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자녀들과 스마트폰을 사이에 둔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눈 떠서 잠 들 때까지 폰을 끼고 사는 ‘중독자 수준’의 10대 때문에 부모 속은 타들어간다. 허나 국내 손꼽히는 트렌드 전문가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10대를 미성숙한 골칫덩어리가 아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모바일 네이티브’로 이해한다. 스마트폰을 든 10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모모세대가 몰려온다>란 책을 쓴 그에게 들어봤다.
‘교복 가디건을 잃어버리자 페이스북으로 수소문해 단돈 6000원을 주고 새 것 같은 중고 가디건을 장만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매진된 아이돌 공연 티켓을 경매에 부친다는 글을 보고 잠실에서 영등포까지 가서 낯선 이에게 표를 사서 공연을 봤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미친 중2’의 모바일 라이프다.
1994년 <한국인 트렌드> 출간 이후 21년째 대한민국의 각 산업별 트렌드를 연구하는 김 소장은 1990년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10대들은 ‘트렌드 현미경’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10대
-‘10대 = 모모세대’ 어떤 의미인가?
모모는 모어 모바일(MOre MObile)의 줄임말이다. 10대의 스마트폰 활용률은 92.7%. 그들에게 스마트폰은 공기 같은 존재다. 클라우드 시스템, 위치 기반 서비스, 증강현실, 음성인식, 웨어러블 컴퓨터의 중심에 모바일이 있고 우리의 10대는 이런 모바일 시대의 출발점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첫 세대다. 인터넷, 휴대폰과 함께 성장한 1980년 이후 출생자인 ‘넷세대’와는 또 다르다.
-왜 10대에 주목하나?
조직이란 울타리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 개인 생산 사회로 우리나라는 빠르게 변화중이다. 게다가 글로벌 협업이 필수인 미래 시대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하나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지금 10대의 부모세대는 민주화를 경험한데다 배낭여행 1세대로 배울 만큼 배웠고 경험도 풍부하며 디지털 환경도 낯설지 않다. 허나 부모가 된 이들은 10대 자녀를 20~30년 전 본인들이 경험한 잣대에 끼어맞추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원이라고는 인재 밖에 없는 우리나라 아닌가. 성장 동력은 10대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10대를 바라보며 어떻게 그 자질을 키워줘야 할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 모니터링 등을 통해 모모세대의 잠재력을 파악했다.
-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10대란 어떤 의미인가?
머릿속에 든 첫 번째 두뇌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를 모두 활용할 줄 아는 10대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처리한다. 30년 전에는 정보를 빨리 모아 머릿속에 암기하는 게 중요한 덕목이었지만 지금은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구조화해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검색에 익숙한 10대들은 더 이상 검색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정보를 변형해 중요도 순으로 모으거나 이미지나 짧은 스토리로 재구성하는데 관심을 쏟는다.
즉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텍스트를 한 장의 그림으로 전달하는 ‘이미지적 정보 재구성’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재빨리 간파하고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 능력을 계속 진화시키는 중이다.
이게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가 할 수 없는 첫 번째 뇌의 고유 영역이자 존재 의미며 부모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바일 네이티브에게 ‘열린 문’ 필요
-모바일 쇼퍼로서 10대 소비자는 어떤 특징을 가지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무나(무료 나눔), 교신(교환 신청), 생정(생활 정보), 중고거래’를 활발히 진행하는 소비자 그룹으로 성장중이다. 중학생이 화장품 ‘무나’ 이벤트를 하고 고2 여학생은 학습지 이벤트를 열어 1학년 때 쓰던 문제집을 무료로 나눈다. 이웃을 늘려 본인의 뷰티블로그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즉 소비를 놀이와 결합해 협상하고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인기를 확장하는 데 쓸 줄 안다.
특히 검색보다는 구독을 선호하는 10대의 쇼핑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 검색에 불필요한 시간을 쓰기보다는 좋아하는 브랜드와 SNS 친구 맺기 방식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품목에 대한 선별된 정보를 제공받기를 원한다.
-10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정보의 바다에 일찍 접한 10대는 15~17살만 돼도 청소년기를 넘어 어른의 경계에 서있을 만큼 웃자라있다. 신체적으로 조숙할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 미적 감각, 소비영역에서의 영향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젠 기성세대가 10대를 모모세대로 대접하며 모바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문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학1학년, 고3인 딸과 아들을 둔 김 소장은 공부, 입시를 넘어 미래의 변화상, 직업 환경 변화 같은 ‘미래’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중점적으로 들려준다고 귀띔한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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