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즐거운 공부습관은 아이의 평생 공부를 결정한다. 아무리 좋은 교재와 선생님이 있어도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서는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법이다. 정발중학교의 윤상숙 수석교사는 ‘거꾸로 교실’이라는 새로운 학습법으로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알아가게 하고 있다. 이번 주 <우리선생님>에서는 ‘수포자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는 정발중학교의 윤상숙 수석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엄마처럼 다정다감한 선생님
윤상숙 교사는 수석교사다. 원래 수학을 가르쳤지만, 아이들에게 맞는 학습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석교사가 됐다. 교사가 된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께서 ‘수학을 잘하니까 수학교사가 되면 잘할 거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집 앞에 있는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교사가 돼서는 ‘선생’을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러워 엄마처럼 살피고 채워주기에 바빴다. 상처받은 아이에게는 눈시울을 적시며 함께 울어주고, 수학실력이 부족한 아이는 남겨서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아이들에게는 늘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와 같았다.
수석교사가 된 건 2014년 3월이다. 2012년부터 수석교사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실제 수석교사가 되기로 맘먹은 건 2013년이다. 15년 이상의 교사 경력과 꾸준한 연구수업, 여러 수상 경력 등 이미 그녀는 수석교사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 정발중학교에 몸담고 있다. 늘 배움의 자세로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위해 수업 연구와 수업 컨설팅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이 보낸 감사 편지
거꾸로 교실 ‘플립러닝’
요즘 그녀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활용해 1학년 수학을 가르친다. 플립러닝은 일명 ‘거꾸로 교실’로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뒤집는 학습법이다. 거꾸로 교실에서는 교사가 직접 만든 동영상으로 학생들 스스로 완전학습을 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발표, 프로젝트학습, 협동학습을 한다. 특히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거꾸로 교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선배 수석교사의 연구 수업에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어떻게 하면 수포자를 줄일 수 있을까’ 하고 마침 고민하던 차였다. “아, 이거구나, 이렇게 가르치면 되겠구나,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지금도 거꾸로 교실을 마주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전율이 느껴져요.”
거꾸로 교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3년 5월이다. 인터넷 카페 ‘배움으로 소통하는 수학이야기’를 만들고 수업 동영상을 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게 서툴기만 했다.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카페에 올리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어요. 한동안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꽤 능숙하게 만들어낸답니다.”(웃음)
거꾸로 수업 동영상 자료
가르치는 게 곧 배움, 수포자도 줄어
‘거꾸로 교실’은 대성공이었다. 수동적이던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변했고,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수학을 포기했던 아이들도 더 이상 수학시간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처음부터 큰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모둠별 협동학습은 기대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가르치는 게 곧 배움’이라는 말처럼 학생들은 친구를 가르치기 위해서 이해될 때까지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그러다 보니 수업분위기와 성적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시험을 보면 무작정 찍기만 하던 학생이 70점을 받았고, 성적우수상을 받은 학생도 여럿이었다.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매일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즐겁게 수업하며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학생들을 위한 좋은 학습법을 찾아내고 연구할 생각이다. 당장은 자기주도학습 전략을 세워 수업에 적용하는 게 급선무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히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공부는 한 걸음에 갈 수는 없지만 스스로 하는 게 최고잖아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무료 공부방’을 만들 계획이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배움’이라는 큰 희망을 전하며 살고 싶어서다.
이남숙 리포터 nab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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