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환자가 얼굴을 찡그린 채 진료실로 들어왔다. 얼굴은 매우 수척하고 지쳐보였고 키가 165cm에 몸무게가 45kg정도로 매우 마른체형이었다. 환자는 평소에 활달한 성격으로 등산과 헬스 등으로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 2년 전 가벼운 후방추돌 교통사고를 당한 후 통증이 시작됐다. 사고 당시 목과 허리에 둔한 통증이 있었지만 병원 검사 상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어 며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양 팔과 다리에 저림 증상까지 오며 증상이 점점 악화됐다.
다시 대학병원을 방문해 경추와 요추의 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후방추돌 등의 경미한 교통사고에서는 골절 등 영상장치로 이상을 찾아낼 정도의 상해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근육의 뭉침이나 미세한 인대의 손상은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경추부에 오는 손상을 편타성 손상이라고 한다. 충돌 때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한 번 충격을 받고 뒤이어 앞으로 숙여지면서 2차 손상을 받는다. 이에 따라 근육이 뭉치고 미세한 인대 손상이 오며 더 심한 경우는 디스크나 척추 후방관절의 손상, 최악의 경우는 척수신경의 손상까지도 올 수 있다.
이때 방사선검사 등에서는 이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의사의 손으로 직접 만져서 단축된 근육을 찾아내야 한다. 뭉친 근육은 즉시 풀어주어야 한다. 근육의 뭉침이 오래가면 근육 자체가 피로해질 뿐만 아니라 주위 신경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이 감소해 사지로 가는 말초신경이 과민해져 팔과 다리의 저림 증상이 오거나 교감신경계가 흥분돼 팔과 다리의 혈액순환 장애에 따른 손발 저림이나 수족냉증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물리치료 등의 보조적 요법을 시도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근육 뭉침이나 인대손상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후유증을 줄이고 치료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환자는 말초지 신경치료, 경막외강 신경 차단술과 교감신경 치료 등을 수차례 받고서야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간 환자가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초기에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이렇게 오래 고생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뭉쳐 있다고 하여 방치하거나 치료에 소홀하게 되면, 그 증상이 점점 더 악화되어 오래 동안 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기에 초기부터 정확하면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활기찬통증의학과 조호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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