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그리운 날에 ‘봄날의 기도’

지역내일 2015-04-13

봄날의 기도 (자작시)

꽃 피면 꽃 핀다고
바람 불면 바람이 분다는
그런 말만 하게 하소서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좋은 인연들을 만나
그렇게 만나고 보는 것들 모두
희망차게 하소서

하루를 살아도
천상의 일처럼 꿈을 꾸고
꿈꾸고 바라는 것들 모두
눈부신 계절 속에서
꽃이 되게 하소서

더불어 사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까지
늘 새롭고 향기롭고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감사하게 하소서 

 참 좋은 계절이다. 치악산 자락서 산수유 꽃을 보는가 싶었는데 도심의 도로변은 벚꽃이 한창이다. 며칠 내리던 봄비가 그치고 나서 도심의 길을 걷다보니 시멘트 틈에서도 제비꽃 민들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눈이 호사로운 봄날이다.
이맘때면 고향마을이 그립다. 유독 긴 겨울을 나야 했기에 봄은 더욱 반가웠다. 얼었던 계곡이 봄볕에 풀리면 얼음장 밑에서 물소리가 났다. 봄이 오는 신호였다. 꽁꽁 얼어있던 시냇물은 봄볕에 녹은 얼음물들이 모여들어 여울물 소리를 내며 흐르고 시냇물이 됐다.
그럴 때면 움도 트지 않은 냇가의 버들개지와 산비탈 진달래 가지를 꺾어 방안 화병에 꽂았다. 빠른 봄을 보고 싶어 조급증이 난 젊은 어머니가 훔쳐온 봄으로 방안 가득 치장했다. 밖은 아직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방안은 벌써 버들개지와 진달래가 피는 한창의 봄이었다. 그리워지는 정경이다.
양지쪽에서 푸릇푸릇한 냉이의 어린 싹들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나뭇가지에 초록 기운이 퍼지는가 싶었는데, 별안간 가지 끝에서 꽃이 피었다. 봄꽃들은 소리 소문 없이 폈다. 잎이 나고 꽃망울이 맺히고 피고 하는, 꽃이 되는 지난한 과정을 지켜볼 사이도 없이 어느 날 벌써 피어있었다.
마을 언덕길에서 할미꽃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밭갈이를 기다리는 들에서는 꽃다지가 분간 없었고 숲을 들추면 괭이눈이나 별꽃, 현호색, 피나물, 노루귀, 동의나물 등 찬찬히 들여다봐야 꽃인 걸 알 수 있는 작은 풀꽃들이 펴 있었다. 숲이 초록으로 변하기 전, 아직 무채색으로 봄다운 봄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을 때 유독 이것들만 있어 더욱 환상적이었다. 숲에서 그 무리들은 말 그대로 별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였다.
산길을 따라 생강나무나 산수유도 노란 꽃잎을 열었다. 양지바른 언덕에서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앞산은 화원이 되었다. 아지랑이 사이 꿈길처럼 느릿느릿한 나비의 날개짓을 보는가 싶었는데 마을 집들은 하나같이 복숭아와 살구, 자두꽃이 지붕을 덮었고 울을 넘었다. 울을 따라 피던 명자나무 꽃과 장독대에서 피던 앵두꽃, 말 그대로 꽃대궐로 변했다. 고향과 그곳의 꽃잔치가 그리워지는 봄날이다.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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