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탐방- 발도르프 교육

씨앗을 뿌리고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한 사람농사

지역내일 2015-02-08

 고속 엘리베이터처럼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배워 ‘조금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반드시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속에서 균형 잡힌 마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바로 세울 수 있을 때 행복은 찾아온다. 빨리, 많이 배우는 교육이 대세로 잡은 지금, 한번쯤 숨을 고르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발도로프 교육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유치원 탐방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발도르프 교육은 독일계 오스트리아 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시한 교육이론으로,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최초로 자유 발도르프 학교를 창설한 것이 시초다. 인지학에 바탕을 둔 발도르프 교육은 한 아이가 태어나 진정한 의미의 자아가 만들어지는 시기를 20여년으로 보고, 이 시기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눈다. 태어나서부터 이가 교체되는 시기인 7세, 7세에서 사춘기가 되는 14세, 그 이후 만20세까지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각 단계마다 ‘때’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온전히 진행되어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7세까지의 시기는 신체의 장기들이 성숙해지는 시기이므로 자신의 에너지를 지식 습득이 아닌 신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발도르프 유아교육에선 영어와 같은 지식 교육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며 몸을 쓰는 법을 익히는 놀이 활동이 주를 이룬다. 사고와 논리가 필요한 지식 교육은 이러한 유아기를 온전히 보낸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고 발도로프 교육은 본다.  
 



기다리고 믿어주기
 발도로프 유아교육에선 감각 발달을 중요시한다. 천연 밀랍을 녹여 만지며 ‘온기’라는 것을 느껴보는 것처럼 자연물로 된 장난감을 통해 신체적 감각을 충분히 자극시킨다. 완성된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교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직접 나무를 잘라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바느질을 통해 인형을 완성한다. 소박한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 진행된다. 솔숲 어린이집 조은경 원장은 “발도르프 교육은 기다려 주는 교육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의지를 통해 무언가 해 나갈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주는 시기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더욱 필요로 하는 시대. 하지만 무슨 재료를 가지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물품이 만들어지는지 알아야만 그 과정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별아이어린이집 민은홍 원장은 “발도르프는 사람농사라고 생각한다. 봄에 씨앗을 뿌려 충분한 햇빛과 물을 받아야만 열매가 충실해진다. ‘때’에 맞춰 진행되는 적기교육이다.”라고 말했다.
발도로프 교육에선 요일별 활동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 한 주일의 리듬을 익힐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사계절의 변화, 자연의 리듬을 직접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산책이나 농장 방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절기에 맞춘 다양한 생활 활동도 구성한다. 
또한 발도르프는 의지교육이다. 언어적인 설명보다 어른들이 직접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모방의지를 갖게 한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돼’ 보다 직접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담는 것이 이 시기엔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란 거다.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교사들과 아이들의 신뢰감은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무엇이든 따라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조은경 원장은 “발도르프 교육은 유네스코 지정, 21세기 지속가능한 교육으로 선정된 바 있다. 어떠한 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해지는 지 어른들이 먼저 고민하고 접근하는 게 오늘을 사는 사람이 내일을 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솔숲어린이집 




  솔숲어린이집에서는 24절기에 따라 원 생활이 이뤄진다. 동지가 있는 12월에는 해보내기 잔치를 위해 원 환경을 꾸며보기도 하고, 새알심으로 동지팥죽 만들어 먹기, 유자차 담그기 등의 생활 작업이 이뤄진다. 또한 등 만들기, 초 만들기, 뜨개질 등 계절에 맞는 수작업 활동이 진행된다. 노래와 시, 라이겐 등으로 아침을 열고, 산책이나 농장 견학 등의 바깥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농장에서는 직접 씨앗을 뿌려 사계절 내내 돌봄으로써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습식수채화를 비롯해 밀랍 점토 만들기, 인형 만들기, 바느질, 직조, 가방 만들기, 뜨개질, 놀이감 만들기 등 자연 친화적인 놀이가 진행된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던 조은경 원장은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모든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체험활동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활동만이 의미 있는 활동이고 그것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씨앗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3세부터 7세까지 반이 구성돼 있다. http://cafe.naver.com/elementfarm
위치: 덕양구 신원로 35 상록 현대힐스테이트 6단지 키즈라운지
문의: 02-381-1279 

 
▶ 조은경 원장 



“ 발발도르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학습입니다. 노래, 시, 연극, 체험, 요리, 손유희, 만들기 등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하나의 주제로 넘나들며 아이에게 다가서죠. 21세기 프로슈머의 세기에 과정을 아는 경험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야할지 주목한 사람만이 진정한 도약을 할 수 있습니다”



■ 별아이어린이집 




   발도르프 교육 철학에 바탕을 두고 모든 활동들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는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절기에 맞는 교육과 행사들이 이뤄진다. 계절에 따라 텃밭 가꾸기, 매실 담그기, 모과차 만들기. 진피차 만들기, 김장 등의 활동이 진행된다. 월, 계절 등 지구 리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매일 바깥나들이와 월별 라이겐 활동을 진행한다. 습식 수채화, 밀랍점토 만들기, 테이블동화, 직조 짜기, 수틀 등의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진행된다. 특별활동으로 목공수업과 점토 공예도 진행된다. 민은홍 원장은 “별아이 어린이집은 발도르프 교육철학을 삶 속에서 실천해가고자 아이와 부모, 교사가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열려있는 상담과 정기적인 부모 교육은 물론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아빠교육도 진행된다. 연말이면 원아 가족들과 함께 해보내기 밤 행사도 갖는다.
인원수에 따라 반 구성이 달라지지만 4세~7세까지 아동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http://cafe.daum.net/ilsankid
위치: 일산서구 후곡마을 1201동 103호
문의: 031-812-9353


 
▶민은홍 원장



“인간이 지구에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의 순환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기초가 된다고 여깁니다. 발도르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몸과 마음, 사고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진정 적합한 교육이 이뤄지는지, 혹시 시기보다 빨라 아이들이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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