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경상남도에서는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보편적무상(의무)급식을 포기하고, 4월부터 선별적 급식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경상남도는 부자들에게 조차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정말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들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는 소리는 비논리적이며 삼성전자 이건회 회장의 아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아이들 밥을 먹이는데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따로 있는 것일까?
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가난으로 상처받은 일이 많았다. 부모님들이 도시락만은 싸주시려 하셨으나,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는 새로운 반찬을 만들 경제적인 여유도,또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으셨다. 심지어 일주일 내내 같은 반찬만을 싸주신 경우도 많았다 김치, 무말랭이, 콩자반은 변하지 않는 메뉴였다. 필자는 밥위에 계란을 프라이하여서 얹어오거나, 소세지 반찬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친구들끼리 반찬을 나누어먹을 때 필자는 너무 창피해서 반찬통을 열지 않고 밥을 굶은 적도 많았다. 친구들이 같이 먹자며 자신의 도시락을 나누려해도 자존심 때문에 뿌리 치고 수돗가에 가서 물을 마시면서 허기를 달래면서 부모의 가난을 원망하며 펑펑 울었었다. 즉, 상대적 빈곤의 느낌은 절대적 빈곤에 더하여 너무나 고통스런 것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 그까짓 것 굶은 것도 아니고 가난한 형편에 도시락을 싸서 준 것도 고마워할 것이지만, 그때는 어린 마음에 가난한 부모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반면에, 매일 고기반찬 종류를 반찬을 챙겨오는 아이들은 우쭐해하며 으스대었고, 그들은 그들끼리, 보잘것없는 반찬을 싸서오는 친구들은 그들끼리 어울렸다.
그 당시 필자에게 ‘왜 매일 맛없는 같은 반찬을 싸가지고 오냐’며 핀잔을 주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후 오래 동안 필자는 그 친구와 가까워 질수가 없었다. 즉, 도시락 반찬은 가난이 무엇인지 그리고 빈부격차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단초의 역할을 하며 폭넓은 교우관계를 가로막으며, 부모의 가난으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주홍글씨였던 셈이다. 그때 가난한 아이들이 희망했던 것은 아이들이 모두가 똑같은 반찬을 싸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현재의 무상급식논란도 과거 필자의 경험과 다를 바가 없다. 무상급식혜택을 받기 위하여 부모는 자신이 가난하다는 증명을 해야 하고 부모들이 명단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는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철없는 친구들은 “쟤네 집은 가난해서 공짜 밥 먹어요” 라고 한마디 때문에, 듣는 아이는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되고, 자신들로 인하여 ‘가난한 집의 아이’라는 마음속 낙인이 찍힌 자식을 보면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부모들의 아픔도 생각해보아야한다.
분명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거보다 먹고사는 문제는 많이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빈부격차는 존재하며 인간의 삶이 있는 한 이 격차는 사라지지 않는 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난이 대물림되어서, 나아질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가난한 집에 태어났더라도,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출발선이 같아야 하고, 사회는 공정한 기회를 주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또한, 교육은 이해 득실의 정치 논리로 풀어가서는 안 된다. 교육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풀고자 하는 경향도 재검토 되어야한다. 기본적으로 삶의 목적은 먹고 사는 문제이며 그리고 교육의 목적도 기본적인 먹는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다음의 고귀하고 거창한 목표가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선별적 급식으로 개천에서 용을 내자는 거창한 구호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개천으로 보지 않고 주눅들지 않은 상태에서 밥 한끼라도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함께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모든 정책에 우선해야한다. 대한민국은 모든 아이들에게 밥 한 끼 정도는 아무런 논란 없이 무상으로 먹일 수 있는 사회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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