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이야기를 즐기는 모임, ‘커피 톡’

정성스레 커피 내리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지역내일 2015-02-16

유난히도 커피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멋을 부리던 시대에서 이제 취미로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커피를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고 커피가 좋고 커피가 궁금해서 매주 월요일 오전,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있다. 서로 자신이 내린 커피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커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커피톡


그저 커피가 궁금해서 모인 사람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서현동 초콜릿 공방 ‘초코 하르딘’에는 월요병을 잊고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맛보고 커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즐기는 ‘커피 톡’ 회원들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여성일거라는 생각을 보기 좋게 뒤집고 들어서는 남자 회원들의 모습은 낯설고 신기했다. “커피가 좋고 알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바리스타 과정처럼 몰입해서 커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 다니다 보니 벌써 4개월이 되었네요”라고 매주 이곳을 찾는 이유를 말하는 정혁채(44세. 수원) 씨. 쇼콜라티에인 권혁준(45세, 청주) 씨는 먼 거리임에도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커피에 대해 알고 싶어 이곳을 처음 찾았다고 한다.


건강한 커피 알리고 즐기는 방법 함께 하고 싶어
커피에 대해 알려주는 김미화(49세, 성남) 씨는 커피공방 ‘커피’아’를 운영하고 있다. 20년 넘게 커피를 로스팅 하고 핸드 드립해온 그녀는 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에 비해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안타까워 5개월 전, 이곳에서 모임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건강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나 많은 분들이 커피를 어렵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커피는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커피를 매개로 같이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초코 하르딘’ 대표인 김정하(분당) 씨는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장소 제공을 하는 후원자겸 회원이다. 자신의 공간이 재미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커피 톡’의 회원이 되었다고 한다.


내리는 사람의 성격 따라 서로 다른 맛내는 커피
같은 커피를 똑같은 조건에서 내려도 드립 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맛이 다르다. 실제 ‘코스타리카’ 원두 15g으로 내린 커피의 맛은 신기하게도 모두 달랐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성격이 맛에 담겨져 있어요. 신기하게도 어떤 계기로 성격의 변화가 생기면 맛도 따라서 변한답니다.” 김미화 씨의 설명이다.
권혁준 씨는 똑같은 조건에서 추출한 커피 맛이 다르다는 것이 놀랍다며 아마 음식에서 나는 ‘손 맛’과 같은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커피 톡’을 찾은 박귀선(55세, 분당) 씨는 다른 회원의 커피를 마시며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박 씨는 굵게 간 첫 번째 원두와는 달리 곱게 간 두 번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내어주며 서로 다른 맛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평소 미각이 둔한 편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커피 한 모금에서 나는 다양한 맛을 찾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이제는 미각이 꽤나 발달되었답니다”라며 정혁채 씨는 부수적인 장점을 말했다.


커피는 정성과 시간이 녹아 있다
박귀선 씨는 직접 로스팅 한 커피의 숙성된 맛을 기다리는 요즘의 행복을 소개했다. 이렇듯 커피는 볶는 과정부터 내리는 과정까지 ‘정성’과 ‘시간’이 함께 해야 한다. 훗날 창업을 꿈꾸는 김동우(36세, 용인) 씨는 배우면 배울수록 커피 한 잔의 책임감과 정성의 소중함이 느껴져 창업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회원 중 유일한 ‘홈 카페 마스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황보순(46세, 여주)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내린 한 잔의 커피를 대접하며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소개했다.
쓴 맛, 신 맛 그리고 단 맛을 가지고 있는 커피. 이런 세 가지 맛의 밸런스를 맞추고 물맛이 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린다는 ‘커피 톡’ 회원들. 그들의 즐거운 월요일 오전은 함께 내린 커피의 부드럽고 편안한 맛과 참 많이 닮았다.


문의: 010-9943-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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