동 211 대림상가 303
문의: 010-9471-4232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