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하루 생활 중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학교는 즐거워야 할 ‘생활 공간’이어야 하죠. 재미와 즐거움이 있어야 학교에서 마음껏 뛰놀며 공부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광문고등학교(학교장 서상민) 학생들의 등굣길은 자유분방하며 즐겁다. 학생이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와 학생들, 바로 광문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황정익 교사는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를 위해 노력은 물론 그의 모든 열정까지 쏟아 부었다. 생활지도부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광문고. 무려 7년간 생활지도부장직을 역임한 황 교사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보았다.
일탈 학생에 대한 관심과 기다림
“우리 학교는 지난 7년간 퇴학당한 학생이 없습니다. 문제 학생을 퇴학시키면 학교 입장에서는 편할지 모르지만 퇴학당한 학생들이 길거리로 나가게 되면 오히려 사회 문제가 되게 마렵니다.”
광문고의 모든 교실엔 <나르키소스의 세상여행>이라는 소설책이 한 권씩 비치되어 있다. 책의 주인공은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일탈 행위를 일삼던 ‘재웅’이. 직업이 없던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에 학교 안팎에서 일탈을 일삼던 재웅이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토요 드림 스쿨’프로그램에 참여한 33명의 학생들이 릴레이식으로 작성한 소설이다.
교내에서 일탈행위가 적발된 광문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토요 드림 스쿨에 참여해야 한다. 토요 드림스쿨에서는 ‘자기성찰지’와 ‘릴레이소설’ 작성을 통해 학생들의 일탈발생요인을 파악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일, 집에서 가장 행복하거나 불행했던 일, 자신과 부모님과의 관계, 10년 후 자신의 모습 등 구체적인 질문에 답을 하는 ‘자기성찰지’를 통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
‘릴레이소설’ 역시 학생들의 심리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릴레이소설은 앞에 작성한 학생의 글을 읽어 보고 다음 학생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뒤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형태.
“대부분 학생들이 글감이 없거나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 자신들의 일탈 경험담을 여과 없이 글감으로 삼게 되고 소설이 써집니다. 이것을 통해 아이들의 아픔과 고민들을 파악할 수 있죠. 작성된 글을 읽고 학생의 비행 원인과 심리를 찾아내어 그 학생에 맞는 생활지도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릴레이소설 쓰기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앞 학생들이 작성한 글을 읽고 상대를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싹튼 것. 이런 변화는 학생들의 분노 조절, 소통훈련에 이어져 학교폭력 예방에도 큰 효과를 거뒀다.
또한 교사들과의 집중적이고 꾸준한 대화는 평소 소통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소통의 길을 뚫어주었다. 진심이 담긴 대화를 통해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얻게 됐고, 이는 학습의욕까지 불러일으켰다.
황 교사는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고 마음을 나누다보면 아무리 폭력 유발 가능성이 농후한 학생들이라도 변화를 보이게 마련”이라며 “목표 의식을 상실한 학생에게 진로상담을 통해 목표의식이 생겨나게 도와주고 또 충실한 학교생활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르키소스의 세상여행>은 2014년부터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되고 있다.
부모와 떠나는 기차여행, 모두가 힐링되는 시간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이 많아지면서 돌봄 교육이 소홀해지고 있는 추세 속에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위기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소외 계층일수록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기차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황 교사가 부모와 함께 하는 기차 여행의 기획 의도를 들려준다. 기차여행을 통해 분노감이 높은 학생과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지닌 학생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것.
교육전용열차인 ‘이트레인’을 타고 여행이 진행됐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우선, 학부모들이 먼저 눈물로 변화를 내비쳤다. 아이와 함께 기차여행을 하며 이제까지의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을 눈물로 쏟아낸 것. 이런 부모의 마음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다가서는 기회가 됐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 평소 조급한 성격과 우발적 성향을 지녔던 아이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 ‘기차’는 여유와 기다림,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학생과 부모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고, 또 아이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며 보다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황 교사는 기차여행에만 그치지 않고 교사와 학부모의 연계 활동을 통해 꾸준히 학생들의 변화를 모색해나가고 있다.
수많은 제자, 큰 보람
광문고는 지난해 ‘동문 선배님과 함께하는 행복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의 살아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회 학생들과 위기학생들, 예체능 전공학생들이 선배들과 각각 멘토와 멘티가 되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황 교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회각계 전문가들이 위기 학생들에게 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지속적인 관심이 그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며 “또 주기적인 만남이나 연락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도 형성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황 교사. 그는 교내에서 벗어난 학교 외곽에서 학교 교육에서 담당할 수 없는 인성교육과 사회봉사 활동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새터민 학생, 한부모 가정 학생 등이 참여하는 양구농촌봉사활동, 9월에 진행될 1만5000명 학생이 참여하는 청계천 걷기대회 등이 그것.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 활동과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활동 등을 함께 펼쳐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황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보람을 물었다.
“졸업한 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면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죠. 학습지도를 잘하면 ‘졸업생’이 생기고, 생활지도를 잘하면 ‘제자’가 생깁니다. 제겐 정말 많은 ‘제자’가 있습니다. 그들이 있어 저는 늘 행복하고, 또 그들에게서 큰 힘을 얻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