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진로 찾기 주엽고등학교 유미숙 진로진학부장교사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인생의 밑그림부터 그려보자

지역내일 2015-03-09

오래된 영화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진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꿈’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꿈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청소년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꿈이라는 게 생각하는 대로, 또 고민한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찌감치 자신의 꿈과 길을 찾아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이 다수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인생의 밑그림부터 차근차근 그려보자며 상담실의 문을 열어놓은 이가 바로 주엽고 유미숙 진로진학부장교사입니다.  
   
아이들의 마음 잡아주는 교사가 되기 위해
“저도 제가 지금 진로진학 교사가 돼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교사가 된 후 그저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거예요. 리포터님도 그렇지 않나요?”
주엽고 유미숙 진로진학부장교사의 질문에 공감하게 된다. 꿈이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이 진로교사가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오랜 교직생활을 하며 많은 아이들을 만나왔는데, 아이들 고민의 끝엔 언제나 진로 문제가 있었단다.
“가정문제나 성격, 친구관계 등 아이들의 고민은 다양했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귀결되는 지점이 바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것이었죠.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가 해결 돼도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아이들의 방황은 계속 됐어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고 싶어 상담을 공부했고, 전문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학생 상담일을 해오다가 2010년 진로진학 상담교사 선발이 있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고, 이제 5년차 진로진학 교사로 일하고 있네요.”
2000년대 이후 그는 급격하게 달라지는 학교 현장을 경험하면서 교과만 지도해서는 아이들을 끌고 갈 수 없겠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대학에서 진행하는 직업상담 및 전문 상담교사 연수를 받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것들을 채워갔다. 그 시간들이 진로진학교사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진로 찾기 강박에 빠진 아이들
진로진학 교육이 강조되면서 부작용처럼 꿈에 대한 강박증을 갖는 아이들이 많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것은 같지만 요즘 아이들은 꿈을 못 찾아 더 많이 불안해한단다.
“학교나 사회에서 ‘꿈을 찾아라,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하고 요구하니 아이들이 진로 찾기 강박에 빠져있어요. 미래가 명확치 않거나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루저가 된 듯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꿈이라는 것이 정해 놓았다고 다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 꿈을 못 이뤘다고 실패한 삶도 아닌데 아이들의 그런 고민을 들으면 안타깝지요.”
유 교사는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직업이나 역할로 꿈꾸지 말 것을 권한다. 대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보라고 한다.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자신을 알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금씩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인생의 밑그림을 고민하고 그려보되 멈추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하다보면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절로 알게 되지요. 그런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꿈에 가까워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다면 꿈을 찾을 수도 이룰 수도 없답니다.”


함께 성장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일반고 아이들 대다수의 고민은 공부와 성적 문제다. 특히 공부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성적이 올라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그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엽드림멘토링’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도, 또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을 팀별로 묶어 학습 계획을 세우는 방법과 학습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 학습 코칭까지 해주도록 했다. 카톡이나 밴드로 소통하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피드백을 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네 명의 아이들이 멘토링 팀을 꾸려왔지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세 명이 성적이 좋지 못한 친구 한 명을 도와주겠다면서요. 당연히 성적 좋지 못한 아이가 일방적인 도움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들의 이야기는 달랐어요. 공부 잘했던 아이들이 더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시 점검하고 공부하면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요. 결국 네 명의 아이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답니다. 경쟁과 개인이 강조되는 성적 문제를 팀으로 해결해가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것을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지요.”
교직 35년차. 교사로 첫 출발을 할 당시 꿈꾸지도 못했던 일을 하고 있지만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돌아보니 잘 찾아온 길이란다. 남은 교직 생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싶다며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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