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476명 중 295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도 있지요. 지난 토요일, 다시금 잔인한 달 4월이 돌아오고 있는 이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고양파주 시민들이 함께 한 북콘서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고양교육지원청에서 있었습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돈보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자
마침내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평화롭게 비치던 14일 오후, 240일간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육성을 기록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의 고양파주 북콘서트가 고양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주말임에도 200석의 자리가 모자라 무대 앞과 통로 바닥까지 50여 명의 시민들이 앉거나 서서 이날의 행사에 함께 했다.
최광기 씨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고양시민들로 결성된 한가람남성합창단이 노래 ‘브링 힘 홈(Bring him home)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마련된 유가족들과의 대화. 단원고 희생자 고(故)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와 고 김제훈 학생의 부모 이지연 김기현 씨, 고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 씨가 무대 위에 자리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목발에 의지해 무대로 나온 정부자 씨는 “본래 적극적이지 않은 성격이라 처음엔 그냥 합의하고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호성이를 생각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며 “사고가 나기 전에는 내 가족 편한 것만 생각하고 살았다. 이젠 나 자신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은희 씨는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종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6월에는 태풍이 오기 때문에 그 전에 반드시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 돈보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을 우리들 마음속에 간직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토크 후 고 김제훈 학생을 생각하며 김민정 시인이 쓴 시를 제훈 군의 어머니 이지연 씨가 낭송하자, 어두운 관객석 여기저기서 나지막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진 순서는 여창가곡 전수자 무형문화재 정마리 씨의 위로의 노래. 반주 없이 부르는 그의 정가(正歌)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가슴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었다.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자
2부에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쓰는 데 참가한 416세월호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소속 작가 박희정 씨와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박진 씨가 나와 유가족과 함께 토크를 이어갔다. 책은 12명의 작가들이 8개월 여간 유가족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 엮은 것. 박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 문제에 참여하는 방법은 글이라는 생각에 기록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기록과정에서 배운 것이 참 많다. 세월호 참사가 개인의 불행으로만 이야기 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사회정의와 인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데에는 유가족들의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유가족들의 인식이 ‘내 아이에서 우리 애들’로 변화하고 자신들의 삶을 바꿔내는 과정들이 이 책에 기록돼 있다. 우리에게 계속 생각할 거리와 고민을 던져주신 것이 감사하고 그 힘에 이끌려 우리 작가들도 계속 기록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진 씨는 “세월호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다함께 끝까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보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는지 보고 참사를 결코 잊지 않는 것,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에 참여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토크가 끝난 후에는 가수 백자 씨가 기타를 메고 나와 화인과 담쟁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고, 사회자가 단원고 희생자 故 신호성 학생이 쓴 시 ‘나무’를 낭송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 김정우(일산동구 사리현동) 씨는 “아이들 데리고 광화문 광장에 자주 나가는데 처음에는 유가족들 앞에서 아이들 놀게 하는 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유가족 분들은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어려워하지 말고 그곳에 가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께 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고 신호성 학생이 쓴 시
나무
신호성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북콘서트장에서 만난 사람들
이지영 씨 (파주 운정)
일반 시민으로서 유가족들과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 분들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처벌받고 책임 져야할 일인데 그러기 위해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아 안타깝지만, 저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책임의 덕목을 항상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우 최윤정 씨 부부 (사리현동)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데 세월호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요. 엄청난 아픔의 무게를 안고 계실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이런 자리를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우 씨
제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 있었는데요, 참사 1주기를 계기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데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최윤정 씨
강율우 김채운 홍금기랑 김동하 민진우 군 (한빛중 1)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늦게라도 그분들을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율우 학생
희생자 중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과 형, 누나들이 물고기 밥이 되지 않게 어서 배를 인양하면 좋겠어요. -김채운 학생
봉사활동 점수를 받으러 오긴 했지만 여기 와서 실제로 봉사를 마치고 나니 뿌듯해요. -홍금기랑 학생
저희가 어른이 되면 안전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김동하, 민진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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