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티팟에 우린 홍차를 3단 트레이에 담은 스콘, 마카롱, 케이크 같은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유럽의 애프터눈티 문화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중이다. ‘차=녹차’고 맛 보다는 다도의 예법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홍차가 블렌딩차, 가향차 등 폭넓은 메뉴에 세련된 분위기를 접목해 여심을 사로잡으며 애호가층을 넓혀가고 있다.
급성장한 커피시장에 비해 그동안 우리나라 티 시장은 비정상적일만큼 작았다. 하지만 티를 즐기는 20~30대 여성층이 두터워지면서 전문 티샵이 속속 문을 열고, 호텔마다 앞다퉈 애프터눈티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홍차의 역사, 종류, 맛있게 우리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수강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홍차에는 항산화 성분이 포함된 웰빙 음료이면서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는 세련된 음료라는 이미지가 젊은층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떫고 맛이 없다는 홍차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차를 제대로 우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홍차는 과학입니다.” 홍차 마니아 문기영씨의 첫 마디다. 실제 그가 정확히 계량하고 시간을 재 정석대로 우린 영국산 포트넘앤메이슨 홍차의 맛은 은은하면서 부드러웠다.
동서식품에서 16년 동안 커피마케팅을 담당했던 문씨는 퇴사 후 홍차의 매력에 빠져 지난 4년간 홍차만 파고 든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 인도, 스리랑카, 중국 등 세계적인 차산지와 홍차 문화를 꽃피운 런던, 파리의 유명 티브랜드를 답사하며 <홍차수업> 책까지 냈다. 최근에는 자체 아카데미를 열고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등지에서 홍차 강의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Q. 홍차를 맛있게 즐기려면 어떻게 우려야 하나?
‘2, 3, 400’부터 기억하라. 차 2g을 3분 동안 400cc의 팔팔 끓인 물에 우리면 된다. 이 기준점을 가지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차를 더 넣거나 덜 넣으면 된다. 나는 늘 저울을 가지고 다니며 정확히 계량해서 우린다. 홍차 맛이 떫다면 너무 오래 우렸거나 물이 충분히 뜨겁지 않거나 차양이 많아서 그렇다. 밀크티는 차 7g에 물 150cc를 넣고 진하게 우린 후 뜨겁게 데운 우유를 붓고 설탕을 넣으면 달콤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Q. 다즐링, 실론, 잉글리쉬블랙퍼스트... 홍차의 종류만도 수백 가지다. 어떻게 구분하나?
흔히 세계의 3대 홍차로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 중국의 기문을 꼽는데 원산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다. 홍차는 품종과 떼루아(지역)에 따라 또 다원별로 맛이 다르다. 그 만큼 섬세한 음료다. 인도의 다즐링, 아삼, 닐기리, 스리랑카의 실론 모두 유명 차산지다. 동일 원산지의 찻잎으로 만든 홍차를 단일 산지 차(single origin tea)라고 부른다.
아침에 먹기 때문에 강한 맛이 특징인 잉글리쉬블랙퍼스트, 오후에 마시는 부드러운 맛의 애프터눈티로도 구분한다.
블렌딩티는 다른 국가, 산지에서 생산된 차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블렌팅티를 추천한다. 다원별 싱글 오리진티는 개성이 강한 맛이라 입문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향차는 차에다 꽃, 과일, 향료를 넣어 만든 것이다. 가령 얼그레이는 차에 베르가못을 넣어 만든다.
Q. 홍차 브랜드가 다양하다. 명품 브랜드를 꼽는다면?
150~200년 역사를 지닌 유럽 브랜드가 유명하다. 영국의 포트넘앤메이슨은 영국 왕실 인증을 받았으며 로열블렌드, 퀸앤 같은 100년이 넘는 블렌딩 홍차가 스테디셀러다. 해러즈는 영국 해러즈백화점에서 만든 고급 차다. 프랑스의 마리아주프레즈는 꽃, 과일, 향신료를 첨가한 가향차가 강점이 있다. 이들 홍차 브랜드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값도 현지의 3~4배나 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해외 직구로 구매를 많이 하는 추세다.
Q. 카페인이 들어있는 홍차를 하루에 여러 잔 마셔도 괜찮은가?
홍차는 카페인 함유량이 커피 보다 적은데다 카페인 흡수를 줄여주면서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있어 여러 잔 마셔도 괜찮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2리터씩 홍차를 마시고 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 좋은 건강 음료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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