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세종대 회화과 졸업생이 손잡고 그린 마을 벽화

도시 콘크리트 벽에 예술을 입히다

지역내일 2015-04-16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웠던 옹벽, 지하철 환기구 같은 버려졌던 ‘벽’이 예쁜 작품을 품은 캔버스로 변신중이다. 광진구청이 세종대 회화과 출신 청년작가들과 손을 맞잡고 2012년부터 진행중인 공공예술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며 동네마다 벽화를 그려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벽화 사업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강화(세종대 회화과 교수), 최재령(세종대 회화과 대학원생),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 3인방에게 광진구 벽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벽화

 알록달록 오방색 조각보 속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콘크리트 옹벽, 중랑천 한강 나들목의 기다란 벽에는 기타 치는 강아지 3마리가 익살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모두 세종대 회화과 졸업생들 손끝에서 탄생한 미술작품들이다.


청년작가들의 재기발랄함 벽화로 탄생
 제2의 부산 감천문화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꿈꾸며 지자체마다 앞다퉈 벽화사업을 주친하며 전문 업체에 용역을 맡길 때 광진구는 색다르게 접근했다. 광진구 도시디자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강화 세종대 교수가 청년작가들과 다리를 놓아준 덕분이다.
 “전문 작가에 의뢰해 수준 높은 벽화를 선보이려니 예산이 많이 필요해 고민하던 차에 이 교수가 회화과 졸업생들이 참여하는 공공예술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 나서 주셨어요”라고 광진구청의 박희정씨가 벽화 사업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구청은 예술성, 청년예술가들은 일자리 ‘서로 윈윈’
 광진구는 감각 있는 예술가가, 회화과 졸업생은 일자리가 필요하던 터라 일은 술술 풀렸고 청년 예술가 공공근로사업은 2012년 겨울에 첫선을 보였다.
 젊은 작가 10명이 디자인 시안 작업을 위해 머리를 싸맸고 자청해서 재능기부자로 나선 이 교수는 디자인 감수부터 작업 전 과정을 감수했다.
 “수십 장의 시안을 그려 가면 교수님께 퇴짜 맞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공공디자인이란 너희들 개인 작업이 아니야. 대중의 시선에서 공감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봐’라고 뼈 있는 조언을 해주셨지요.” 최재령씨가 3년 전을 회상한다.
 산고 끝에 동화와 동화축제 그리고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광진구청의 핵심 구정 운영 코드를 풀어낸 시안이 하나 둘 탄생해 벽화로 완성됐다.
 “화려하게 채색해 눈길을 사로잡는 벽화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튀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벽화로 차별화했습니다. 무엇보다 유지보수 부분까지 염두에 뒀지요”라고 박씨가 설명한다.
 벽화 도색은 1~2년 안에 색이 바라는 페인트가 아니라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오랫동안 색감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벽화 보수 작업도 세종대에서 맡아서 해주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개성 강한 청년 작가들이 뭉치다 보니 우여곡절도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 사다리 타고 올라가 하루 8시간씩 벌벌 떨며 벽에 그림 그리는 작업이 녹록치 않았어요. 한편으로는 3년쯤 고생한 덕분에 그림 그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기도 했고요(웃음). 돈네 꼬마들이 벽화 그리느라 고생한다며 빵과 음료수를 가져다 줘 감동을 받은 적도 있지요. 벽화마다 새록새록 쌓은 추억이 많아요”라고 최씨가 속내를 말한다.
 지금까지 30여명의 청년작가들이 참여한 벽화프로젝트는 야외 공간을 비롯해 구립어린이집 17곳.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낡은 구청사 실내 벽 등 총 26곳에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광진구의 벽화 프로젝트가 관학연계의 모범사례로 꼽히자 중심축 역할을 한 이 교수의 보람도 크다 “회화과 졸업 후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제자들이 많아요. 전업작가 생활도, 취직도 쉽지 않은 현실이지요. 허나 구청과 협업으로 공공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면서 제자들이 시회에 소속감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작품을 열린 공간에 선보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책임감을 갖게 됐지요. 보수가 적은 공공근로로 시작했지만 이 프로젝트가 디딤돌이 돼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도 있고요.”


아차산 등산로에 벽화거리 선보일 예정
 실제 광진구 각 동마다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새로운 벽화프로젝트를 추가로 선보이게 됐다.
 “주민 제안사업으로 서울시 지원을 받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아차산 등산로 700m 구간과 서울어린이대공원 광장에 벽화거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처럼 구청이 관내 대학과 손잡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니 보람이 크죠”라고 박씨는 뿌듯해 한다.
 한편 광진구는 벽화 사업에 참여한 청년작가 13명의 공공벽화 사진과 회화작품들을 한데 모아 나루아트센터에서 지난 4월3일부터 9일까지 ‘Beyond the wall(벽을 넘어서)’을 주제로 작품전시회도 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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