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매우 공격적이다. 거실의 중요한 자리에 위치해 있는 텔레비전에는 매우 잘 생긴 사람들이 등장해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을 향해 외모를 가꾸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강요를 마구 해댄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나 리포터 등 모든 방송 관계자가 외모가 뛰어나지 않으면 텔레비전에 등장하기 매우 어렵다. 물론 개그맨들 중에 외모가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면 희화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로 최근 여고생들은 부모가 졸업 기념으로 성형 수술을 해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가 왜 이토록 성형 수술이 유행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는지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할 때다. 물론 누구나 파악하기 힘든 궁극적 본질보다 감각적 인식인 현상을 먼저 접하게 되므로 사람의 현상인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상은 일시적이고 표피적이라 오래 지나면 별 의미를 갖지 말아야 하는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현상을 중시하는 외모 지상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다.
외모 지상주의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그 원인이 긍정적이라면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 원인이 부정적이라면 외모 지상주의는 인정될 수 없어야 한다. 외모 지상주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경제 논리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 소외 현상의 극단이다.
외모지상주의의 아비투스
물론 외모 지상주의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여 그냥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본능이나 자신감 회복의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자위하는 것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외모 지상주의와 무관한 개인적 기호에 따른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적 취향이 과연 개인적 취향으로 머무른 것이 아니라 넓게 보면 사회의 강압적 요소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부지불식간에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서 사회적 구조 때문에 한 행동인데도 그것을 자신의 자유 의지였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을 부르디외라는 사회학자는 ‘아비투스’라고 칭했다. 아비투스는 자연적 상황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인위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부장적 관습이나 남성 우월주의 같은 것이 아비투스다. 여성의 강인함을 부정하고 연약함을 강조하는 것도 아비투스다. 사회의 권력이 나타나고 남성이 사회 생활을 주도함에 따라 남성 중심의 사회에 여러 아비투스가 생성되었다. 명품에 대한 인식도 하나의 아비투스다. 실제 명품은 자연 상태에서는 사용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물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상업화의 진행에서 사회적 지위를 명품으로 대신하는 원리를 명품을 생산하는 여러 산업 구조가 만들어내었다. 그러한 자연적이지 못한 사회화가 바로 아비투스다.
외모지상주의의 아비투스는 누가 생산하였을까?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신부감은 외모가 출중해야 한다. 그리고 신랑은 경제적 능력이 최고 중요한 조건이다. 실제 결혼 중개 회사는 남성의 연봉에 따라 바뀌는 것이 소개받을 여성의 외모라고 한다. 이 원리는 룸싸롱에서 고객인 남성과 접대부인 여성의 관계와 같은 맥락이다. 유흥업소에서 남성이 접대부 여성에게 원하는 것은 오로지 외모다. 그리고 접대부 여성은 남성에게 아름답게 차려입고 애교를 부려서 얻고자 하는 것은 경제적 대가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결혼 조건은 결국 룸싸롱에서 남녀가 만나는 이유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혼의 조건이 유흥업소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화류계 여성과 손님이 만나는 원리와 같으니 그 저질스러움은 심각하다.
경제 논리와 외모 지상주의는 이렇게 맞물려 있다.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많이 팔리는 물건 중에 하나가 립스틱이라고 한다. 립스틱은 다른 화장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화장의 효과는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우면 립스틱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와 같은 원리로 경제가 어려우면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고 하는 가설이 있는데 이 원리도 결국은 경제가 어려우면 사회의 경제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여성들은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치마 길이를 짧게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논리는 어느 사회든지 경제적 능력에 보다 높은 지위가 부여된 남성은 외모가꾸기에 그렇게 심하게 집착하지 않지만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 여성들은 외모와 의상 등을 최대한 가꾸는 여러 사회적 기제가 발달되어 있다.
결국 이 사회에서 외모를 꾸몄을 때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연예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외모지상주의는 자본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낸 아비투스이며 그러한 자본의 논리에 집착한 대중 매체인 텔레비전의 상업화가 만들어낸 아비투스다. 결국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사람은 강력한 자본의 논리에 무릎을 꿇고 텔레비전의 스타 산업에 현혹되어 의식을 잃어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다음 주에는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는 철학적 사유 1’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성구 선생
이성구학원 원장
문의 02-415-3339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