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아직 코흘리개 어린애 같은 아이가 어느덧 자라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학교 수업은 잘 따라 갈 수 있을지,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아이 못지않게 엄마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긴장이 된다. 입학 전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선배 맘들과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생생한 조언을 들어 보았다.
나도 이제 학부형!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첫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신입생 엄마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더 할 것이다.
유능한 학습 매니저가 되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학원부터 알아보는 엄마들도 있고, 아이 방을 새로 꾸미고 이것저것 준비물을 사느라 쇼핑에 바쁜 엄마들도 있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일하는 엄마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가장 고민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엄마가 우왕좌왕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진다. 이럴 땐 먼저 경험한 선배맘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초등학생이 갖춰야 할 생활습관, 학교생활 소개를 재미있게 풀어 쓴 동화책들이 많아요.
입학 전 함께 읽고 이야기 해 보면 학교에 대한 불안감도 없애고 길러야할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할 수 있어요.” 김숙희 (초4 자녀, 도곡동)
“학용품 미리 많이 사지 마세요. 요즘은 웬만한 건 학교에서 다 나눠 줍니다.
입학식 날 선생님께서 준비물 리스트를 주는데 그 때 사도 늦지 않아요. 가방도 빨강 노랑 원색보다 무난한 색으로 사는 게 오래 쓰더라고요. 그리고 애들은 금방 크니까 3,4학년쯤 되면 가방을 바꿔줘야 해요. 너무 비싼 걸로 사지 말고 가볍고 튼튼한 걸로 준비하면 좋아요.“
? 이주현(초 3, 5 자녀, 분당 수내동) -
“교과서 지문에 나오는 유명 동화들을 체크해두었다가 미리 읽혀 보내면 수업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이해도 빨라요. 1학년 때는 책을 읽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더라고요.
? 조은정(초2 자녀, 잠실 4동) -
“대형서점에 가면 교과서를 팔아요. 여벌로 한권씩 사두면 다음 수업시간에는 무엇을 배우는지, 곧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교과서를 안 가져온 날 숙제할 때도 유용하게 쓰여요.” - 허영지(초 4자녀, 잠실 4동) -
선생님, 이것이 진짜 궁금해요!
지난해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선배맘 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노영란 선생님께 더욱 궁금한 점들을 물어 보았다.
스스로 하는 생활습관 기르고 정서적인 면 유심히 살펴야
Q.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무리 없이 따라가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알고 입학해야 할까요?
A. 학부모님들께서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인데요, 한글을 받아쓰기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오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1학년은 ‘쓰기’보다는 ‘읽기’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글자를 얼마나 잘 읽을 줄 아느냐’가 아니라 ‘읽은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한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요즘은 수학도 스토리텔링식의 긴 지문이라 쉬운 연산문제라도 지문을 이해 못하면 풀 수가 없어요. 집에서 읽는 연습을 많이 시켜 주세요.
그리고 수학은 고학년 수준까지 미리 공부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선행학습은 수업시간에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쉬운 연산문제에서 실수를 더 범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간혹 학원숙제가 많아서 학교 과제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쓰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2학기부터 그림일기를 매일 쓰게 합니다. 매일 열심히 쓰는 아이도 있지만 학원숙제가 많다고 일주일에 한번 써오거나 몰아서 쓰는 아이도 있는데 6개월쯤 지나면 실력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무엇보다 학교생활이 중심이 되어야 다음 학년 준비도 잘 할 수 있습니다.
Q.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반에 아는 친구들이 없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A. 1학년은 모두가 낯선 환경에서 큰 변화를 겪습니다. 유치원과는 또 다르죠. 학습적인 면보다 불안감은 없는지 정서적인 면을 잘 살펴 주세요. 학기 초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엄마가 안보이면 계속 우는 아이들이 있어요. 가정에서 ‘학교’란 신나고 즐거운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 친구들에 대해 입학 전부터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주세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빠른 적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예를 들면 저희 학교에서는 ‘언니 형과 함께하는 학교탐방’, ‘거북이 마라톤 대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학년과 1학년 신입생이 짝이 되어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미션수행도 함께 하면서 학교와 친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신나하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교사와 학교를 믿고 시간을 가지고 지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4월쯤 되면 첫 상담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어떠한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 좋을 까요?
저도 학부형입장이 되고 보니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는지 궁금한게 참 많아지더라고요. 아이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틱 장애가 있다 던지, 언어가 느리다 던지, 폭력적 성향이 있다 던지 이런 부분은 미리 말씀해 주시면 지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선입견을 가질까봐 말씀 안 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1학년 선생님들은 오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라 한 달 정도면 반 아이들 특성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경우 교사입장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든데 학부모님이 먼저 말씀해 주시면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방법으로 지도할 지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이외에 학부모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 주십시오.
A. 초등학교 1학년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첫 단계입니다. 자기 물품을 잘 챙기고, 가방도 스스로 챙기고, 옷도 혼자서 입는 등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겨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뭔가 불편한 게 있으면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선생님께 전달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유치원보다 학생 수도 많고 교실도 넓다보니 교사가 미처 못 챙겨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 있게 손을 들고 이야기하라고 알려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간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상담 시 교사의 조언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아이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이미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낸 엄마들과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듣고 나니 막연한 불안감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다른 애들은 잘 하는데 너만 왜 못 하니?’ ‘이래가지고 학교 가겠어?’ 라는 말은 안 그래도 입학을 앞두고 불안한 아이의 두려움만 가중 시킨다. 절대금물!
‘학교가면 친구들도 많고, 언니, 오빠, 형들도 있어. 쉬는 시간엔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 놀 수도 있고, 도서관에는 책도 아주 많이 있데’라며 학교란 신나고 즐거운 곳임을 알려주자.
그리고 아이만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단체 생활에 필요한 생활습관을 익히도록 도와주며 교사와 학교를 믿고 여유 있게 기다려 줄줄 아는 학부모로서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도움말
서울 잠현 초등학교 노영란 교사
참고 도서 < 입학을 축하합니다> < 왜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우지연 리포터 tradenz@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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