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극축제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아픔을 딛고,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2015 안산 거리극축제. 올해 거리극 축제에는 국내 48작, 해외 13작, 총 10개국 61개 작품들이 선보인다. 그 중 10개의 작품이 세월호의 아픔을 직 간접적으로 담고 있다. 이번 거리극 축제는 도시의 슬픔을 피하지 않고 승화시켜 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한해 우리의 슬픔과 분노가 일렁였던 문화광장. 같은 공간에서 조금은 달라진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겠지만 그 또한 삶의 모습임을 인정하면서 공연예술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속에서 이 슬픔을 끝낼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힘차게 다시 한 번 ‘액션’을 외치다
올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주제는 ‘액션!’ 이다. 연출가의 구호 ‘액션!’은 멈췄던 카메라가 돌아가고 배우들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사의 주문이다. 정지되었던 도시에 다시 생동감을 불어 넣어줄 바로 그 목소리, 거리극 축제를 통해 침체된 도시 분위기가 생동감 있는 도시로 변화하길 바라는 희망이 담겨있다. 거리극 개막을 알리는 공연은 개막작품은 창작그룹 노니 ‘안.녕.安.寧’과 프랑스 에어로스컬처 ‘비상’이 맡는다.
1일 오후 8시 거리극축제 ''E''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창작그룹 노니의 안녕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인사이며 행사를 알리는 길놀이다. 하늘을 수놓은 하얀색 풍선과 대형 인형이 아름다운 관경을 만들어 낸다. 두 작품은 이번 거리극 축제가 안산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할 것이라는 무언의 다짐이다.
진실이 묻혀버린 현실에 대한 날선 풍자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는 간절함은 올리비에 그로스테테의 ‘시민의 건축’으로 표현된다. 프랑스문화원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작업은 거대한 종이상자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커뮤니티 아트 작업이다. 안산 거리극 축제가 열리는 물의 광장(‘B’ 사이트)에는 등대를 세우게 된다. 배를 타고 떠난 이들이 돌아오라는 간절한 기다림이 담긴 작품이다. 시민들이 참여로 1일 오후 2시부터 작업이 시작되고 2일 6시 완공식과 3일 8시 배웅식이 진행된다.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을 다투는 공식참가작 ‘당나귀 그림자 재판’은 본질은 잃어버리고 왜곡된 논쟁만 무성한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극이다. 예술창작 공장 콤마앤드의 작품을 보다보면 세월호와 관련된 무성한 논쟁이 얼마나 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알게 된다. 5월1일 4시 2일 3시, 3일 3시 30분 메가박스 앞 ''H''사이트에서 진행된다.
진정한 애도에서 시작되는 슬픔의 치유법
‘안산’이라는 도시와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심도 깊은 예술적 탐구 진행한 크리에이트 참가작들은 세월호에 대한 진정한 애도와 안산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의 ‘안산 순례길’은 관객과 함께 도시의 특정 성지를 순례하는 이동형 공연이다. 안산이라는 도시성과 시민의 일상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곳에서 다양한 퍼포먼스와 설치 체험이 진행된다. 성지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기존에 스쳐 지날 뿐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안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트라우마를 안게 된 ‘안산’과 안산의 고등학생들을 이야기로 풀어보는 과정을 극으로 만들어 낸 ‘올모스트 단원’ 예술이 갖는 치유의 힘을 경험하는 작품이다. 고등학생과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2인극 형태이며 2일과 3일 ‘B’사이트에서 진행된다.
축제가 마무리되는 폐막작품은 예술가들의 ‘액션’사인에 시민들이 화답하는 시간. 춤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시민댄서 160여명이 참가한 ‘그랜드 콘티넨탈’이 거리극 축제 중심 무대인 ‘E''사이트에서 진행된다. 캐나다 안무가 실뱅 에말드가 연출한 작품으로, 전문 무용수들이 아닌 춤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평범한 시민 무용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춤이라는 도구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제안하며, 도심 속 광장을 비로소 공동체에게 돌려준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이 작품 놓치지 말자
잊혀지면 안 되는 이야기를 팝니다
안산 지역 극단 ‘걸판’의 도깨비 야시장
많은 공연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은 안산지역 극단 ‘걸판’이 준비하는 ‘도깨비 야시장’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야시장에서 이야기를 팔며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다. 호기심 많고 욕심많은 도깨비. 그래서 늘 전래동화 속에서 무섭지만 익살맞은 존재로 등장하는 도깨비였지만 요즘은 요즘은 아이들조차 도깨비에 관심도 없다.
걸판이 잊혀져 가는 도깨비를 거리에 불러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최현미 대표는 “아직은 세월호를 연극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람보다 물질 중심의 가치관, 너무 쉽게 잊어왔던 모습이 이런 참사를 불러오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도깨비 야시장을 통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도깨비들은 때로는 사람들의 욕심을 꼬집기도 하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파는 도깨비를 만나고 싶다면 ‘A’사이트에서 기다리면 된다. 1일 7시 30분과 2,3일 8시에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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