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교육에서 벗어나면 행복한 삶이 보인다

지역내일 2014-10-22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세계에서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도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인 부모들과, 세계에서 학업 성적은 내로라 하면서도 학업흥미도는 최하위권인 학생들. 한 때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노래했지만, 오늘 우리는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고 있는 우울한 성장의 그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부모와 아이들의 어긋난 삶
부모들의 이야기.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부모들은 불안하다. 학교 시험기간이 되면 마치 자신이 시험을 치듯 어머니들은 초조해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고 학원상담을 다녀오면 불안감은 증폭된다. 외고?특목고가 아니면 실패자라도 될 것처럼 아이들에게 모진 소리까지 해가면서 확률게임에 매달린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학원비를 대려면 아버지들은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러나 거품은 꺼졌고 대박 신화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미래는 불안하다.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의 불안감과 과도한 기대 속에 아이들은 일찌감치 공부에 지쳐버렸다. 어릴 때부터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떠돌다 중학생쯤 되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저녁 늦게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바쁘다. 대화는커녕 식사조차 함께할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머무는 학교는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 에너지는 학원에서 쓰고, 학교는 쉬는 곳이 됐다. 유사이래 공부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가장 많으면서도 정작 공부의 목적도 흥미도 잃어버린 아이들, 왜곡된 삶이긴 마찬가지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더 많은 학원을 보내고 더 오랜 시간 책상 앞에 붙들어 놓으면 아이들 실력이 진짜 좋아질까? 그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수치들은 모두 달라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투여될 뿐, 실력은 보잘것없고 인성은 망가지고, 무엇에도 흥미를 잃은 학생들만 대량생산될 뿐이다.
성적 상승 효과를 본다 해도 특정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지나칠 정도의 시간과 돈을 쏟아 붓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공부의 과정에, 더 많은 손이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이제 대학은, 사회는, 진짜 교육자는 점수 뒤에 숨은 과정을 보려고 한다. 똑같은 점수를 받아도 그것이 즐거운 공부의 성과인지 괴로운 시달림의 결과인지, 얕은 지식의 산물인지 깊은 역량의 표현인지.
욕을 하든, 때리든, 하루 종일 가둬놓고 감시하든, 다음 시험에서 성적만 올려준다면 내 아이를 기꺼이 맡기려는 부모들도 있다. 자식의 성적을 올릴 수만 있다면 자기의 영혼이라도 팔 모양이다. 내 아이를 괴물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려는 게 아니라면, 그래서 더 위험하고 불행한 사회에서 서로 아귀다툼을 하며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피해야 할 길이다. 수단과 방법이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이런 생각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모든 비극의 뿌리가 아니었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는 방법
대한민국에서 발명된 이른바 ‘선행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소수의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월성 교육과는 전혀 다르게, 학부모와 학생들의 욕망과 초조함 위에 꽃을 피운 대한민국 사교육의 대박 상품이다. 그 논리는 한 마디로 ‘빨간 신호등일 때, 먼저 건너기’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 먼저 건너야 돼. 빨간 신호등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건너고 있잖아. 너도 손해 안 보려면 빨리 쫓아가’. 초조함에 사로잡힌 학부모와 학생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이런 무모한 일에 뛰어든다.
왜들 이렇게 살고 있는가? 가만 들여다보면 부모의 불안한 삶과 아이들의 무기력한 일상은 과잉교육이라는 악순환의 고리 안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이 악순환을 왜 못 벗어나는가? 다른 길을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다. 참여와 성찰을 기반으로 진지하고 깊은 공부를 시작하면 더 적은 시간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렇다. 하지만 맹목적인 달음박질을 잠깐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면 행복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른들이 먼저 정신을 차리면, 겁 주고 돈 쓰게 만드는 사람들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진짜 교육자들이 눈에 띌 것이고, 외길밖에 안 보이던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과잉교육에서 적정교육으로
남의 고뇌를 제 짐처럼 짊어지고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무겁고도 숭고한 운명, 그게 교육자의 일이다. ‘군사부일체’, 임금과 스승과 아비의 은혜가 다르지 않다는 저 오래된 격언이 바로 교육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오늘날 사교육이 그런 묵직한 운명을 기꺼이 감당하려는 사람들의 손에 맡겨져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아무리 교육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고 해도 최소한의 윤리는 지키자고 말하고 싶다. 교육자의 윤리는 적어도 이런 것이다. 조급하게 만들지 말 것. 남을 짓밟고 올라서라고 가르치지 말 것. 필요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쓰게 하지 말 것.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
바른 교육을 통해서 정당한 대가를 누리고, 그 보다 더 큰 자부심과 보람을 얻고자 하는 교사들이 더 많아진다면 사교육 종사자들도 당연히 ‘존경 받는 교사’가 될 수 있으며 공교육을 보완하고 개성을 살리는 교육의 한 축으로 공존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과잉교육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은 그 와중에서 돈을 벌 궁리만 한다면, 이제 과잉교육의 끝자락에 놓인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과잉교육이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빨간신호등인데도 남따라 우루루 건넜다가는 낭패를 보게될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자기 삶을 성찰하며 공부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대학과 회사, 국가에서 누가 자신의 꿈을 가꾸며 성실히 살아온 진짜 실력자인지 찾고 있다. 과잉교육의 낡은 패러다임을 벗어던지고, 애먹는 공부가 아닌 현명한 공부, 남을 쫓는 공부가 아닌 꿈을 향한 공부, 서두르는 공부가 아닌 파고드는 공부를 추구하는 적정교육의 새로운 틀 안으로 더 많은 부모와 학생들이 합류해오면 좋겠다.


황검
황검 이사장
꿈을 향한 공부, <포룸과멘토>
070-4246-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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