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독립영화 감독 데뷔한 학원 원장 ‘강영호’

최고의 스타강사가 ‘SNS 3분 영화제’에 ‘머리핀’ 출품해 장려상 수상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영화,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입니다”

지역내일 2015-03-16

“엄마와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하는 영호는 엄마가 옆에 있지만 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마르다. 어느 하루 매섭던 날, 엄마는 출근하고 열 살 소년 영호는 동생 다호를 홀로 남겨두고 엄마의 뒤를 쫓아가는데…” 2014년 ‘SNS 3분 영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작품 ‘머리핀’의 시놉시스다.
어린 시절 슬픔과 암울한 기억의 한 조각을 11분짜리 영상으로 형상화한 사람은 바로 강영호국어학원의 강영호 원장. 20년 가까이 인터넷 스타강사로, 자신의 이름을 건 국어학원 원장으로 살아온 그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영호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5등급 학생을 1등급으로 만드는 것처럼 잘 가르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에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학원 강사에게 바라는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성적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20년 가까이 사교육에 몸담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기능인으로서의 역할에 머물고, 자칫 이런 삶이 그대로 고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지더군요.”
가슴에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의 삶은 늘 설렌다. 강 원장은 우연히 들은 ‘세바시’ 강연에서 삶의 전환점이 될 만한 말을 듣게 됐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고 강 원장은 회상한다.
“그동안 ‘꿈은 곧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더구나 30~40대 이후까지 해온 일은 평생을 가야 하는 것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철없거나 무모한 짓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수업이 없는 날 창작을 즐기며 영화, 음악, 미술에 ?빠져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영화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강 원장을 살아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계속 영화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유년시절의 쓸쓸하고 아픈 기억, 서정성 짙게 그려냈다는 평
학생들이 뽑은 이투스 최고의 스타강사였을 만큼 가르치는 일이 천성인 그다. 한 번도 가르치는 일을 포기한 적이 없을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것은 늘 깨어 있고 싶어서다.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슬픔, 아련함, 미련 같은 것들을 오직 나만의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영화인 것 같아요. 작품 ‘머리핀’은 제가 어렸을 적 살아온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스토리는 친구의 경험과 저의 경험을 섞어 누구나 겪었을 유년의 기억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따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가난으로 인한 엄마의 부재. 강 원장은 그 빈 공간을 담담하면서 서정성 짙게 그려냈다. 어른이 된 지금 그 쓸쓸함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 영화는 11분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서 전달하고 싶은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초보 감독인 저에게 상업영화로 유명한 서기원 촬영감독, 영화 ‘왕의 남자’의 조명감독이신 한기업 감독님이 많은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셨어요. 비극적 서정성과 쓸쓸함이 제 연출의도에 맞게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분들 덕분입니다.”


익숙함에 안주했을 때 사람은 늙어, 늘 꿈꾸기에 나는 청춘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반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SNS 3분 영화제’. 네이버 TV캐스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영화감독을 꿈꾸는 예비감독 혹은 개인이나 단체 등이 참가하는 온라인 영화제로 본선 작들은 온라인에서 상영되며 네티즌 평가 50%, 심사위원 평가 50% 등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2014년 ‘SNS 3분 영화제’에는 3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본선까지 100여 작품이 예선을 통과했고 26편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당선됐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서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어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영화제작 아카데미에 다닌 1년은 제 직업을 바꾸었다기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 시간이었습니다. 능숙해진 일에 안주했을 때 사람은 늙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꿈꾸고 있기에 청춘으로 살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을 하면서 강 원장은 더욱 살아있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전에 없이 제자들에게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도 많아졌다. 등급을 올리기 위한 그 이상의 교감이 학생들과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 원장은 강조한다.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는 그 무엇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냈을 때 사람은 가장 건강해집니다. 잊히지 않는 아픔이 있다면 온전히 그것과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게 영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죠. 현재 단편 2개, 장편 2개의 시나리오가 완성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 제 길은 시나리오 작가일지도 모르겠네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니까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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