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가장 빨리 봄맞이를 하는 곳. 안산구경 중 제6경인 풍도다. 특히 봄이면 풍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야생화를 찾아 사진작가들이 이 작은 섬 풍도를 찾아온다. 사막이 우물 때문에 아름답듯이 서해의 많은 섬들 중에서 풍도를 특별한 섬으로 만드는 풍도 바람꽃과 풍도 대극. 봄바람이 살랑대며 봄꽃을 유혹하던 지난 6일 야생화를 만나러 풍도를 찾았다.
풍도, 봄을 알리는 전진기지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안산의 가장 남쪽 서해바다에는 풍도와 육도가 형제처럼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풍도에 가는 길은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서해누리호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야 하지만 이날은 전곡항에서 행정선을 이용해 풍도로 향했다. 일 년에 단 한번 남들보다 빨리 봄 소식을 전하고 싶은 방송기자와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안산시가 마련한 임시 배편이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서해바다를 가로질러 50분 만에 도착한 풍도. 가파른 산기슭에 바람을 피하려는 듯 나지막히 지붕을 얹은 집들이 햇볕을 조금 이라도 더 받기 위해 동남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파른 땅이라 윗집 마당과 아랫집 지붕이 거의 맞닿았다.
60가구 120여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이 곳. 따사로운 봄볕을 쬐러 나온 어르신들이 봄이면 지천에 피는 꽃을 찍겠다고 무거운 장비를 낑낑거리며 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기한 듯 물끄러미 쳐다본다. “할머니 꽃구경 왔어요”라며 살갑게 말을 걸자 “절로 가보소”라며 마을 안 길을 턱으로 가리킨다.
마을길로 접어들자 이 동네 사람들의 순박한 삶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난 밤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이 빨랫줄에 걸려 꾸덕꾸덕 말라가고 하룻밤 묵어가는 손님을 위해 밥과 국을 끓이는 큰 아궁이 세 개가 돌 담 아래 나란히 서있다.
사람냄새 가득한 마을 안길을 따라 쭉 오르다 보면 지붕 들이 모두 발 아래로 내려가고 어느새 우람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백제를 멸하고 당나라도 돌아가던 소정방이 심었다는 전설과 이괄의 난을 피해 풍도에 들린 인조가 심었다는 두 가지 전설을 간직한 은행나무. 은행나무 옆에서는 이 섬에서 가장 맛있다는 샘물이 있다.
지천에 흐드러진 야생화 발걸음도 조심조심
야생화를 보려면 이 은행나무 옆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산길에 들어서자 노랗게 핀 복수초가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복수(福壽)초. 복수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야생화다. 특히 이른 봄 잔설을 녹이고 피는 꽃이라 얼음새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 겨울 언 땅을 뚫고 나온 생명에 대한 경배인지 땅에 기듯이 엎드려 노란 복수초 꽃잎 앞에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댄 사람들. 불과 몇 주면 지고 말 아름다움을 영원한 작품 속에 담기위해 여념이 없다.
로프로 정비된 산길을 따라 오르자 낙엽사이 예쁜 노루귀를 발견했는지 앞서간 일행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최종인 안산시청 생태전문위원은 “지난 몇 일 기온이 낮아서인지 노루귀 개화가 늦은 편입니다. 야생화는 초 봄 추위에는 키가 작은 꽃부터 나기 시작해 점점 키가 큰 야생화가 피는데 이곳 풍도에는 약 370여종의 야생화를 봄, 여름, 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봄철에는 복수초와 노루귀, 풍도바람꽃, 풍도대극을 볼 수 있다.
바스락 거리는 낙옆 숲에서 용케 발견한 노루귀. 노루귀처럼 몸 전체에 솜털이 나있어서 얻은 이름이다.
조금 더 오르자 드디어 풍도의 바람꽃이 지천에 피어있다. 몇 해 전만해도 풍도 바람꽃의 이름은 ‘변산바람꽃’이었었다. 그러나 꽃잎이 변산 바람꽃 보다 크고 꽃 모양이 조금 달라 2011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풍도바람꽃’으로 이름 붙여졌다. 일반인이 보기에 큰 차이는 없이 다섯 갈래의 꽃잎이 단아하고 고운 야생화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다 멀리 바다가 내려 보이는 탁 트인 널찍한 공터. 이곳이 바로 야생화 군락지다. 풍도 바람꽃과 복수초, 노루귀가 지천을 피는 곳이어서 로프를 묶어 탐방로를 만들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혹시 야생화를 밟는 건 아닐지 걸음 걸음이 조심스럽다.
풍도는 왜 야생화 천국이 되었을까?
고개를 넘어가면 풍도대극 군락지가 나타난다. 풍도대극의 개화 시기는 예년보다 10여일 빨라 다른 야생화에 비해 빨리 피었다.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만 자라는 붉은 대극의 한 종류다.
어쩌다 풍도에는 이렇게 많은 야생화가 살게 되었을까? 최종인 생태전문위원은 “풍도만의 토질과 바람, 기온이 야생화의 생존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섬 지형으로 외부와 고립되어 환경을 지켜온 것도 풍도 야생화 군락지가 형성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야생화 천국이라고 알려지면서 봄철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인기가 높아진 것도 좋지만 야생화를 지키기 위한 안산시의 고민도 그 만큼 깊어졌다.
조현선 환경생태계장은 “지금은 풍도 주민들이 스스로 야생화 군락지 주변을 청소도 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요하다면 야생화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고 말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야생화.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핀 작은 꽃 한송이가 긴 겨울을 지나 결국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풍도 야생화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함께 봄맞이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안산의 남쪽 끝 풍도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풍도 가는 길 -서해누리호
9:30 인천여객터미널
10:20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11:40 육도(홀숫날) 풍도(짝숫날)
12:00 풍도(홀숫날) 육도(짝숫날)
비용 1만4960원
야생화 출사 이것만은 꼭
낙엽 다시 덮어주기
사진을 찍기 위해 낙엽을 치웠다면 다시 제자리로. 밤이면 야생화가 얼어요.
발걸음도 조심조심
아직 채 나오지 못한 야생화가 낙엽 속에 있어요. 조심 조심
정해진 탐방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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